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준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문화 잡식(Omnivore)을 위해

 

이학준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 문화소비 연구에 다양성지수와 포괄성지수를 응용함으로써 생기는 장점은

  한국은 물론이고 많은 유럽 국가가 문화바우처 사업을 진행하고 있지만, 특정 장르에 대한 소비 집중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예컨대 2016년 이탈리아의 문화상품권 ‘보너스 컬투라(Bonus Cultura)’는 바우처 소비의 80%가 책에 집중되는 소비편향 현상을 겪었다.
  따라서 정책 입안자는 특정 장르에 소비가 편중된 현재의 상태를 유지할 것인지 아니면 분산시킬 것인지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의사결정을 위한 근거를 활용해 정책 수혜자인 국민들에게 있어 어떠한 소비형태가 적절할 것인지, 어떠한 소비형태를 유도해야 문화정책의 근본적 목표인 국민의 삶의 질이 제고될 수 있을 것인지를 고려해야 한다.
  그러므로 실증분석을 시행할 때, 다양성지수를 응용한다면 정책사업의 추후 개선사항에 대한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다. 또한 포용수준 역시 소비제약을 지닌 국민들을 대상으로 정책사업을 확대할 것인지 혹은 유지할 것인지에 대한 기본적인 정책의사 결정의 근거로써 활용될 수 있다.

■ 우리의 문화소비가 영화에 편중된 이유는

  원활한 소비가 이뤄지기 위해서는 자본의 충족과 낮은 제약이 요구된다. 즉 문화서비스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이동거리 및 접근성(물리적 제약) ▲문화서비스에 대한 향유능력 ▲관람료에 대한 지불능력(금전적 제약) ▲여가시간의 확보(시간적 제약) 등이 고려되며, 각 조건들이 충족됐을 때 문화서비스에 대한 소비 의사가 소비로 이어질 수 있다.
  영화 관람이 기타 문화예술에 비해 소비 비중이 높은 이유는 위의 조건들 중 크게 세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먼저 낮은 물리적 제약이다. 일반적으로 영화소비의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멀티플랙스 영화관은 씨제이(CJ) 그룹의 CGV, 롯데 그룹의 롯데시네마, 중앙그룹의 메가박스와 같이 충분한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이 운영주체이며, 때문에 번화가의 복합 쇼핑몰과 같이 유동인구가 많고 접근이 용이한 곳에 위치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그러므로 물리적 접근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다음으로는 영화 콘텐츠에 내재해 있는 대중성과 오락성이다. 국내 영화 소비 가운데 상당수가 상업영화에 의해 발생하는데, 이것들은 상업적 흥행을 목적으로 제작된 만큼 대중의 니즈와 흥미 유발에 집중하며 내용 이해에 대한 진입장벽 역시 낮은 편이다. 따라서 영화 내용을 이해하기 위한 인지적 노력의 요구 수준, 필요한 문화서비스 향유능력이 높지 않은 셈이다.
  마지막으로는 낮은 관람료다. 최근 몇 년 사이 영화 관람료의 인상이 잇따르고 있으나 여전히 만 원 초반대로 클래식 음악회나 뮤지컬에 비하면 저렴한 수준이며, 통신사를 비롯한 다양한 제휴사에서 제공하는 할인 혜택 등으로 인해 실질 구매가는 더욱 낮아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이같이 전술한 요인들의 상호연관을 통해 영화 관람은 대표적인 여가활동으로 자리잡았다.

■ 계획 혹은 진행 중인 후속 연구는

  정책적 의사결정의 우선순위를 위해 소외계층을 다양화함으로써 잠재적 소외계층을 발굴하고 코로나와 같은 외부환경 요인들을 고려한 후속 연구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문화향유정책 및 문화예술교육정책 등 문화정책 전반에서 지원대상 확대를 도모하고 있는 만큼, 이와 관련된 재원마련이 요구된다. 이에 따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는 재원마련 및 세입세출구조 개선 방안과 같이 문화재정과 관련된 연구들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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