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상집 /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스포츠다움을 찾아서 ③ 기업이 스포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스포츠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 수렵생활을 기반으로 이어져 온 태초의 본능 중 하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과 흥분을 일으키는 스포츠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업적으로 때로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스포츠가 경기 외적인 요소로 인한 명과 암을 살펴보려 한다. 더불어 순수한 ‘경쟁’에서 벗어나 맹목적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스포츠의 본질을 잃고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정치, 경제학적 고찰 ② 지나친 대형자본으로 인한 스포츠 정신의 훼손 ③ 기업이 스포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④ 한국체육이 지향해야 할 스포츠 가치에 대한 고찰


기업이 스포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권상집 / 한성대 기업경영트랙 교수

 

 
 

스포츠는 이미 산업화된 지 오래다. 스포츠에 대한 특정 기업의 투자는 웬만한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보다 높은 것이 사실이다. 미국, 호주, 일본 등 여러 국가는 스포츠를 보편적인 국민 복지서비스로 인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 국가는 다수의 스포츠 종목을 육성하고 글로벌 트렌드를 선도하기 위해 수많은 기업의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스포츠와 기업은 이제 연관 검색어가 됐다.

  미국의 경제전문 잡지 포브스(Forbes)는 매년 ‘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스포츠구단’ 순위를 발표한다. 미국 NFL의 댈러스 카우보이스, MLB의 뉴욕 양키스 등의 명문 구단이 갖는 시장가치는 6조 원에 육박한다. 각 스포츠 종목을 선도하는 글로벌 구단은 시장가치 기준, 중소기업을 넘어 걸어 다니는 굴지의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기업의 투자로 인해 스포츠는 한 단계 위로 ‘스케일 업(Scale Up)’한 상황인 것이다.

경쟁력 강화의 핵심

  기업이 스포츠에 막대한 투자를 진행하면서 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시선도 늘어나고 있다. 이들이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스포츠가 공공복지에서 민간사업으로 그 성격이 변질됐다는 것이다. 공공재 성격을 지닌 스포츠가 소비재로 전환된 점, 그리고 특정 기업이 이를 활용해 자사의 브랜드와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리거나 미화하는 등의 문제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자사의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기 위해 스포츠를 활용한 일은 종종 있었으나 무조건 기업에 유리한 영향만을 미친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다수의 구단은 지금도 적자를 감수해야 하는 실정이며,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다고 평가받는 프로야구와 축구조차 해마다 100~200억 내외의 적자를 기록하는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각종 스포츠협회는 기업이 투자를 줄이거나 회수할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2015년 삼성그룹의 스포츠 투자 축소 소식과 함께 스포츠단의 모기업 역할을 해온 제일기획의 매각 기사까지 나오면서, 관련 업계에서는 경쟁력이 급속히 약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쏟아졌다.

  체계적인 트레이닝과 과학적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건전한 스포츠 정신도 필요하지만 기업의 투자는 필요충분조건이다. 엔씨소프트가 꾸준한 투자를 통해 창단 9년 만에 야구단을 우승시킨 것이 단적인 예이다. 당시 게임 기업에 불과했던 해당 기업이 대기업 중심의 프로야구 세계에서 얼마나 투자할 수 있겠냐는 조롱이 이어졌다. 이에 따라 소속 선수들마저 의구심을 가졌으나, 김택진 대표는 선수들의 과학적 훈련 강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투자를 강화했다. 이는 결국 평균 선수연봉 리그 1위에 오를 정도의 처우개선 및 구단 인프라 확충으로 이어졌으며 2020 KBO 한국시리즈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게 됐다. 성적과 투자 금액은 비례한다는 것을 보여준 대표적 사례이다.

투자가 미치는 긍정적인 영향

  그렇다면 기업투자는 스포츠와 연관 분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걸까. 이에 대해 많은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됐다. 2010년 이후 지금까지 한국체육학회,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 등 관련 학회에서는 기업투자가 침체된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사회경제적 가치를 대폭 증가시킬 수 있는 파급효과를 만들어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2005년 한국스포츠산업경영학회지에 게재된 <국내 스포츠서비스업의 체계적 발전전략 연구>를 살펴보면 스포츠산업 육성과 인력 양성을 위한 국제대회 유치 등을 위해선 기업의 투자가 핵심적이라는 사실을 역설하고 있다. 이어 우수한 경기력 및 국제 스포츠 분야에서의 높은 위상을 유지하기 위해선 훈련과 경기용품에 대한 꾸준한 연구개발 투자가 필요하다는 점 또한 강조했다.

  운동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는 다양한 첨단 시설과 과학적 훈련, 체계적인 코칭 등의 3박자가 병행돼야 한다. 빅데이터 기반 기술을 통한 동작 진단 및 판독 시스템, 선수들의 마인드컨트롤을 위한 심리검사 구축 등은 필수적이다. 그러나 이런 기술력과 시스템 구축은 막대한 비용이 들기 때문에 기업의 적극적인 관심 없이는 실현 불가능하다. 결국 재정적 지원이 지속돼야 스포츠는 과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글로벌로 눈길을 돌리는 기업들

  최근 CJ제일제당(이하 CJ)이 한식 브랜드 ‘비비고’를 NBA 최고 명문구단인 LA레이커스 유니폼에 부착시켰다는 소식은 국내에서 큰 화제가 됐다. 현존하는 최고의 농구선수인 르브론 제임스(Lebron James)가 올해부터 ‘비비고’ 로고를 달고 뛴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또한 CJ는 5년간 1억 달러 규모의 글로벌마케팅 파트너십을 해당구단과 맺었는데, 이는 한국 프로야구 구단의 5년치 운영비에 해당하는 막대한 규모다. 더욱 화제가 된 건 이번 파트너십에 대해 LA레이커스 측이 먼저 국내 기업인 CJ에 파트너십을 제의했다는 점이다. BTS, 오징어 게임 등 국내 문화콘텐츠의 파급력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이때, 글로벌 명문 구단이 국내 기업에게 먼저 손을 내민 사건은 해외 진출의 신호탄이라고도 볼 수 있다. 이제 국내 기업도 국내 스포츠팀이 아닌 글로벌 영향력을 지닌 NBA·MLB ·유럽축구 구단과의 스폰서십 등으로 눈길을 돌리게 될 것이다.

  지나친 대규모 자본이 건전한 스포츠정신을 훼손할 수 있다는 비판도 존재하지만 이미 스포츠는 수많은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첨단 시설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산업으로 전환됐다. 올림픽, 월드컵 등 주요 이벤트가 끝날 때마다 선수들은 꾸준한 관심과 기업의 투자를 절실히 호소한다. 사실 스포츠에 대한 기업의 투자 및 관심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도 거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스포츠 투자에 거부감을 보인다면 기업들은 국내가 아닌 글로벌 구단으로 눈길을 돌릴 것이다. 자사 브랜드의 글로벌 가치 상승, 인지도 및 수익 창출 가능성을 생각할 때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구단과의 스폰서십 협력을 거절하고 국내에 투자할 명분도 별로 없다. 따라서 지금은 국내 기업의 관심과 투자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우리는 투자를 올바른 방향으로 유도해 기업과 스포츠가 동반성장할 수 있는 방향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투자와 관심, 지원이 부실해지면 경쟁력은 물론 스포츠 정신까지 함께 쇠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