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흠 /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사회_마케팅과 소비]

우리가 생활하는 데 있어 연속적인 소비가 발생한다. 이러한 소비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 중 하나가 마케팅이라고 할 수 있다. 마케팅은 관련 제품이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하나의 경영 활동이기 때문이다. 본 글에서는 ‘자의적인 소비’를 이뤄내기 위해 어떤 소비가 실행돼야 하는지, 그리고 현대사회에서 마케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지를 주목해 현명한 소비자가 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바이럴 마케팅이란 무엇인가 ② 공동 브랜딩, 가치의 융합 ③ 소비자를 분석하다 ④ 소비의 다양한 형태

 

최근 소비의 다양한 형태와 그것의 의미
 

김종흠 / 인천대 소비자학과 교수

 

 
 

 

  과거에 소비는 ‘소비자에게 특정한 욕구나 소비 동기가 발생할 때 이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을 구매해 사용하는 것’으로 정의됐다. 생산 기반 중심의 시스템이었던 만큼 제품의 구매와 소모에 국한적으로 그 의미가 부여됐고 소비자 또한 제조사나 유통사를 중심으로 시장에 공급된 상품에 한정해서만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과 함께 현대 사회는 정치·경제·사회·문화는 물론이고 산업의 전 분야에 걸쳐 세분화·전문화·다양화됐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개인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소비자의 욕구를 자극하는 요인들 역시 매우 구체적이고 방대해졌다.

  이제 소비자들이 다양한 요인에 의해 생겨난 각기 다른 소비 욕구를 적절히 충족시킬 수 있는 구체적인 소비 형태와 유형을 시장환경에 요구하는 시대가 됐다. 더불어 이들은 스스로 제품의 생산부터 판매 및 구매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도 한다. 이로 인해 현대 소비시장은 재화와 서비스의 종류가 무척 다양해졌고 소비자들의 소비 행위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앞으로도 소비시장의 환경은 기술과 소비자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에 의해 지속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 소비 유형에 대해 직시하는 것은 우리에게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라 할 수 있다. 최근 급변하는 기술과 사회적 가치관이 소비 트렌드에 어떻게 반영되는지를 대표적인 소비 유형 세 가지를 중심으로 알아보고자 한다.

 

구독경제 :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소모한다

 

  현대 소비시장에서는 공급되는 제품과 서비스가 무수히 많아 소비자 스스로 선택해 구매하고 사용할 수 있는 것들의 종류 또한 무궁무진하다. 또한 빠른 기술 발전 속도는 새 제품으로의 교체 주기를 단축시키고 있다. 때문에 소비자는 제품의 구매를 ‘소유’ 관점보다는 ‘경험과 체험’ 관점으로 접근한다. 이처럼 변화된 소비 가치관은 정해진 기간 동안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필요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하는 ‘구독경제’라는 새로운 형태로 나타나고 있다. 갖가지 디지털 미디어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 가능한 OTT(Over-The-Top), 의류·자동차·도시락, 그리고 청소와 같은 생활 등 매우 다양하고 넓은 범위에 걸쳐서 소비자에게 구독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다.

  구독경제는 발전된 기술의 접목으로 소비자의 욕구와 원하는 바를 시기적절하게 충족시켜 줄 수 있기에 최근 급부상했지만, 사실 과거부터 지속적으로 존재해 왔던 소비 유형이다. 신문 구독이나 우유 배달 서비스가 그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맥락에서 살펴볼 때, 미래의 소비 유형은 현재와 완전히 다른 새로운 형식이기보다는 기존에 존재했지만 주목받지 못했던 소비 형태들이 당대의 기술과 시기적절하게 접목돼 순환적이고 발전적인 모습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플렉스(FLEX)소비 : 나를 위한 소비를 추구한다

 

  일반적으로 소비자는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이른바 ‘가성비’ 높은 제품을 구매한다. 의류·가전제품·식사 등 거의 모든 품목에 있어 가격과 성능의 비교는 소비자의 의사결정에서 매우 중요한 고려사항이다. 이처럼 소비자는 평소에는 가격과 실용성을 고려해 절제된 소비를 추구하곤 한다. 그러나 특정 상품에 있어서는 다른 모습을 보인다. 예컨대 자신의 기분이나 취향을 대변·대표할 수 있는 ‘감성적 가치’를 지닌 제품에는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도를 뜻하는 ‘가심비’에 집중한다. 구체적으로는 자신이 사고 싶은 고가의 명품 의류·가구·자동차 등 프리미엄 제품에 과감히 비용을 지불하는 것이다.

  위와 같은 소비 형태를 이른바 플렉스 소비라고 하는데, 특히 MZ세대를 중심으로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지난 해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2030세대 3천64명을 대상으로 플렉스 소비를 하는 이유에 대해 조사한 결과, ‘자기만족’이라는 답변이 52.6%로 가장 우세했다. 코로나로 경제와 산업 전반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플렉스 소비는 한국에서 더욱 일반적인 소비 현상으로 자리잡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소비 여력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고가의 제품을 선호하는 플렉스 소비의 원인이 단지 순수하게 고가의 제품을 구매하는 데서 오는 소유에 대한 기쁨만은 아닐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사회·경제적으로 문제가 발생하면 소비자는 자신의 삶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미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된다. 이러한 불안심리는 앞날에 대한 준비보다는 ‘현재와 지금’을 즐기려는 소비 양상으로 나타나고 현재의 불안정한 처지를 보상받고자 하는 우아한 소비로 연결 지어진다. 고가의 제품 및 서비스를 구매함으로써 일시적이나마 지금 자신이 경험하는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소비를 통해 삶에 대한 통제감을 경험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플렉스 소비를 단순히 ‘자기만족’의 측면에서만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보다는 사회적인 맥락을 고려해 소비자들이 느끼는 심리적 위협감이나 불안감의 측면에서도 함께 살펴봐야 한다. 그래야만 미래에 더욱 건강한 소비 환경 조성과 관련된 대안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착한 소비 : 나만이 아니라 타인을 위한 윤리적 소비를 추구한다

 

  과거에 소비자는 자신의 욕구와 필요성에 따라 제품 및 서비스를 선택해 구매하고 사용하는, 경제적이면서도 효용이 극대화된 소비를 추구했다. 하지만 제품 생산-구매-사용-처분이라는 소비 전 과정에서 소비자의 선택이나 행동이 타인과 사회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이 매우 크다는 인식이 확산됐다. 즉 소비자들은 기본적으로 개인을 위한 소비 생활을 추구하지만 동시에 가능하면 타인과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소비 행동을 고려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소비를 도덕적 소비 또는 윤리적 소비라 말할 수 있다. 관련된 구체적 예로는 ▲가성비가 가장 높지 않더라도 친환경을 고려해 생산한 제품을 구매하는 녹색소비 ▲생산자의 삶을 고려해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소비 ▲사회적 약자나 소외계층에게 이익금의 일부를 기여하는 제품에 대한 소비 ▲착한 행동을 한 소상공인의 제품을 구매해 이른바 ‘화폐투표’를 행사하는 ‘돈쭐내기’ 등이 있다. 이들은 현대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윤리적 소비에 해당한다. 기술이 고도화됨에 따라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고 사람들 사이에 직접적인 상호작용과 유대관계가 약해질수록 착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는 사회적으로 더욱 강조될 수 있는 소비 유형으로 여겨진다.

  인간은 진화의 결과로 사회적인 유대감과 소속감을 매우 중요시하게 됐으며 혼자서 살아가기에는 너무나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는 존재이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 바이러스의 유행에 따라 디지털 소비가 증가하면서 개인 간 상호작용의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장기화된 사회적 거리두기는 타인과 상호작용을 하고 싶은 욕구의 증가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생활의 가장 기본이 되는 소비에서 나와 타인, 그리고 환경과의 긍정적 상호작용이라는 뜻을 내포하는 착한 소비와 윤리적 소비는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 현대 소비시장에서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대표적인 소비 유형 세 가지의 내용과 그 의미에 대해서 알아보고 현재의 소비 유형이 미래에는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예측해 봤다. 그러나 누구도 미래에 무슨 일이 어떻게 발생할지 정확하게 예언할 수는 없다. 단지 현재 일어나고 있는 소비의 변화를 감지해 미래의 소비를 추측할 따름이다. 따라서 과거에 존재했던 소비의 양상과 현재 우리 일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주도면밀하게 관찰해야만 미래의 소비 트렌드를 점쳐 볼 수 있을 것이다. 소비의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형의 소비는 정치·경제·사회·문화·기술의 발달과 유기적인 관계를 갖고 생성 혹은 발전한다. 때문에 인간을 둘러싼 환경을 거시적 관점에서 잘 이해하는 일이 향후 소비가 어떤 양상으로 나타나는지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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