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충식 / 정치국제학과 부교수

 

사회과학도의 논문 쓰기: 연구 질문

 

문충식 / 정치국제학과 부교수

 

  작년 이맘때쯤 SNS ‘클럽하우스’가 한창 유행했다. 다양한 분야의 종사자로부터 여러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쏠쏠했기에 잠시나마 열심히 들어갔었다. 그곳에서 만난 사회과학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논문 주제를 어떻게 잡아야 할지 모르겠다.”, “내가 하려는 건 이미 누가 다 한 거 같다.” 등의 걱정을 토로했다. 사회과학 논문은 학문 분야에 따라 편차가 존재할 수 있겠으나, 많은 부분에 있어서 다음과 같은 구조를 갖는다. 우선 연구자가 답하고자 하는 연구 질문(혹은 퍼즐)을 설명하고, 해당 연구 질문에 대한 문헌연구를 통해 필요한 정보의 조각들을 모으는 동시에 기존 연구의 한계점을 지적한다. 그리고 연구 질문에 답하기 위한 자신의 주장(이론)을 펼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주장의 타당성을 증명하기 위한 양적·질적·경험적 자료를 제시한다. 어떻게 보면 지극히 단순해 보이는 구조이지만 짧은 저널 논문부터 긴 연구 서적에 이르기까지 대부분 위와 같은 구성을 따른다.
  논문의 목적은 학문적인 기여를 하는 것이다. 사회 현상의 원인에 대한 신규 이론을 제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새로운 자료를 이용한 경험적인 근거를 제시하는 것 또한 학문적인 기여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연구 질문은 내가 어떤 학문적 기여를 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기존에 많이 연구가 되지 않은 현상에 대해 질문하거나, 선행 연구가 진행됐더라도 새로운 인과관계에 대한 질문, 또는 기존 설명의 이론적 메커니즘을 더욱 세분화하는 등의 질문 등 다양한 방법으로 접근해 볼 수 있다. 보통 사회과학의 연구 질문은 ‘Y의 원인이 무엇인가’, ‘X가 Y에 미치는 영향이 무엇인가’, ‘어떠한 조건에서 Y가 발행하는가(하지 않는가)’의 형태를 띤다.
  내가 강조하는 것은 퍼즐링 과정이다. 연구 질문이 해당 연구에서 답하고 싶은 질문을 통칭한다면, 퍼즐은 단순한 질문을 넘어서 기존의 이론이나 경험적 근거로 잘 설명되지 않는 현상을 의미한다. 따라서 퍼즐의 성격을 가진 연구 질문은 해당 학문분야에 크게 기여하는 동시에 흥미로운 논문을 작성하도록 해 준다. 퍼즐링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존의 설명과 배치되는 현상에 대한 관찰이다. ‘전쟁이 왜 일어나는가’는 누구나 던져볼 수 있는 연구 질문이겠지만, 이를 합리적 비용에 기반해 “왜 전쟁의 위기에서 합리적인 행위자는 협상을 하려고 서로 대화하지 않는가”, “왜 협상에 실패하고 전쟁이 일어나는가”라고 질문한다면, 이는 흥미로운 퍼즐이 된다. 이처럼 동일한 현상도 학자에 따라 다르게 바라볼 수 있다. 따라서 퍼즐링의 과정은 해당 주제에 대한 배경지식과 현상에 대한 관찰력, 그리고 그것을 연결하는 학자의 사고 과정이 한데 어우러져서 만들어지는 학문적인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난 내 지도 학생들에게 서론의 첫 문장을 연구 질문으로 시작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서론을 읽어도 독자가 연구 질문을 이해하지 못했다면 뭔가가 잘못됐을 수도 있다. 논문을 쓰기 시작했다면 혹은 시작 단계에 있다면 연구 질문에 대해서 잘 고민해 보자. 또한 많이 읽고 생각하면서 자신이 찾을 수 있는 퍼즐이 무엇인가를 생각해 보자. 그리고 논문이 어느 정도 진행돼 있다면 현재 자신의 논문에서 연구 질문이 명확하게 드러나 있는지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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