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양극화’ 시대를 직시하며

 

  작년 이후, 경제는 아비규환에 빠졌다. 실직·폐업·취업난 등으로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이들은 눈물조차 말라버렸고, 전세의 월세화에 맞서 반전세라도 구하기 위해 돌아다니는 발은 부르트고 있다. 이 와중에 올해 10월, 서울 아파트값은 평균 12억 원을 돌파했다. 동월 28일자 국민일보에 따르면 작년 말 평균 매매가였던 10억4천299원이었을 때에도 20대의 저축가능액으로는 집 구매까지 94.91년이 걸린다고 했는데, 12억 원이 넘어간 지금은 ‘죽어서나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자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청년들의 빈부격차 또한 빠르게 벌어졌다. 올해 10월 11일자 한국일보에 의하면 지난해 MZ세대 중 상위 20%인 5분위의 평균 자산이 8억7천44만 원인데 비해 1분위는 2천473만 원으로 드러났으며, 서울연구원의 ‘데이터 인사이드 리포트’ 발표에서도 1985년부터 1996년 사이에 태어난 Y세대의 자산 형성이 가장 더딘 것으로 나타났다. 2030의 ‘곡소리’가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폭등은 자산에만 수식되진 않는다. 금리·소비자물가·가계부채가 모두 가파르게 상승했으며, 자산 격차는 소비의 양극화로 퍼져나가고 있다. ‘영앤리치’는 현대백화점에서 2030 전용 VIP룸을 도입할 정도로 대접받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생활비 대출조차 쉽게 받지 못하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다른 세계’에 사는 또래의 삶 앞에서 후자가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이루 표현할 수 없다.

  이러한 상황 속, 청년들은 부동산 하락을 바라며 체념하거나 소액으로 진입 가능한 주식·가상화폐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경제 전문가들이 대부분 가격 폭락이 올 확률은 매우 적다고 입을 모으는 형국에서 그들의 선택을 일확천금에 빠진 욕심이라고만 정의할 수 있을까. 무리해서 집을 구매한 이들의 형편도 크게 다르진 않다. ‘갭투자’로 작년에 집을 샀다는 직장인 A씨는 “언제까지 정부 말만 믿고 오르는 집값을 넋 놓고 보고 있어야 했냐”며 반문했다. 사회에서 이를 투기로 규정한다면, 투기꾼이 돼도 좋으니 무능한 남편은 되지 않겠다는 그의 냉소적인 말은 씁쓸함을 불러일으킨다.

  부의 사다리를 탈 수 없는 청춘들은 투자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평균 근로소득으로 경제적 안정을 꿈꿀 수 없는 시대의,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그렇기에 직장으로 출퇴근 가능한 집 한 채, 차 한 대 갖고 싶다는 그들의 꿈을 탐욕으로 취급하는 전제가 깔린다면 시장 구조를 결코 정상적으로 되돌릴 수 없을 것이다. 경제는 그 주체의 니즈를 온전히 이해하는 것에서 시작되며, 먼 미래를 보고 체계적인 계획을 세워 ‘큰 그림’을 채워나가는 과정이다. 이젠 경제의 양극화를 제로섬게임으로 보는 시각에서 벗어나, 빈자를 끌어올려 부자를 만드는 정책이 나오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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