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예은 / 투엔 대표

 

0과 1로 바라본 세상 ②패러다임의 변화, 메타버스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더는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이 이토록 디지털을 부르짖게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 발달로 인해 과거엔 실현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됐고, 사람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디지털로 변한 오늘,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코인, 돈이 될 수 있을까 ②패러다임의 변화, 메타버스 ③운전면허가 필요없는 세상 ④의약의 새로운 도전, 디지털 치료제

 

메타버스로 변화하는 현재와 미래

한예은 / 투엔 대표


  지난 제20대 대선 개표 방송에서는 확장현실(XR), 3D 등 최첨단 기술을 활용한 볼거리를 제공해 많은 시청자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보다 앞서 선거 홍보 기간 당시에는 각 당의 대통령 후보들이 AI와 메타버스 기술을 적극 활용해 전례 없는 선거운동을 펼쳤다. 메타버스에서 진행된 개표방송은 아바타로 대선 후보와 참여자가 함께하며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소통했다. 이처럼 메타버스 플랫폼은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높아진 다양한 비대면 요구를 반영하며 ▲전시 ▲콘서트 ▲회의 ▲협업 ▲교육 등 다채로운 영역으로 확대될 뿐 아니라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성큼 다가온 메타버스 시대, 도대체 메타버스란 무엇인가.


현실과 가상의 융합 새로운 세계, 메타버스


  ‘메타버스(Metaverse)’는 닐 스티븐슨(Neal Stephenson)의 소설 〈스노우 크래쉬(Snow Crash)〉(1996)에서 처음 등장한 용어로서 자신을 대리하는 아바타를 통해 활동하는 3차원 가상 세계를 의미한다. 미국 미래 가속화 연구재단(Acceleration Studies Foundation, ASF)에서 정의한 바에 따르면 메타버스는 구현 공간과 정보 형태에 따라 4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된다. 지금부터 각 구성요소가 가진 의미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은 현실에 외부 환경정보를 증강해 제공한다. 예를 들어 ‘포켓몬고(Pokemon GO)’ 게임이 있다.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촬영하면 가상 그래픽 포켓몬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처럼 보이는 기술이 바로 증강현실이다.
  두 번째, 라이프로깅(Life Logging)은 자신의 삶에 관한 다양한 경험과 정보를 기록해 저장하고 공유하는 활동이다. 사용자가 저장하는 정보뿐 아니라 위치 정보, 생체 정보 등을 자동으로 기록하는 것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같은 SNS가있다.
  세 번째, 거울 세계(Mirror Worlds)는 외부 환경정보를 기반으로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되, 정보상으로 확장된 가상 세계이다. 재작년에 정부에서 추진하고 네이버랩스에서 성공적으로 구축한 ‘거울 세계 서울’에서는 도로를 포함한 교통상황을 비롯해 일조량 등 여러 요소를 시뮬레이션으로 경험할 수 있다.
  네 번째, 가상 세계(Virtual Worlds)는 사람들이 아바타를 통해서 모여 있는 가상의 세계로, 서로의 정보를 받아서 사람들이 하는 일상의 활동을 재현하는 것이 가능하다. 최근 몇몇 대학에서 제페토나 로블록스 같은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강의, 축제 등이 가장 설명하기 쉬운 예시이다. 이러한 4가지 요소들이 각각의 메타버스가 아닌, 각 속성이 결합해 융·복합되는 형태로 발전하는 것이 메타버스이다. 즉 메타버스는 현실과 가상이 융합된 세계이며, 이 둘의 상호작용을 통해 새로운 산업·사회·문화적 가치를 창출하는 세상으로 볼 수 있다.
  메타버스는 현실과 연결된 확장 가상 세계이기 때문에, 현실 공간을 똑같이 구축할 수 있고, 사람이나 동물을 그대로 재현도 가능하다. 예를 들어 죽은 강아지를 그리워하는 주인이 본인 강아지와 같은 외형에 AI 학습으로 스스로 움직이며 말하는 강아지를 탄생시킬 수 있다. 현실의 존재를 가상 세계에 구현해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가상 세계 속에서 본인 모습과 같은 아바타로 강연이나 행사에 참여하며, 이 과정에서 얻은 지식을 현실 세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이처럼 상상 속의 일이 충분히 가능한 곳이며,실제 사회·문화적 활동뿐 아닌 경제적인 활동까지 이뤄지는 것이 현재 메타버스가 가진 가장 큰 특징이다.

 
 

 

기술발전의 현재와 미래


  최근 하드웨어와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는 인터페이스의 진화로 완결된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기술과 시장형성 등 메타버스의 대중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 특히 AR글래스나 머리에 쓰는 디스플레이인 VR HMD(Virtual Reality Head Mount Display)가 등장하는 등 제품의 외형적 하드웨어를 의미하는 ‘디스플레이 폼팩터’의 다양화로 메타버스의 실감 환경 구현을 위한 핵심 기술력이 강화되고 있다. 미국의 대표적인 IT 및 전자 기업인 퀄컴은 가까운 미래에 메타버스의 존재감을 높여 줄 수 있는 상시 휴대가 가능한 AR 기기가 등장할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이에 더해 보다 먼 미래에는 사용자가 이런 장치들을 사용한다는 인지조차 못 할 정도로 디바이스가 사실적으로 발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오늘날 메타버스 콘텐츠는 시각과 청각이 중심이며, 이에 따라 실제와 유사하게 표현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발전했다. 다만 현실과 같은 감각을 느끼게 하기 위한 피드백과 촉감에 대한 개발 부분은 아직 부족하기에 현재 연구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촉감은 메타버스에서의 몰입도를 높이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라고 전망되기에, 그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있는 시각과 청각에 촉감까지 추가된다면 사용자는 메타버스 세상을 더 실제처럼 인지할 수 있을 것이다.
  대표적인 메타버스 기업 ‘메타(구 페이스북)’는 현재 촉감을 전달하는 장갑 ‘햅틱 글러브 (Haptic Gloves)’를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장갑을 착용하고 메타버스에서 사물을 만지면 질감이나 진동, 압력 등 다양한 감각 재현이 가능하다. 햅틱 글러브는 미세한 공기압을 이용해 착용자에게 부피나 질감 같은 감각을 전달하며, 핸드 트래킹 기술로 사용자 손과 메타버스 공간의 3D 물체를 파악한다. 이 기술에 햅틱 렌더링 소프트웨어 기술을 접목하면 실시간으로 촉감을 느끼는 것이 가능해진다.
  다만 촉감 기술이 적용된 실제 제품이 등장하기까지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메타버스에서 세상을 자연스럽게 인지하기 위해 ▲감각 전달을 위한 소형 모터의 열 발생 문제 ▲섬유 개발 ▲얇은 소재 ▲경량화 등은 해결해야 할 과제이다. 이런 기술이 완성된다면 가상 세계의 아바타가 경험하는 모든 것을 유저가 동일하게 느끼는 리얼 메타버스에 가까워지며 몰입감을 높일 것이다.


앞으로 변화할 산업 생태계에 대한 예측


  미국의 정보 기술 연구 자문 회사인 가트너는 2026년 세계 인구 네 명 중 한 명은 메타버스를 이용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그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면, 25%의 사람들이 업무·쇼핑·교육·사교·오락 등의 목적으로 하루에 한 시간 이상은 메타버스에 접속하리라 예측했다. 이처럼 앞으로 사람들은 메타버스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고, 점차적으로 현실의 많은 사회·경제적 활동들이 가상과 연결되거나 융합하는 메타버스 전환이 가속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렇다면 메타버스의 사업적 측면에서 가능성은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오프라인 행사 개최가 어려워진 요즘, 경제·사회·교육·행정 등 다양한 분야에서 메타버스 플랫폼 사례가 늘고있다. 공공기관과 기업은 가상 세계에서 취업박람회, 설명회, 세미나를 진행했으며,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도 메타버스 기업과 협업해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마케팅과 아티스트 콘텐츠를 발전시키고 있다.
  게임 기업인 NC소프트는 게임 제작 기술을 활용한 K-POP 메타버스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며, 암호화폐 거래사이트 코빗은 아바타로 화폐거래가 가능한 가상공간 ‘코빗타운’을 구축 및 시험 중이다. 기업의 생산과 업무 환경에도 메타버스 기반 스마트워크 문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원격 근무가 가능한 가상 오피스 플랫폼의 수요 역시 늘고 있다. 업무 효율성이 향상되고 교육 시간 역시 절감돼 생산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 측면에서도 메타버스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 최근 가상 세계 아바타가 사용하는 의상이나 아이템을 제작하는 디자이너, 아바타 활동 공간 구축 작업자, 게임 개발자 등 다양한 일자리가 생겨나고 있다. 실례로 메타버스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에는 700만 명의 개발자가 있으며, 국내 대표 메타버스 플랫폼 제페토에는 누적 창작자만 6만 명에 이른다. 이처럼 산업은 빠른 속도로 발전 중이며 다양한 활용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앞으로 메타버스는 더욱 실생활에 접목돼 이전에 경험하지 못한 확장된 세계의 기회를 열어 줄 거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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