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가능한 한류의 발전]

언어 너머의 문화

 

  “1인치 정도 자막의 장벽을 뛰어넘으면 훨씬 더 많은 훌륭한 영화들을 많이 볼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의 말처럼, 자막으로 상징되는 낯선 언어란 문화와 문화가 만나는 최전선에 세워진 장벽과도 같다. 다행히 케이팝의 인기로 한류를 감싼 언어 장벽은 급속히 낮아지고 있다. 세계의 팬들이 음악을 통해 한국어에 익숙해진 덕이다. 작년 3월 24일 빅히트는 방탄소년단으로 한국어를 학습할 수 있는 콘텐츠 ‘런 코리안 위드 BTS’를 출시했고, 11월에는 방콕의 민주화 시위대가 시내에서 블랙핑크의 ‘Kill This Love’를 부른 일도 있다. 언어학자 로버트 파우저는 동년 12월 2일 한겨레에 기고한 칼럼에서 한국어를 중심으로 영어를 섞은 케이팝의 언어가 ‘대중음악의 대표 언어’가 됐다고 평했다.

  케이팝의 세계화는 문화콘텐츠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BBC는 지난 15일 기사 ‘The rise of Korean drama addiction’에서 〈오징어 게임〉(2021)의 인기 요인으로 수년간 이어져 온 한류의 부상을 말하며 방탄소년단, 블랙핑크를 ‘누구나 아는 이름들’이라는 뜻의 “Household Names”로 칭했다. 음악 덕에 한국어는 더 이상 변방의 언어가 아니게 됐고, 이것이 다른 한류 콘텐츠의 흥행까지도 견인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언어 장벽이 걷혔다고 바로 문화적 화합이 가능해지는 것은 아니다. 그 앞에는 더욱 복잡다단한 충돌이 기다리고 있다. 따라서 이제 우리의 문화가 맥락과 다르게 오독되는 현상을 수용할 줄 알아야 하며, 타국의 문화를 차용함에 있어서도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해야 할 것이다.

 

손주만 편집위원 | sonju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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