박경신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예술계의 일자리]

이번 기획에서는 예술계의 고질적인 노동 문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코로나 이전부터 현재까지, 예술계는 일자리 수급 불균형과 노동 대비 열악한 저임금 등의 각종 문제를 겪고 있다. 이에 해당 문제를 수면 위로 드러내고,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피해 현황을 파악해 그 실태를 살펴보겠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불안한 예술계 고용 현황 ②예술관련 고용정책은 존재하는가 ③우리가 미처 몰랐던 예술계 직업군 ④예술가들의 속사정

 

 

예술인 고용보험제도, 올바른 사용설명서

 

박경신 /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14개 분야별 예술인 구성 비중을 반영해 전국 17개 시도의 모집단 22만9,000명 중 예술인 총 5,10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2021 예술인 실태조사」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의하면, 예술인의 55.1%가 전업 예술인이라고 응답했고(2018년: 57.4%) 자유계약자(프리랜서) 비율은 전업 예술인 중에서는 78.2%(2018년: 76.0%), 겸업 예술인 중에서는 72.2%(2018년: 67.9%)로 3년 전보다 모두 높아졌다. 게다가 입문 이후 1년 이상 예술활동을 포기한 상태인 ‘예술경력 단절’ 경험자 비율도 36.3%(2018년: 23.9%)로 조사됐다. 장애예술인의 경우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2021년 장애예술인 문화예술활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예술인의 고용형태는 고용원이 없는 자영업자 34.5%, 시간제·일용직 29.3%, 기간제·계약직·촉탁직 26.5%, 정규직 6.1% 등으로 조사됐고, 정규직 비율은 6.1%로 전체 예술인 비율인 7.5%보다 낮게 나타났다.
  이처럼 예술인들은 상시적으로 고용돼 업무 시간, 장소, 방식의 정규성을 가진 일반 임금근로자와는 달리 한시적으로 노무를 제공한다. 대개 작품 창작이라는 특정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프리랜서인 것이다. 이로 인해 상당수가 수입이 불안정하고 그나마도 예술활동으로 소득이 있는 기간 이외에는 사실상의 실업상태를 겪는 경우가 많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문화예술분야 종사자가 받는 대가의 격차가 업무 숙련도나 인지도에 따라 매우 심하다. 때문에 일부를 제외한 많은 재능 있는 신진 예술인들이 다른 분야로 이직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프로젝트 단위의 프리랜서 활동을 하는 예술인 특성을 반영한 고용보험 도입이 필요하다는 논의가 지속됐다. 즉, 이들의 생활안정 및 지속가능한 창작활동 기반을 구축할 필요성에 대한 이야기였다. 오랜 논의 끝에 ① 근로자가 아니면서, ② 「예술인복지법」 제4조의 4에 따른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③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아니하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하는 예술인에 대해 고용보험을 적용할 것을 규정한 「고용보험법」과 「고용보험 및 산업재해보상보험의 보험료 징수 등에 관한 법률」이 재작년 12월 10일부터 시행됐다. 결론적으로 예술인 고용보험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근로자가 고용보험의 강제 가입 대상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반드시 가입해야 하는 당연가입을 원칙으로 삼게 됐다.

 

 
 

 
예술인을 위한 실업급여


  예술인 고용보험제도가 도입됨에 따라 그간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고용보험의 사각지대에 있던 예술인도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됐다. 특히 예술 활동을 증명하기는 어려우나 예술 활동에 따른 소득이 발생할 수 있는 경력단절 예술인이나 예술대학 학생들을 비롯한 신진 예술인도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소정 기간 보험료를 내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게 돼 그 복지의 폭이 넓어지게 된 것이다. 다만 실업급여는 예술인이 기여요건·이직 사유·구직능력 등의 수급요건을 만족해야 하는데, 이직 전 24개월 중 피보험 단위 기간이 9개월 이상이어야 하고,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거나 개인 사정으로 자발적 이직을 희망한 경우에는 급여 지급이 제한되므로 이 점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 고용보험제도는 예술인의 경우 여러 사업장에서 동시에 근로자 또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에 따라 종사하는 경우가 빈번하다는 점을 감안해 중복가입을 허용하고, “월 평균보수가 80만 원 이하라면, 80만 원을 기준”으로 월 기준보수 측정 및 보험료 부과를 적용하는 등 문화예술 분야의 특성을 감안한 다양한 장치들을 설정했다. 또한 예술인의 계약기간을 고려해 일반예술인과 단기예술인으로 구분한 제도를 마련했다. 이때 일반예술인은 계약기간 1개월 이상인 경우, 단기예술인은 계약기간이 1개월 미만인 경우를 뜻한다. 이에 의하면 일반예술인의 경우 해당 계약의 월평균소득[계약 금액(소득)÷계약 기간(월)]이 50만 원 미만이면 원칙적으로는 적용되지 않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예술인이 같은 시기에 여러 사업주와 계약해 예술 활동을 하는 경우 각각의 계약이 월평균소득이 50만 원 미만이라도 각 계약의 월평균소득을 합산했을 때 50만 원 이상이라면 피보험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고용보험 적용을 받기 위해서는

 

  예술인 고용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근로자가 아닌 예술인이 「예술인 복지법」상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을 체결하고 다른 사람을 사용하지 않고 자신이 직접 노무를 제공해야 한다. 「예술인 복지법」상의 문화예술용역이란 “특정 문화예술 결과물의 완성을 위하여 예술인이 대가를 받고 다른 사람의 사업을 위하여 일정한 기간 제공하는 「문화예술진흥법」상 문화예술의 창작·실연·기술지원 등의 노무”를 의미하며 이와 관련된 계약을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예술인이 원사업주에게 직접 제공하는 노무뿐만 아니라, 작품의 완성을 위해 예술인이 제공하는 도급·위임·업무위탁 등 모든 형태의 노무를 포함한다. 따라서 무상 노무 제공 계약과 기간을 확정할 수 없는 노무 제공 계약은 예술인 고용보험이 적용되는 문화예술용역 관련 계약에 포함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노무제공기간을 확정할 수 있는 신작 또는 개작의 완성을 위한 노무제공은 포함되지만 예술인이 계약 체결 전에 이미 완성해 놓은 구작은 새로운 노무가 제공됐다고 볼 수 없다.
  그러나 문화예술 분야의 경우 종사 형태와 계약 형태가 매우 다양하고 다단계 계약이 많은 복잡한 구조로 형성돼 있어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 대상인 문화예술 용역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이때는 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용역 계약 체결과 예술인 고용보험 적용을 위해 제작 및 배포한 ‘문화예술용역 가이드라인’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예술인들의 적극적 참여 독려

 

  작년 12월 3일 기준 예술인 고용보험 가입자 수는 계약기간이 1개월 이상인 예술인은 4만8,000으로 전체가입자 수의 50.8%를 차지했으며, 나머지 49.2%는 4만7,000의 단기 예술인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아직도 여러 가지 면에서 개선할 부분들이 있다. 무엇보다도 프리랜서 예술인이 소득을 증명하기 쉽지 않으며, 여전히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노무를 제공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는데, 예술대학 학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2021 예술인 실태조사」에서는 1회 이상 예술작품을 발표한 예술인 중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는 비율은 54.3%(서면계약 48.6%, 구두계약 5.7%)로 3년 전 46.7%(서면계약 41.4%, 구두계약 5.3%)보다 7.6%p 증가했으나, 여전히 계약 체결 없이 노무가 제공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예술인 고용보험제도에 대해 여전히 생소해 하거나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사업주와 예술인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제도에 대한 관계자들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급선무이다.
  또한 예술인 고용보험의 보험료 산정 및 실업급여 수급요건과 관련해서는 계약기관과 계약금액이 기준이 된다는 점을 유념하고 계약서 작성 시, 이를 정확히 반영해야만 한다. 우선 계약기간과 관련해서는 계약 당사자 간의 협의를 통해 계약에 따른 업무·과업과 직접적으로 관련된 기획·분석, 연습, 자료수집 등 실질적인 업무·과업 수행을 위해 필요한 사전 준비기간을 포함해 정해야 한다. 또한 계약금액의 경우에는 인건비성 금액으로 노무제공을 위해 수반되는 식비·교통비·소모성 재료비 등 운영비를 포함한 예술인의 노무제공을 특정하고 이에 대한 계약금액을 기준으로 한다. 따라서 계약서상 계약기간이 기획이나 연습기간이 포함된 실제 노무제공기간과 차이가 있는 경우 ▲앞서 설명한 작품제작에 필요한 작품 소개 구입비 등의 재료비 ▲예술인에게 지급되는 계약금액에 노무제공에 대한 인건비 ▲저작재산권의 양도나 저작물 이용에 대한 대가 ▲계약당사자인 개인을 돕는 조수나 보조, 팀원들에 대한 인건비까지 포함해 일률적으로 계약금액을 산정하는 계약 관행에 대한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예술인 고용보험 제도 시행 이후 지적되고 있는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선 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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