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숭 / 전주대 실감미디어 디지털공유대학 사업단장

 

디지털 정보, 신(新) 빈부격차의 시대 ③ 디지털교육,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이와 관련된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명확한 직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격차가 일어나는 일련의 사례를 통해 조명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주목해보겠다.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이 이뤄져야 할지 다각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역사 ②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 ③ 디지털교육,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④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미래형 교육을 바라보는 지금

 

한동숭 / 전주대 실감미디어 디지털공유대학 사업단장

 

 
 

 

  교육부는 연간 816억 원의 막대한 재원을 투여해 공유, 개방, 협력을 기반으로 6년간의 디지털 신기술 핵심인재 양성 사업을 시작했다. 이 사업에서 8개의 신기술 분야로 선정된 각 컨소시엄들은 지역 간·대학 간 교육역량 해소를 위해 인적·물적 자원을 공유한다. 컨소시엄에 속한 대학끼리 협력해 수준별 모듈형 표준교육과정을 개발하는 등 국민 누구나 신기술 분야의 교육과정을 이수할 수 있도록 개방형 가상공유대학을 지향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의 8개 분야는 디지털 기술의 핵심을 차지하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차세대 반도체 ▲실감미디어를 포함하고 있다. 첨단기술을 바탕으로 한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지능형로봇 ▲에너지 신사업 역시 이 분야에 속한다. 이러한 사업은 경제·사회 분야의 변화에 대응하지 못했던 기존 대학 교육시스템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개별 대학에서 이뤄내지 못한 인재 양성체계를 효과적으로 구축하고, 코로나로 인해 급진전된 비대면 교육체계에 효율적으로 대응하려는 의도로 수도권과 지역대학 연합이라는 컨소시엄을 형성한 것이다.

 

캠퍼스담장을 허물어

 

  이 사업은 6년간 핵심인재 10만 명을 양성하는 한국판 뉴딜사업이다. 중앙대의 경우는 실감미디어와 차세대반도체 분야에 선정됐고, 전주대와 공동으로 실감미디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많은 학생이 메타버스와 실감미디어에 관한 교육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며, 상호 교류를 통해 전주대에서도 만나기를 바란다. 공유· 개방·협력을 이뤄나가기 위해서는 유연(집중)학기제, 수강신청 제한 완화, 대학 간 학사제도 개방 등 앞으로 제도적인 측면에서 많은 어려움을 헤쳐 나가야 할 것이다. 하지만 제도적 장벽을 넘어서는 것보다도 디지털 분야의 핵심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교육체계를 구축하는 일은 더 어렵게 느껴진다.

  전세계적으로 소규모 온라인 수업과 6개국의 기숙사에서 100% 공동체 경험을 중심으로 한 현실기반 교육을 수행하는 ‘미네르바 스쿨(Minerva School)’, 학생들의 흥미와 수준에 맞춰 프로젝트 기반 무학년제 교육을 하는 ‘칸 아카데미(Khan Academy)’, 개개인의 특성과 관심을 중심으로 수업 편성 및 수행평가 중심 운영을 하는 ‘알트 스쿨(Alt School)’ 등 기존의 시스템을 넘어서는 혁신적이고 다양한 교육시스템들이 등장하고 있다.

  이렇듯이 교육의 파괴적 혁신이 일어나고 이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전통적인 지식전달 방식 교육 모델의 필요성이 감소했고, 교육 수요자도 사회적 변화에 의해 창의적 활동·기술기반의 학습 모형·다양한 학습 경험 제공 등을 요구하게 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학습의 수준이나 학생들의 참여도를 높일 수 있는 학습기법과 서비스 등에 대한 니즈가 커져가는 상황이다.

 

디지털 기술과 함께하는 교육시스템

 

  디지털 분야의 교육체계는 ▲산업기반 융합과정 ▲교육수요자 맞춤 교육체계 ▲실무 프로젝트 중심의 교수체계 ▲개방형 교육공간 ▲비즈니스 창업 기반 리빙랩 교육이 그 핵심을 이루고 있다.

  첫 번째로 전 산업 분야와 융합하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라, 교육 현장 역시 산업계의 요구에 부응하는 실무 능력 기반의 다양한 이종결합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마이크로 디그리(Micro Degree), 융합전공 등 현실에 부응할 수 있는 대학 교육과정이 구성돼야 한다. 이제 암기형 학습을 넘어 학생이 개념과 원리를 직접 찾아본 후 실생활에 적용하고, 그 경험을 팀별 협력 과정에서 스토리텔링하며 공유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또한 교수법은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온 디지털 리터러시(Digital Literacy)를 기반으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학습 경험을 제공하는 혼합학습, 융합인재교육(STEAM), 스토리텔링 등을 활용하도록 변화돼야 한다.

  두 번째로 교육과정을 원활히 운영하기 위해 수요자 맞춤형 교육체계 구축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즉 학생의 니즈에 맞춰 여러 전공과 교수진, 학습공간 등이 다양하게 제시돼야 한다. 이에 따라 학생들이 어느 대학에서든 분야별 전문 교육을 받으며 학점과 학위 등을 취득하는 것이 가능해질 것이다.

  세 번째로는 공간적 제약 없이 실무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도록 교수진의 역할이 변화하고 시스템이 체계화돼야 한다. 교수는 단순 지식전달자가 아니라 학생들의 목표에 맞게 교육과정을 설계하고 산업현장과 연계하며 방향을 안내해 주는 ‘코디네이터’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전문적으로 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산업계 인력과의 결합도 필요하다. 덧붙여 프로젝트 학습을 도와줄 수 있는 퍼실리테이터, 산업현장의 멘토,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테크니션들도 필수 교수인력으로 배치돼야 한다.

  네 번째로 학습자를 콘텐츠의 단순 소비자가 아닌 메이커(Maker) 또는 크리에이터(Creator)로 받아들여 학습활동을 구성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는 이제 교육의 대상이 아니라 학습의 주체로 인식되고 있다. 따라서 언제, 어떤 것이든 만들어 볼 수 있는 메이커 공간이 필요하다. 디지털 혁신은 산업에서의 기술혁신에서 점점 라이프스타일 혁신, 즉 ‘생활 혁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프로젝트 기반의 학습은 교과과정 내 지식 한정이 아닌, 다양한 형태의 생활 속에서 일련의 사회 문제와 결합해 해결책을 유도해 내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일상과 산업의 문제를 극복하는 역량을 키우고, 이를 기반으로 창업에 도전하는 등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할 수 있어야 한다. 위와 같은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리빙랩, 디자인 씽킹, 서비스 디자인 등의 교육이 많이 이뤄지고 있다. 대학·기업·연구기관의 실험실인 ‘랩(Laboratory)’은 훈련된 전문가들이 모여 기존의 것을 넘어서 새로운 이론과 대안을 모색하는 곳이지만, 현장과 분리된 폐쇄적 공간에서 문제를 정의하거나 해결을 위한 새로운 기술과 서비스를 만드는 활동이 이뤄지는 아쉬움이 있어 왔다.

 

모두를 위한 ‘랩’

 

  한편 리빙랩은 문제를 발굴하거나 이론과 대안을 형성하지만, 삶을 영위하는 생활공간에서 실험이 이뤄진다. 즉 개방된 현장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또한 전문적 훈련을 받은 이들뿐 아니라 사용자인 시민이 실험활동의 주체로 참여하게 된다. 즉 산·학·연·관의 전문가들이 시민과 함께하는 개방형 방식으로 사회를 혁신하고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는 곳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렇게 모두가 주체인 사회는 하나의 실험실이 된다.

  혁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방향이다. 한국의 디지털 혁신은 서구와 달리 제조업이나 소프트웨어(Software)산업에서 비롯된다기보다는 지능화 기술로 경제 사회와 기술 인프라 및 생태계 변화를 유발하고 사람 중심의 혁신성장을 이루는 디지털 대전환을 지향한다. 고로 지능화 기술을 통한 산업과 사회 혁신을 도모함에 따라 전 산업의 생산성을 제고해 지속적인 성장 기틀을 확립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서비스업 혁신을 통해 삶의 질을 향상시키며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고, 사회 혁신으로 기후위기·자원순환·경제적 불평등을 해결하려 한다.

  하지만 법률적·사회적·문화적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인공지능 기술 급성장으로 인한 갈등이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일례로 디지털 혁신으로 형성된 해당 플랫폼의 성장 과정에서 소비자 편의성만 강조돼 플랫폼 노동자들의 불안정성, 노동의 분절화와 고립 등을 야기해 시장의 독점화로 인한 문제가 특히 심각해지는 상황이다.

  따라서 디지털 교육의 방향에는 기술혁신뿐 아니라 이로 야기되는 사회적 의미를 이해하고, 문제를 방지할 수 있는 다방면의 논의와 실험이 필요하다. 또한 지역 공동체 및 대안적인 경제 체제를 기반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를 위해 대학의 디지털 교육은 교수와 학생들이 참여하는 리빙랩에서 전문성과 시민성을 결합한 ‘인재양성’을 지향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교육의 목적을 명확히 하고 실생활과 결합된 디자인 씽킹, 서비스 러닝, 리빙랩 등을 정교하게 배치해 전공에서 사회적 가치를 발견하고 발전시킬 수 있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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