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주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대학원신문사를 떠나며

 

김한주 / 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석사과정 마지막 학차를 일과 병행하게 됐다. 대학원 진학 전 첫 번째 직장에서 큰 의미의 ‘기획’을 접했고, 대학원에서 ‘문화기획’을 세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있다. 1월부터 일하게 된 두 번째 직장에서 또한 지금까지 이해했던 바와는 조금 다른 듯, 하지만 크게 보면 같은 결인 ‘기획’업무를 맡게 됐다.
  앞선 1년 반의 시간 중 반년은 교육조교, 1년은 대학원신문사와 연구보조원 활동을 병행했다. 조교와 신문사 편집위원으로 활동하면서 학비를 해결할 수 있었고, 연구보조를 통해 학위논문을 구상해 볼 수 있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마지막 학차인 지금 학위논문 작성과 대학원신문사 활동을 함께 하려고 했으나, 갑작스럽게 회사 근무와 학업을 병행하게 돼 신문사 활동이 어려워졌다.
  작년 신문을 함께 만드는 동료들에게 “이것만 끝나면” “이번 것만 끝나면” 이런 말들을 자주 입에 담았다. 하지만 그 말대로 된 적이 없었다. 매번 ‘이번만’ 넘기면 다음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하면서 벌여 놓은 일을 어찌어찌 기간 맞추기에만 급급했던 것이다. 그렇게 어영부영 마무리하게 되면 다음에는 그러지 않겠다고 다짐하지만, 어느새 공허한 외침으로 사라지고 기존 행동을 반복했다. 아무리 정리하려 해도 일은 계속 쌓이고, 정리는 해도 해도 끝이 없는 듯싶다.
  개인적으로 정리라는 행위를 좋아한다. ‘글’ 또한 생각이나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 등 무언가를 정리할 수 있는 수단으로 느껴져 좋아한다고 말하곤 했다. 계속해서 활자와 가까이 살아갈 수 있는 삶에 감사하면서도 스트레스도 쌓여 간다. 그럼에도 글은 여전히 좋고, 좋아하는 글 옆에서 먹고 살 수 있기를 바랐다. 그래서 대학원에서는 신문사 활동과 연구를 통해 글 곁에 있고자 했으며, 신문사 활동을 통해 이렇게 또 일을 시작하게 됐으니 진심으로 다행이라 생각한다.
  절반이 넘게 지나버린 석사과정 중 대부분을, ‘왜’에 대한 고민을 풀고 싶어 진학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어떻게’에만 치중하며 보냈다. 공부보다 잿밥에 관심을 가진 채 마지막 학차를 맞이한 것이다. 학위논문 주제도 정했고 방법도 얼개를 꾸며 놓았지만 계속 의문이 들곤 한다. 그렇게 의문이 들 때마다 공부보단 일을 하고 싶어지던 때가 있었다. 사실 학생에게는 공부가 일일 터라, 대학원에 진학한 후로는 언제나 그 둘을 병행하고 있었겠지만 무엇 하나 잘하고 있는지를 물어본다면 선뜻 대답하기 어렵다.
  공부고 일이고 하기 싫을 때면 술을 즐겨 마셨다. 술만 마시면 “하고 있는 생각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취해서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때 무슨 생각을 하고 있었고 왜 그런 말을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중요하거나 깊은 생각이 아니었기에 그랬을 것이다. 지금 하고 있는 생각도 나중에는 아무 기억도 못 할 것이다. 그래서 더더욱 글을 통해 남기는 기록의 중요성을 느끼곤 한다. 그렇기에 이번에 ‘원우말말말’ 지면을 통해 인사할 수 있게 배려해 준 신문사에 고마운 마음이 든다. 바쁜 학기 중에도 가끔 함께 술잔을 기울였던 대학원신문사 동료들과의 추억이 기억 한 켠에 자리 잡아있다. 다시 한번 작년 한 해를 함께했던 모든 대학원신문사 동료들에게 무한한 감사를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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