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리 / 약학과 석사과정

 1,500원의 맛있는 추억 한 조각

한 리 / 약학과 석사과정


  우리 모두 저마다 기억 저편에 작은 추억들을 갖고 있다. 우연히 편의점에 들러 빵 코너를 구경하다 지난 시절 함께했던 반가운 친구를 만났다. 티비 앞에서 즐겨보던 포켓몬 띠부띠부씰이 들어 있는 ‘포켓몬 빵’이었다. 어린 시절 기억 그대로인 빵도 좋았지만, 종이 포장 속에 감춰진 띠부띠부씰을 확인하는 그 순간, 내 오랜 세월 속 포장된 추억을 확인하는 느낌이 들어 가슴 한쪽이 뭉클거렸다. 그 이후 일상을 살아가며 잊고 있던 반가운 추억에 달이 떠 있는 시간마다 여러 편의점을 돌며 포켓몬 빵 사냥을 떠난다. 하지만 방문하는 편의점마다 대부분 품절이었다. 어린 시절 포켓몬에 대한 향수를 나뿐만 아니라 모두가 기억하고 추억한다는 것에서 미지의 동년배들에게 묘한 유대감이 느껴졌다.
  달콤한 빵과 빛바랜 띠부띠부씰 속 추억에 잠겨 있는 것도 잠시, 문득 왜 갑자기 포켓몬 빵이 20여년의 시간을 건너 또다시 빵 코너에 자리 잡게 된 것인지 의구심이 생겼다. 귀여운 캐릭터가 나오는 만화인 ‘포켓몬’은 주 소비 대상층이 어린이와 청소년이며 오래 전부터 매번 새로운 시리즈를 만들고 있다. 하지만 자본주의 세상에서 거의 대다수는 돈에 의해 돌아가는 법. 실질적인 구매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3040을 대상으로 이 빵이 재출시된 것 같다. 포켓몬이 가지고 있는 귀여운 캐릭터 특성이 아닌 3040이 가지고 있던 추억을 겨냥한 것이다. 포켓몬 그 존재 자체로의 상품성보다 개개인이 가지고 있던 향수가 상품성을 띠는 것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 ‘추억 마케팅’은 포켓몬 빵 이전에도 있었다. 90년대 가수들을 출연시킨 방송 프로그램 〈토토가〉, 88~97년대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등은 대중들로 하여금 공감대를 형성했고, 이를 바탕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이끌어 냈다. 우린 왜 이런 어린 시절에 대한 추억에 열광하고 소비하는 것일까. 어쩌면 팍팍해진 현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전부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과거는 대체로 미화가 돼 있다. 사람은 자신이 좋았던 것들을 위주로 기억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돌아갈 수 없는 과거를 그리워하는 건 모두가 가지고 있는 공통된 정서이지 않은가. 어른이 된 지금, 더 자유롭고 근심 걱정이 적었던 옛 시절을 그리워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생각한다. 사람이라면 가지고 있는 ‘그리움’이라는 심리를 이용해 기업들은 자본주의 세상에서 돈을 번다. 이보다 더 효율이 높은 사업이 있을까 싶다.
  물론 이러한 ‘추억팔이’라는 것이 세간에서 그렇게 좋지 않은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기업 입장에서 신제품을 개발하지 않고 이미 흘러간 것들을 다지 재판매하는 점을 본다면, 노력하지 않는 듯한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른이 된 우리 눈앞에 놓인 상황은 해결하기조차 버거운 생활의 연속이기에, 스스로 과거를 돌이켜 보며 추억할 수 있는 여유란 존재하지 않는다. 때문에 옛 시절에 유행했던 아이템들로 잠들어 있던 과거를 끄집어내 한 줌의 달콤함을 선물해 주는 이런 기획들이 상업적인 것이란 걸 알지만 영 밉지만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나치게 미화가 돼서는 안 되겠지만 가끔씩은 이런 상품화된 추억에 잠겨 현실을 잠시 잊는 것도 때론 필요하지 않을까. 쉬는 시간에 마시는 한 잔의 커피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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