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면 연착륙을 위한 준비가 있어야

 

  사실상의 전면 대면 학사가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다. 본교는 40명 초과 이론 강의를 제외하고 모두 대면으로 진행할 것을 예고했으며, 다른 대학의 운영방침 역시 대동소이하다. 비록 오미크론 변이 유행으로 매일 수십만 명의 확진자가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나, 언젠가는 복귀해야 할 대면 학사를 치명률이 낮아진 지금 시작하겠다는 교육부와 학교의 선택을 비난할 수만은 없다. 문제는 이 과도기에 연착륙을 위한 장치들이 효과적이고 충분한가에 대한 것이다.
  지난 3월 14일 중앙인 청룡광장에는 ‘무의미한 검역 스티커 폐지 건의’라는 제목의 글이 게시됐다. 검역소에서 진행하는 스티커 부착 제도가 검증된 효과 없이 관성적으로 유지되고 있으므로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해당 글은 많은 추천과 공감 댓글을 얻어 3월 19일 기준 최고인기글 1위를 차지했다. 검역소 제도는 재작년 9월부터 지금까지 유지돼 왔으나, 현재로서는 거의 아무런 강제성도 없는 현실이다.
  ‘2022학년도 1학기 서울캠퍼스 검역소 운영 안내’에 따르면 검역확인 스티커는 상체 좌상부에 부착해야 하고 미부착자는 적발 시 퇴실 조치한다고 하지만 실제로 부착 여부를 확인하는 인력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한 검역소 근무자는 “눈에 잘 띄도록 마스크 위로 스티커 부착 위치를 정하고, 최소한 강의실에서라도 이를 검사해야 효과가 있을 것 같다”라는 의견을 본지에 전했다. 그러나 학생 및 교직원을 포함해 수천, 수만에 달하는 출입자의 스티커 부착 여부를 일일이 검사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스티커 미부착 책임을 온전히 학생에게만 물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거의 모든 강의가 대면으로 바뀌면서 등교 인원이 폭증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역소는 서울 캠퍼스 기준 기숙사 로비 및 캠퍼스 정문, 중문, 후문에 각각 하나뿐이기에 그렇다. 검역소 근무자에 따르면 하루에 검역소를 통과하는 사람은 6,000명 이상인데, 중문은 300명을 넘는 정도인 것에 반해 전체의 절반이 넘는 3,500명 이상이 후문 쪽을 이용한다고 한다. 자연스레 후문 검역소가 붐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무리 절차가 간략해도 길게 늘어선 줄을 마주한다면 수업 시작이 얼마 남지 않은 학생은 불만을 품거나 검역소를 거치지 않고 강의실로 향하게 될 따름이다. 정해진 위치에 스티커를 잘 붙인다고 해도, 옷의 재질에 따라 스티커가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검역 스티커 외에 비대면 강의 수강 공간 역시 문제다. 대부분의 강의가 대면으로 이뤄진다고는 해도 수강생 수 40인 초과, 확진자 발생, 교수 재량 등의 이유로 여전히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강의가 있다. 문제는 대면 강의 직전 혹은 직후에 비대면 강의를 연속해 수강해야 하는 경우다. 앞선 강의가 정시보다 5분에서 10분 정도 일찍 끝난다 한들, 그 짧은 시간 안에는 가까운 기숙사에서 생활하더라도 귀가·등교하기는커녕 인근 카페에서 자리를 잡기도 힘든 탓이다. 물론 인근 카페에 자리가 있을 것이란 보장 또한 없다. 따라서 학생들은 빈 강의실 같은 가까운 교내 공간을 찾아 들어갈 수밖에 없다.
  일례로 본교 대학원 문화연구학과를 살펴보면 수요일 12시부터 15시, 15시부터 18시에 졸업요건에 포함되는 필수 강의가 연속으로 있는데, 두 번째 수업은 4주차까지 비대면으로 진행했다. 하지만 첫 번째 수업을 마치고 갈 데 없는 대부분의 수강생들이 같은 강의실에서 두 번째 수업을 함께 들었고, 결국 사회적 거리두기의 의미 없이 허울뿐인 비대면이 됐다. 그뿐 아니라 여럿이 한곳에서 같은 와이파이를 이용한 탓에 접속이 불안정해 줄곧 화면과 음성 수신이 원활하지 않았으며, 아예 수차례 연결이 끊기는 원우도 있었다. 좁은 공간에 여러 마이크가 밀집해 오디오 중첩에 따른 소음이 생겨, 한 사람씩만 차례대로 마이크를 이용해야 했던 것은 차라리 사소한 불편일 정도였다.
  검역 스티커 제도와 마찬가지로 대면-비대면 연강으로 인한 공간 문제 역시 지난 2월 28일 청룡광장 게시글에서 제기된 바 있다. 이것이 누구나 대면 학사와 함께 일어나리라 예측 가능한 문제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해결법을 미리 마련해 두지 않은 책임은 분명 학교에 있다. 학교는 하루빨리 검역소의 수와 스티커 확인 인력을 확충해 유용한 형태로 바꿀 것이 아니라면 이를 아예 폐지하고, 시간표 수정이나 공간 마련을 통해 원우들이 대면과 비대면 어느 쪽의 수업도 순조롭게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손주만 편집위원 | sonju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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