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너를 놓은 순간에

 

  청년과 창업. 맨몸의 낱말들이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청년창업에 대한 사회의 관심은 뜨거웠다. 취업이 힘들어지는 때에 청년들이 기업을 만들어 탄탄한 일자리를 창출해 내야 한다는 그 취지는 모두가 공감했으리라. 국내 유니콘 기업을 자체 육성하겠다는 정책 기조에 금융권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내 스타트업의 발굴과 성장을 위해 모인 이들은 창업 생태계를 만들기로 했다. 아름다운 현장이었다. 그러나 낱말과 낱말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있었다. 마치 빛의 그림자와 같은 이들이. 무능하다는 말에, 왜 더 노력하지 않았냐며 이어지는 질문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무엇을, 어떻게, 얼마나 더 달려가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창업 생태계에서 실패는 ‘틀린 것’이다. 그렇게 그들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이 됐다. 사실 어디서부터 어떤 것이 잘못됐는지도 알 수 없었다. 그렇다면 수천만의, 혹은 수억 이상의 투자를 받은 이들은 왜 ‘실패’했는가. 우리는 그 과정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노력하지 않았다고, 무능하다고 조롱하면 그만이었던 것이다. 첫 창업을 시작한 이들은 투자금의 사용법조차도 모르는 경우가 다수였지만, 정부는 기업가정신을 양성하고 업계의 기초부터 배우게 하는 대신에 통장으로 사업화자금만을 보냈다.

  창업자들에게 있어 지원금은 오아시스와 같다. 하지만 시장을 바라보는 날 선 눈과 현실에 기반한 판단력이 없다면 그것은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정부는 투자금을 준 후 자립시킬 방법을 고민해야 했다. 창업자가 매출을 올리고 그 수익 과정을 경험할 수 있도록 판로의 문고리 위에 그들의 손을 올려주는 식으로. 그러나 어디에도 후속 관리는 없었다.

  흔히 예비창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창업지원사업은 사업자등록증을 성공의 판단 기준으로 삼는다. 몇 분만에 낼 수 있는 사업자등록은 창업에 있어서 결코 키포인트가 될 수 없음을 다들 이미 알고 있으면서 말이다. 아이템의 개발 진척도, 창업자의 역량 강화, 심층적인 고객 분석 등이 몇 장의 서류보다 훨씬 유의미한 것인데도 그들의 비즈니스 모델을 주목하기보단 사업자등록을 확인했고 매출액과 직원의 수를 묻는 일들이 이어졌다. 이것이 오늘날 창업계의 현실이자 척도다.

  청년창업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일했지만, 지원 전략은 처음부터 흔들리고 있었다. 기업은 창업자의 노력과 재능만으로 만들어지진 않는다. ‘여럿’이 함께 ‘하나’를 보고 걸어가는 것이 사업의 진정한 시작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라지는 길 위에 그들을 홀로 남겨뒀다. 가장 아름답고도 찬란한 ‘청춘’을 배팅했다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우리는 무수하게 스러져가는 그들을 바라보고만 있었던 것이다. 희미한 뒷모습이 보이는 지금, 버려진 이들의 얼굴을 잊어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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