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원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균형 있는 언론의 필요성


 이희원 / 대학원신문 전 편집장

 

  오랜만에 글을 쓴다. 한때 중앙대 대학원신문에 소속됐던 아무개로 이름을 새긴 글. 편집과 마감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다시금 ‘외부인’이 된 지금, 감히 ‘평가’라는 것이 가능할지 의심이 드는 게 사실이다. 하나의 신문을 만들기 위해 어떤 지난한 과정이 동반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최선의 결과물을 내려고 노력하면서도, 동시에 ‘어쩔 수 없다’라는 말로 타협하며 여러 제약을 받아들이던 기억이 불쑥 떠오른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활자는 그만큼 감정이 묻어있는 잉크 덩어리가 아니기에, 독자에게 모든 우여곡절을 설명하며 이해를 바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런 의미에서 대학원신문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완성에 가까운 형태를 갖춰야 하며, 무엇보다 제한된 조건 속 균형감 있고 알찬 기사를 제공해야 한다. 과연 본지는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했을까. 질문을 던져 보며 시작하려 한다.

  먼저 기획 지면의 현장성과 다양성이 눈에 띄었다. 그중 코로나 시대 대두된 자영업자의 현주소와 함께 한국의 경제적 실태를 다룬 특집호 주제는 우리가 직면한 현실적인 질문들과 결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비대면 체제가 삶의 기본 양식으로 정착되고 있는 시점에 IT 지면에서 디지털 소외의 문제를 다루는 것 역시 그 가치가 빛났다. 각각 과학과 사회 지면을 통해 반도체, 마케팅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 또한 하나의 신문 안에 다양한 논의가 오가는 풍경으로 연출돼 흥미로웠다. 다만 기획 지면은 어느새 본지의 고유한 정체성이 된 만큼,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전문적·학술적 성격의 글을 통해 ‘대학원신문’이라는 매체의 특성이 드러나지만, 자칫 그 방향성이 모호해질 경우 지면이 낭비될 위험이 있다. 따라서 주요 독자층인 연구자에게 각 편집위원의 지적 영감을 어떤 방식으로 전달할지에 대한 고민이 함께한다면, 더욱더 가치 있고 다양한 탐구의 장이 열리리라 믿는다.

  한편 각고의 노력이 군데군데 묻어나 있음에도 학내 기사의 구성과 내용은 전반적으로 많은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신문의 첫인상을 결정하는 1면의 포커스는 가장 중대하게 다룰만한 교내 혹은 대학사회의 이슈가 주가 돼야 하지만 371호를 제외한 나머지 기사들은 기성 언론에서 볼 법한 주제에 불과하거나 단신으로 배치해도 충분한 정보성 글로 채워져 있었다. 오히려 학업과 관련된 행정적 문제나 원우의 생활과 밀접한 장학 제도 이슈가 2, 3면에 걸쳐 나오는 터라, 각 지면의 성격을 세심하게 이해하고 이러한 문제의식을 재배치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전해 본다. 그 외 은유적인 제목으로 인해 중요한 기사를 쉽게 지나칠 수 있으며, 내용에 있어서 축소해도 될 정보가 길게 나열돼 있다는 문제점에 대해서도 곱씹어 보길 바란다.

  결국 언론의 본질을 되새기는 일은 아무리 반복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학기에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본다. 전문성 있는 기획 기사의 구성은 다양한 주제를 아우른다는 지점에서 흥미로웠지만, 정작 비판적 관점을 토대로 학내의 사안을 견제하고 원우의 소통창구 역할을 해야 할 학내 기사는 그 힘이 약했기 때문이다. 부디 본지의 정체성에 더욱더 집중해 그 균형을 잘 맞추길 바라는 마음과 함께, 끝으로 한 학기 동안 잘 버텨 준 구성원들을 위해선 다소 비겁하게나마 조건 없는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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