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의 ‘폭력’

 

  폭력은 누군가에게 잊지 못할 상처를 남긴다. 피해자는 오랜 시간 육체적·정신적 트라우마를 겪고, 심지어 고통을 이기지 못한 이들은 극단적인 선택까지 시도한다. 이를 막기 위해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대한 법률」, 직장 내 괴롭힘을 금지하는 「근로기준법」 등이 세워졌으나 여전히 보호의 사각지대들은 존재한다.

  대학원은 연구·교육에 종사하는 최상층의 교육기관이다. 이러한 ‘진리의 전당’마저 폭력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점은 우리를 씁쓸하게 한다. 혹자는 “배울 만큼 배운 사람”들이 설마 그러겠냐며 반문하지만, 안타깝게도 그것은 ‘현실’이다. 재작년 6월 29일 국민일보는 대학원생 인권단체 ‘대학원생119’에서 입수한 자료에 근거해 실제 피해 현황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2018년 12월부터 2020년 6월 중순까지 제보된 대학원생 피해 건수는 105건이었으며, 단일 사건에서 동시에 발생한 사례를 합치면 216건에 달했다. 세부적으로는 ▲폭언·폭행 32건(14.8%) ▲연구비 횡령 29건(13.4%) ▲논문투고 방해·졸업지연 28건(13.0%) ▲연구부정·저작권 강탈 25건(11.6%) ▲임금체불·무보수노동 21건(9.7%) ▲사적 업무 지시 13건(6.0%) ▲성희롱·성폭행 11건(5.1%)으로 분류된다.

  이와 같이 가지각색의 ‘폭력’이 일어나고 있지만, 이를 막을 수 있는 기관은 유명무실하다. 대표적으로 교내 인권센터는 사실상 법적인 제재가 아닌 당사자 간 중재를 중심으로 이뤄지며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의 개선을 권고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다. 때문에 피해 원생들은 ‘충분히 보호받을 수 없다’고 느끼게 돼 신고를 주저하게 된다. 위계에 의한 폭력은 교수와 대학원생 간에만 해당하진 않는다. 재작년 10월 24일자 공정뉴스에선 조교수, 시간 강사, 외래 교수 등 ‘테뉴어(Ten-ure)’를 받지 못한 비정년 교원들의 설움이 드러났다. 전임 교수의 강의 자료를 대신 준비하거나 전임 교수의 자녀를 공동 논문에 1저자로 올리는 등 학계의 비리가 암암리에 발생함이 밝혀진 것이다. 또한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석사과정생 A씨는 석·박사 선배로부터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괴롭힘을 당한 사실을 밝히기도 했다. 휴대전화 메신저 검사, 생계 및 학비 조달을 위한 아르바이트 금지 등 여러 부당한 압력이 가해졌으며, 이에 응하지 않을 경우 연구실의 선배들이 담당 지도교수에게 A씨를 부정적으로 말해 연구실 생활이나 졸업에 어려움을 겪게 만들었다고 한다.

  위의 사례들은 분명 강압성을 띠고 있는 폭력임에도 여태껏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합리화됐다. 그러나 더 나은 연구 환경은 서로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깃든, 평등한 관계에서 시작된다. 이를 위해 「근로기준법」과 같이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대학원의 특성에 맞춰 마련돼야 할 것이다. 경직적이고 폐쇄적인 교육 환경을 변화시킬 수 있도록, 보다 실효성이 있는 법과 제도가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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