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 지속성을 희망하며]


'계속'하고 싶습니다

 

 
 

 

  봄비가 끝나고 기온이 높아짐에 따라 꽃눈이 움트고 있다. 따뜻해진 날씨에 맞춰 캠퍼스 곳곳도 재정비에 한창이다. 특히 깨끗한 물로 교체된 청룡연못, 빼빼로 광장 앞 버스킹을 하는 학생들을 보면 대면강의가 시작했음을 실감하게 된다. 생동감 넘치게 돌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원우들에게도 바쁘게 움직일 기간이다. 3월에 시행된 논문제출자격 어학시험 및 종합시험을 준비하고, 석·박사 학위과정 논문 심사를 위해 또다시 연구 마무리에 박차를가해야 하기 때문이다. 본지는 이번 호에서 각 학위과정을 마무리하는 원우들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그들이 가진 고충을 나눠 보고자 한다.


효율적인 연구를 위한 노력


  본교 의약학계열 석사과정에 재학 중인 A원우는 최근 걱정이 생겼다. 연구에 대한 진행이 늦어지면서 정규학위기간 내에 논문작성이 가능할지 의문이기 때문이다. A원우는 “박사과정을 진학하고 싶은데, 당장 석사논문도 제때 나올 수 있을지 모르겠다”라며 조바심을 나타냈다. 해당학과 석사의 경우 졸업시험만으로 학위를 취득할 수 없고, 학술지에 논문이 게재돼야 졸업요건을 만족할 수 있기에 자칫하면 박사과정 진학에도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연구주제에 따라 동물 또는 식물실험이 필수적인 전공의 경우는 이러한 고민이 더욱 깊어진다. 하나의 조건에 대한 결과가 나오기까지 짧게는 수 주, 길게는 1년이 넘는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본교 자연계열 석·박통합과정 B원우는 “어린 쥐에 실험처리를한 뒤, 에이징한 결과를 봐야하는 경우가 있다”라며 “때에 따라 18개월 이상이 소요되기도 한다”라고 말했다. 이런 경우 한두 번의 실패가 한 학기 이상의 시간을 사라지게 만든다. 동일한 실험을 반복적으로 진행하면서 균일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이 연구설계와 실험결과의 신뢰도 판정에 중요한 요소임을 감안한다면 논문엔 ‘시간’이 많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처럼 연구의 연속성을 살리고, 학위취득기간의 장기화를 방지하고자 여러 학과에서 석·박통합 학위과정을 시행하고 있다. 본교 「대학원 학사운영에 관한 시행세칙Ⅰ」의 수업연한을 살펴보면 “석사학위과정과 박사학위과정의 수업연한은 각 2년, 석·박사학위 통합과정의 수업연한은 4년으로 한다”라고 명시돼 있어 두 경우에 차이가 없음을 알 수 있다. 다만, 동 내규의 재학연한을 보면 “석사학위과정의 재학연한은 5년, 박사학위과정의 재학연한은 8년, 석·박사학위 통합과정의 재학연한은 9년 이내로 하며”라고 규정돼 있다. 이론적으로 통합과정은 최소 1년, 최대 4년의 학위과정 단축 효과를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 뿐만 아니라 동 내규 10장 제163조(용어의 정의)에 따르면 “박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하는 석사과정 학생이 석사학위 취득과 박사과정 입학시험을 거치지 아니하고” 학위과정을 이어갈 수 있다. 다소 짧은 석사학위 기간 동안 서둘러 연구를 진행할 필요 없이,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오롯이 연구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 가능한 것이다.


유명무실한 제도


  학생 연구자들을 배려한 이런 규정이 버젓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일부 원우들은 이를 제대로 누리지 못하고 있다. 본교 의약학계열 석사과정 C원우는 학과 공부와 본인의 연구에 점차 흥미를 느끼고 박사과정에 진학하고 싶은 욕심이 생겼다고 한다. 이에 학위 기간을 보다 단축하면서도 연속적으로 진행할 수 있는 석·박사 통합과정을 알아봤고 「대학원 학사운영에 관한 시행세칙Ⅰ」에서 “중도진입형 석·박사 통합과정(이하 중도진입 과정)”을 찾아냈다. “본교 석사과정 2학기 이수 및 교과학점 18학점 이상을 취득한 자 중, 동일학과 동일전공에 한하여 지원을 받아 선발하는 전형”으로 설명된 중도진입과정은 ▲대학원 석사학위과정에 신입학한 자로서 2학기 등록을 필하고, 18학점 이상을 취득한 후 2차 학기말에 지원 ▲석사과정 전공분야와 통합과정 지원 전공분야가 동일한 자 ▲선발 시기는 매학기 2월과 8월에 시행 ▲국가과제와 관련된 경우에만 국한해 시행이라는 상당히 명확한 기준까지 설정돼 있는 제도이다.
  C원우는 이를 신청하기 위해 대학원 지원팀에 문의한 결과,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중도진입형은 과거에 잠깐 시행한 이후 선발한 적이 없다” “박사 T/O가 나지 않아 불가능하다”라는 등의 이유를 C원우에게 전달했다. 실제 본교 대학원 홈페이지를 보면 2013년 전반기에 1회 모집한 이후로 공지를 찾아볼 수 없었다. 관련 공지에는 추가적으로 “2013학년도 신입생부터 입학시모집형 석·박사학위 통합과정으로 모집방식이 전환됨에 따라 중도진입형 석·박사학위통합과정 모집은 2013년 7월까지 시행 후 중단할 예정임”이라고 청색 글씨로 명시돼 있었다.
  그렇다면 본교 중도진입 과정은 2013년 이후 완전히 폐지된 제도일까. 본지는 관련 행정을 담당하는 대학원 지원팀에 이 사항을 질의했다. 이에 학교 측은 ‘석·박통합과정 중도진입형’이 2012년까지 시행됐던 석·박사통합과정 전형임을 밝히며, 중도진입형 선발은 2012년 입학한 학생들에 한해서만 경과조치로 1년간 시행이 유지됐을 뿐, 실제로는 석·박통합과정 신입생 모집이 시작됨에 따라 2013년 8월까지 시행 후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선발방식이 변경된 이유에 대해서는 “현 입시제도에서 대학원의 정원은 학과별이 아닌 통합정원방식으로 운영되므로 년간 0명에 해당하는 중도탈락자 T/O에 대하여 약 70개 모집단위간 배분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사실상 유명무실한 제도인 셈이기에 내규 수정에 대한 필요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질문엔 “시행세칙에 규정된 대로 시행하고 있어 수정대상이 아니다”라고 답할 뿐이었다.


연구중심 대학원으로 거듭나려면


  본교 대학원 홈페이지에 기재된 소개를 보면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원”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연구중심대학원’을 동일하게 표방하는 타 대학의 경우는 어떠할까. 대표적인 연구중심대학원을 운영하고 있는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경우 본교와 동일하게 석사과정 및 석·박사 통합과정으로 나눠서 모집하고 있다.
  학과마다 차이는 있지만 차후 지도교수와의 면담 등 사전조율을 통한다면 석사과정 중 통합과정으로 전환도 가능하다. 또 다른 국립 과학기술원인 DGIST(대구경북과학기술원)의 경우도 석사 2학기 차 재학생을 대상으로 전환기회를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있다. 과학기술원 뿐만 아니라 수도권 사립대학인 한양대의 경우도 대부분의 학과를 대상으로 전환기회를 부여하고 있음을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실제 KAIST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D씨는 “석·박사통합과정으로 바로 시작하는 것과 달리 석사과정 중 통합과정으로 전환하게 되면, 석사과정을 일정기간 경험해 보고 박사를 할지 말지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다”라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통합과정 중 중도하차의 경우 지도교수와의 마찰이 불가피한 것에 비해, 이미 1년간 연구를 경험한 뒤 진학을 결정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는 것이다. 본교의 경우는 어떠할까. 차후 중도진입형 통합과정을 시행할 계획이 있는지 문의한 결과 정기적 시행계획은 없다며 “국가과제와 관련하여 필요하다고 학교에서 판단하는 경우에는 시행 가능”하다고 답했다. 일반 학생들의 경우 해당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상황인 것이다.
  최근 본교는 BK21+, HK+등 각종 국가주도 사업 및 과제에 선정되는 등 실속있는 연구대학으로 거듭나고 있다. 특히 지난달 중앙대학교광명병원이 개원함에 따라 기존 의대, 약대, 생명공학대학과 함께 기초연구-임상 및 응용 연구-사업화에 이르는 실용적 연구가 가능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처럼 ‘글로벌 연구중심대학’으로 도약하려는 지금, 활발하게 활동 중인 원우들의 존재는 연구의 활성화에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부디 기존 제도의 재정비와 타 연구중심대학의 사례들을 참고해 본교에서 연속해 학업과 연구를 희망하는 원우들, 소중한 인재들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윤홍률 편집위윈 | ryul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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