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민 / 전주대 교양학부 교수

 

영화 같은 삶, 우리의 미래는 ②지구에 마실 물이 없어진다


영화 속에서만 보던 일들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빙하가 녹아 동물들이 살 곳이 없어지고, 이상기후로 인해 사우디아라비아 사막에 눈이 쌓이기도 했다. 이번 기획에서는 공상과학영화에서 그려낸 다양한 형태의 디스토피아를 살펴보고자 한다. 어쩌면 그리 머지않은 미래, 우리네 삶의 종착지일지도 모르는 가능성을 마주하면서. 이를 극복해 낼 수 있는 방도와 우리가 취해야 할 자세는 무엇인지 고민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변화하는 지구에 미래가 있을까 ②지구에 마실 물이 없어진다 ③무서운 건 바이러스인가 사람인가 ④인공지능의 책임과 윤리적 잣대

 

메말라 가는 지구에서 살아남기

 

김창민 / 전주대 교양학부 교수

 

  ‘돈을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돈은 희소한 자원이지만 물은 무제한 사용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바탕에 깔린 표현이다. 그러나 인간의 탐욕으로 물은 점점 희소자원화 되고 있으며 국제분쟁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다. 우주에서 보면 지구는 푸른 빛을 띤다고 한다. 지구의 표면이 대부분 물로 구성돼 있기 때문이다. 실제 지구 표면의 70%가 물이며 총 14억㎦이라는 엄청난 양의 물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중 97.5%의 물은 고염분의 바닷물이며 인간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민물은 2.5%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민물 중 91%는 빙하나 지하수의 형태로 존재하며 남은 9%만이 사용 가능하다. 결국 지구에 존재하는 물 중에서 인간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규모는 고작 0.25%에 불과한 셈이다.
  물은 증발과 강수의 과정을 거쳐 바다와 대기 그리고 강이나 호수로 순환한다. 비가 오면 일시적으로 물의 양이 증가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지구를 둘러싼 순환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거의 고정돼 있다. 2천 년 전이나 지금이나 인간을 비롯한 생물체가 이용할 수 있는 물의 절대량은 변함이 없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물은 점점 부족해지고 있으며, 가장 주요한 원인으로 인구 증가와 물의 오염을 꼽을 수 있다.

 

인류의 발전 그리고 물 부족

 

  2천 년 전 지구에 살고 있었던 인구는 대략 2억 명 정도로 추산된다. 그러나 지금은 70억 명 이상이 살고 있다. 1인당 가용 물이 1/35 아래로 줄어든 셈이다. 이렇듯 중요한 것은 수자원의 총량이 아니라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다. 유엔 산하 국제인구행동단체는 ▲1인당 연간 사용할 수 있는 물의 양이 1,700㎥ 이상인 국가를 물 풍족국가 ▲1,000~1,700㎥인 국가를 물 부족국가 ▲1,000㎥미만인 국가를 물 기근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강수량이 적고 인구가 많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 국가들은 물 기근국가, 강수량은 비교적 풍부하지만 인구가 많은 국가들은 물 부족국가인 셈이다. 이 기준에 따르면 우리나라도 물 부족국가에 해당한다. 연 강수량은 1,250mm정도로 세계 평균보다 다소 높지만 인구밀도가 높아 1인당 강수량은 세계 평균의 1/8에 불과하다. 더구나 여름에 강수가 집중돼 장마철에 내리는 물의 대부분이 짧은 시간에 바다로 흘러가며, 국토의 70%가 산지이기에 많은 물이 저장되지도 못한다. 따라서 물 이용의 효율화를 기하는 일이 매우 중요하다.
  물이 부족해지는 두 번째 요인은 물이 오염되고 있기 때문이다. 인구가 증가하면 식량 생산도 증가한다. 그로 인해 농약이나 비료 등으로 인한 물의 오염이 발생한다. 도시화와 문명화도 중요한 오염원이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1인당 사용하는 물의 양도 증가하며 이 과정에서 물의 오염도 심화된다. 특히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세제를 비롯한 화학제품도 오염원 중 하나이다. 산업화의 영향은 말할 필요도 없다. 공장에서 나오는 오·폐수, 대기 오염으로 인한 빗물의 오염 등 물이 오염되는 원인은 전방위적으로 존재한다. 인간의 욕구 증가로 산업화, 문명화가 진행되면서 역설적이게도 사람이 깨끗하게 사용할 수 있는 물은 점점 줄어들게 됐다.
  물이 희소자원화 되면서 물을 두고 국가 간 분쟁도 이어지고 있다. 특히, 여러 국가를 흐르는 국제하천은 국제적 분쟁의 요인이 된다. 실제 도나우강은 17개 국가, 콩고강은 11개 국가, 나일강은 10개 국가를 거치면서 흐르고 있어 물 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강의 상류 지역에 있는 국가가 자국의 물 이용을 위해 댐을 건설하거나 강 주변에 공단을 조성해 오염물질을 방류하면 하류 지역에 위치한 국가는 물 이용에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의 상류에 있는 국가들은 자기 국토를 지나는 물의 경우 배타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권리를 주장한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하류 지역에 위치한 국가는 물 이용의 국가 간 공정성을 주장하게 된다. 따라서 유엔은 국제하천의 경우 관련 국가가 물을 공정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국가 간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3월 22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물의 날’이다. 1992년 유엔 총회는 인류에게 물의 위기가 도래했고 이에 대한 국제적 협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에서 물의 날을 제정했다. 물은 생명을 유지하는 데 필수 불가결한 요소이기 때문에 누구나 공평하게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공공재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인식은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운 생각이기도 하다.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한정돼 있고 1인당 사용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물 부족은 피할 수 없다. 이에 대한 소유 경향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고갈에 대처하는 인간의 노력

 

  물 부족에 대응하는 방법으로는 공급을 늘리는 것과 이용의 합리화를 기하는 방법이 있다. 농업사회에서는 저수지와 보를 만들어 물이 흘러가는 속도를 느리게 만들기도 하고 저장하기도 했다. 저수지와 보는 물 부족에 대응하는 핵심적인 수단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현대사회에서 대규모 댐을 만드는 것은 또 다른 환경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쉽게 선택할 수 있는 대안이 아니다. 지하수를 개발하는 것도 하나의 대안이지만 이것 역시 지하수 오염, 싱크홀 발생 등 또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무작정 공급만 늘리는 것은 하수를 정화하거나 처리하는 일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문제도 있다.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 제한적이라면 이용을 합리화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즉, 물은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이용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 물을 한 번만 사용하고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식수와 상수·중수·하수로 구분해 2~3회 사용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이를 공공재로만 인식하는 것이 아니라 경제적 상품으로 인식하는 것도 필요하다. 물의 생산과 관리에는 비용이 들어가므로 사용하는 사람이 적절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개인 차원에서도 물 이용의 효율화를 기해야 한다.
  식량과 마찬가지로 물 이용도 국제적 편중이 심하다. 아프리카 같은 지역에서는 오염된 식수조차 구하기 어려운 실정이지만 물 풍족국가에서는 물을 정말 ‘물’처럼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국가들에서도 깨끗한 물을 구하는 일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풍족하게 물을 사용할수록 물의 오염은 더 심해지고 깨끗한 물에 대한 욕구는 더 커지기 때문이다. 물의 오염과 부족으로 인한 디스토피아는 예고된 미래다. 물 때문에 발생할 고통과 분쟁을 피하기 위해 개인·국가·국제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 물 문제는 인류의 보편적인 문제이며 이미 물 부족은 현실이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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