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부 /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0과 1로 바라본 세상]
‘디지털’이라는 단어를 빼놓고 더는 이 세상을 설명할 수 없다. 무엇이 이토록 디지털을 부르짖게 하는 것일까. 과학기술 발달로 인해 과거엔 실현 불가능했던 것들이 가능하게 됐고, 사람들은 현재에 안주하지 않으며 미래에 투자하려 하고 있다. 지금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형태의 세계가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디지털로 변한 오늘, 그리고 앞으로 만들어갈 세상을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코인, 돈이 될 수 있을까 ②패러다임의 변화, 메타버스 ③운전면허가 필요없는 세상 ④의약의 새로운 도전, 디지털 치료제

 

금보다 비싸진 암호화폐, ‘Coin’


이원부 / 동국대 경영정보학과 교수

 

 
 

 

  작금의 많은 이들이 기존 법정화폐 대신 암호화폐를 새로운 투자 수단으로 생각하고, 이를 실제 행동에 옮기고 있다. 더불어 불확실한 금융환경 및 저금리, 달러가치 하락과 함께 곧 닥칠 것으로 예상되는 인플레이션 등을 대비하는 안전자산으로도 신중하게 고려하고 있다. 실제로 최고의 안전자산인 금의 지분을 대체한 암호화폐 보유율이 투자 포트폴리오 상 상승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암호화폐의 실체는 무엇이고 장래는 어떠한가 ▲화폐로서의 다양한 용처 및 강제통용력은 있는가 ▲가치안정성은 어떠한가 ▲최고의 안전자산이라고 하는 금과 견줄 수 있는 새로운 금융자산이 될 수 있는가에 대한 포괄적 이해가 필요하다. 여기서 말하는 ‘포괄적’이란 암호화폐의 영향요인들에 대한 상호연동적 또는 독자적 변화에 대한 다양성을 의미한다. 예를 들면 암호화폐를 주식처럼 간주해 변동성을 예측한 경우 실제는 이와 상반된 실증적 결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달러 약세나 디플레이션으로 인한 암호화폐 가치가 당초 예측과 다른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하나의 잣대나 원칙으로 암호화폐 미래를 속단하기는 이르다.


암호화폐에 대한 이해


  암호화폐는 지폐나 동전 등의 실체 없이 디지털 환경에서 거래되는 명목 화폐이다. 잔고나 소유권이 인터넷상에서 인지되며 이를 거래에 활용함으로써 화폐로서의 기능을 수행하고, 장단기 보유나 활용에 따른 자산운용의 수단으로 이용할 수도 있다. 발권의 주체는 각국의 중앙은행이 아니며 블록체인 원리에 기반한 PoW(Proof of Work)나 PoS(Proof of Service)같은 사용자 합의 알고리즘에 의해 국경을 넘은 범국가적 네트워크 시스템에서 발행(채굴)된다. 발권이나 회수, 이자율 결정 등에 있어 중앙은행의 독단 없이 사용자들의 민주적 절차에 따라 화폐가 관리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비트코인의 경우 2천1백만 개의 발행량을 한계로 발권량이 조절돼 인플레이션의 위험을 대비하고 있다. 이는 독단적 대량 발권에 의한 인플레이션이나 당국의 자의적 이자율 결정 등의 부작용을 방지할 수 있어 민주적 금융을 구현할 수 있다. 그렇다면 기존의 디지털 금융거래와는 무엇이 다른가. 우선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모바일 뱅킹을 비롯해 현재 다양한 제도권 금융은 한국은행이 발행하는 법정화폐를 기준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법정화폐는 지폐나 동전 같은 실물로 표시 돼 강제적 통용력을 보유하며, 정부의 신뢰도를 바탕으로 한 가치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면이 있다. 다만 정부의 신뢰도 하락에 따른 가치의 동반하락은 피할 수 없는 불안요소이다.
  암호화폐는 법정화폐에 비해 ▲민주적 화폐관리 ▲강화된 보안 ▲사용 편리성 ▲위조 지폐 방지 ▲이동의 신속성 ▲저렴한 거래 수수료 부과 등의 장점이 있다. 이를 바탕으로 기존 법정화폐 기반의 전통금융을 혁신적으로 대체 또는 추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는 것이다. 다만 보장된 환가가치 부재 및 익명거래에 따른 자금세탁이나 불법행위 등에 대한 추적이 불가하며, 극심한 가격변동에 따른 항구적 안정자산으로서의 의문도 있다. 따라서 암호화폐의 순기능은 살리되 가격 변동 등의 역기능을 최소화한, 중앙은행이 발행하는 CBDC(Central Bank Digital Currency)가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도 이에 동참해 한국은행이 시중은행, 카카오 등과 함께 연구 및 타당성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암호화폐의 미래와 활용법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떨까. 먼저 암호화폐는 화폐 기능에 우선해 블록체인이라는 혁신적 사고를 산업적으로 구현하는 촉매 기능을 가져 향후 국가 경제발전에 무궁한 활용기회 를 제공한다. 이는 지금껏 정부당국과 금융기관이 암호화폐의 선기능인 산업 혁신성보다 는 심한 가격 불안정에 따른 소비자 피해 구제의 역기능 방지대책에 치우쳐 간과한 부분이다.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새로운 블록체인 생태계가 구축되면 거래의 신뢰도 확보, 신속한 거래처리 및 거래비용 절감과 보안 강화등을 통해 현재 한계에 다다른 비대면 인터넷 거래를 혁신할 수 있다. 또한 기존 산업의 유통 구조를 개선해 산업경쟁력 강화와 소비자 이익 증진을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더불어 암호화폐는 보상기능을 통해 블록체인 생태계로의 참여를 유도하며 생태계 성장 및 활성화에 큰 기여를 하게된다.
  또한 암호화폐는 화폐 통용성 및 자산증식의 기회를 제공한다. 범국가적 통용성을 가지며 장단기 보유를 통해 가치 증대의 수단으로 활용가능하다. 이는 개별 국가들의 법정화폐 신뢰성 저하에 대응해 가치 저하를 막는 대비책이 될 수 있다. 달러화 같은 특정 법정화폐나 세계 경제의 인플레이션에 따른 금융위기에 대처도 가능하다.
  그러나 이를 일반화시켜 획일적 잣대와 판단 기준으로 암호화폐의 장점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 24시간 거래 가능한 암호화폐는 극심한 가격 변동을 유발해 가치의 안정성 확보가 난망하다. 언제 어느 요인에 의해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지 모른다. 최근 우크 라이나 사태로 인해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락한 것과 미국 기업들의 수익성 향상 및 저금리 등의 호재로 가격이 급등하다가 예상과는 반대로 급반전 하락으로 돌아서고 있는 것이 일례다. 이러한 암호화폐의 가치 불안정성을 보완하기 위해 기축통화와 연동된 USDT 같은 가치보장형, 일명 스테이블 코인이 유통되고 있다. 그러나 가치의 고정성 확보는 달성하더라도 시장경쟁에 따른다는 암호화폐 고유의 가치 결정 철학에 맞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어 온전히 기능을 발휘할 수 없다. 더불어 가치보장을 위해 막대한 지불준비금이 강제된다는 제도적 부담도 있다.
  그렇다면 암호화폐를 어떻게 활용해야 하나. 우선 정부가 암호화폐를 블록체인 산업이라는 차세대 먹거리 창출의 핵심 촉매로 생각해야 한다. 현재 소비자 보호 일변도 정책을 벗어나 선순환적 투자환경을 조성해 블록체인 산업 글로벌 경쟁을 선도하는 신지식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유망한 스타트업을 블록체인 산업에 유치하고 활용함으로써, 전문인력을 육성하고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 중요하다. 블록체인 산업과 순치관계인 암호화폐 발행에 대한 금융규제를 과감히 해제해 테크 기업들의 금융 산업 진출을 자율화해야 할 것이다. 즉 대한민국을 ‘블록체인 산업 글로벌 테스트베드’로 육성해야 하는 것이다. 전문화된 기술력과 글로벌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구비한 실용적 인재 양성이 시급하다.


투자로서의 암호화폐


  투자자 관점에서 보면 암호화폐의 미래는 어떨까. 일단 글로벌 자산으로서 금과 같은 가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고 더불어 가치상승 및 하락에 대한 제도적 대비가 있어야 한다. 먼저 둘의 차이점을 분석해보면 금은 암호화폐 같은 명목화폐와 달리 실존하는 환가가치를 가지고 있다. 글로벌 통용성을 가지고 있으며 귀금속 제작 및 산업적 활용과 같이 용처도 다양하다. 기축통화에 대한 준비자산으로 각국 중앙은행의 수요도 높다. 반면 암호화폐는 대표적 명목화폐로서 실제적 환가가치가 없다. 대신 글로벌 경제 생태계에서 범용적으로 인정되며 거래소에서 교환을 통해 가치가 결정된다. 환가가치는 부재하지만 특정 정부나 국가의 단독 운용에 의한 가치 불안정에 비해 비교적 신뢰성 높은 명목가치를 보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이는 최근 금의 대체 자산으로서 개인이나 투자기관들의 암호화폐 보유 비율이 상승하는 상황으로 확인할 수 있다. 물론 금에 비해 현재 암호 화폐의 가치 등락에 대한 불안정성은 극심하다. 때문에 제도적·기술적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필요하며 정부의 개입을 통한 완충장치 설치가 필요하다. 주식 매매의 써킷브레이크나 사이드카 같은 등락의 상하한선을 결정하는 것도 하나의 방편이 될 수 있다. 다만 이는 민주적 절차에 따른 통화관리라는 본래 암호화폐 운용 철학과 기능을 훼손하게 돼 소기의 목적 달성을 반감시키는 결과가 될 수 있다.
  무방비 상태의 가격 등락으로 인해 암호화폐에 대한 안전자산으로서의 가치를 크게 부여할 수는 없지만, 글로벌 금융위기나 인플레이션의 대비라는 순기능을 감안하면 어느 정도 효용이 존재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글로벌 합의에 따라 신뢰성 있는 암호자산 운 용으로 가치상승에 대한 높은 투자 가치를 지닌 공격적 자산으로서는 충분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암호화폐는 거래소 가격 차이에 따른 단순한 차익 실현 보다는 블록체인 산업 생태계 참여를 통해 투자수익 창출 및 국가 산업 발전에 동참할 수 있는 동시의 기회가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