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윤빈 /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문화농촌 생태계와 비즈니스 모델의 융합

나윤빈 / 신구대 미디어콘텐츠과 교수

 

  농촌의 몰락과 정책 지원의 효용성 문제는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다. 이와 관련된 연구 역시 꾸준히 이뤄졌는데, 지방소멸론을 처음 제기한 일본은 지역부흥협력대 사업과 지역주민 기반의 커뮤니티 아트 및 커뮤니티 비즈니스 등 이 분야에서 우리가 참조할 만한 의미 있는 성과와 사례들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지역명칭에서 유래한 귀여운 곰사람(쿠마몬) 캐릭터는 성공적인 문화콘텐츠 활용 모델로서 새로운 지역브랜드와 테마를 구축하려는 국내 지자체들의 주요 벤치마킹 대상이기도 하다. 특히 인구 자체가 가파르게 줄고 있는 국내 여건상, 문화를 도구 삼아 농촌의 활성화를 꾀한다는 전략은 새로운 주장도 아닐뿐더러, 그것의 인문적 가치의 정당성을 차치하더라도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사람이 없는 곳엔 인문이나 문화, 혹은 그 무엇도 존재할 수 없기에, 갈수록 심화되고 있는 인구감소 문제는 농촌이라는 물리적 공간을 벗어나 모든 지자체와 지역사회의 중차대한 아젠다로 떠올랐다. 예컨대 문화부가 지난 2019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문화도시 지정사업을 보더라도, 4대 목표 중에서 첫 번째인 지역공동체 활성화를 제외하면 나머지 3개에서 각각 지역 균형발전, 성장기반 구축, 도시재생이라는 사실상 경제적 발전 가치를 함께 추구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해외도 크게 다르지 않은데, 애초에 문화도시 지정사업은 문화수도 프로젝트를 통해 관광객 증진, 숙박업 활성화 등 적지 않은 경제적 효과를 누리고 있는 EU의 사례를 참고한 것이다. 즉, 오늘날 문화의 가치는 특정 산업의 매개효과 정도가 아닌, 그 자체가 하나의 산업이자, 패러다임 시프트 역할을 하는 것이며, 삶의 질을 높이는 사회적 가치와 함께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아 다양한 사회문제의 통합적 대안이 되고 있다. 따라서 윤홍권의 박사학위 논문 <문화기반 농촌지역개발 전략 연구>는 이러한 측면에서 매우 시의적절하며, 농촌에만 한정되지 않는 포괄적 확장성을 지니고 있다.

  다만, 본 연구는 아쉬움도 있다. 우선 연구목표가 다소 불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전략 관련 연구는 그것을 적용가능한 수준까지 개발하는데 최종 목적이 있다. 개발하려는 전략 요소가 어느 단위까지 세밀화될 것인지는 분야나 대상에 따라 다르지만, 대개 연구자가 개발한 전략이 해당 분야의 관계자에게 활용될 것을 전제하고 수립하게 된다. 본 연구에서는 거시적 연구문제를 다수 다루는데 반해, 최종적으로 도출된 문화 기반 개발 요소들과 이를 합친 종합 전략이 무엇인지, 이를 농촌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계방안 등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연구대상 역시 광범위한데 연구주제의 지나친 포괄성에 따른 같은 이유로 보인다. 그다음으로 방법론의 적절성 여부를 들 수 있다. 일반적으로 사회과학 분야의 생태계 연구는 해당 생태계를 구성하는 핵심 그룹인 키스톤(keystone)을 찾아내고 이를 계층화하거나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요구사항을 도출하며 이들의 영향관계를 네트워크화하는데 중점을 둔다. 여기에 시계열 변화를 추가하거나 외부자원 변수를 투입하여 민감도를 측정하는 등 시스템 다이내믹스 방식과 같이 생태계의 향후 지속가능성 및 강건성을 제고하는 것에 주로 목적을 둔다. 본 연구에서는 다양한 생태계 이론을 차용하였으나, 그에 따른 산출물로써 국내 농촌사회의 현황 및 문화 실태가 담긴 생태계 파악이 부재한다. 연구 결과에 As Is–To Be 모델로 서비스 가치 네트워크가 제시되어 있으나, 생태계 흐름 및 분석을 보여주기보다는 바람직한 비즈니스 모델의 시나리오에 가깝고, 이 또한 각 행위주체별로 다양한 페이즈 버전이 제시될 필요가 있다.

  아울러 농촌 방문객 대상 설문 역시 본 연구주제와 부합이 어려운데, 전략 개발 및 생태계 연구는 일반인들이 답변하기에 쉽지 않은 전문 영역이고 구성문항 자체가 문화 기반 농촌과 직접적 연관이 없기 때문이다. E-TPB와 같은 행동심리모형은 구체적인 대상물이 있고 그것의 이용으로 직접적 혜택이 추정될 때, 측정결과가 보다 선명하게 나온다는 특징이 있다. 즉, 특정 상품 및 서비스를 지칭하거나 가상이라 하더라도 기존 제품군에서 쉽게 연상될 수 있는 소재를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한데, 본 연구처럼 농촌의 서비스품질과 신뢰, 방문의도와 같은 추상적 개념을 기계적으로 측정한 결과를 신뢰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의문이 남는다. 서비스품질 요인이 단 4개 문항으로 압축된 상황에서 신뢰변수와 속성이 겹치는 등 모형 구성에도 아쉬움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변수 및 가설에 대한 신뢰성과 타당성, p값의 유의미성 확보가 실질적인 농촌방문과 지역개발로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에 현장의 문제점과 이를 해결하려는 이론적 연구 간 괴리감이 발생한다고 볼 수 있다. 연구 3번에서 매개변수들의 활용 이유와 그에 따른 채택 및 기각효과가 통계적 설명 이상의 상세한 해석을 담보하지 못하는 것도 비슷한 맥락으로 읽힌다. 이보다는 표본이 작긴 하지만 이들이 어떤 농촌 유형을 방문했었는지, 몇 번이나 다녀왔는지 등 인구통계적 속성에 따른 변별력을 Anova 등으로 보거나 문화농촌 개념 및 모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WTP나 CVM 등으로 측정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아니면 최근 아프가니스탄 특별기여자들을 받아들인 충북 진천군이 운영하는 진천몰에 소위 ‘돈쭐’ 현상이 발생한 것처럼, ESG경영이나 CSV 등의 전략 요인을 추가하여 농촌지역의 브랜드 평판을 측정하거나 해당 지자체의 온라인 쇼핑몰 구매의도 및 매출액 추이 등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는 것도 고려할 수 있다.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본 연구는 시의성과 더불어 시사점의 확장성, 방법론의 혼합 등 다양한 장점 역시 갖고 있다. 특히 방법론의 경우, 일반적으로 전문가 조사에서는 전문가 확보의 어려움 때문에 크게 델파이나 AHP, FGI 중 하나를 쓰기 마련인데, 본 연구에서는 이를 혼합하여 델파이가 지니는 통계적 취약성과 AHP가 지니는 폐쇄적 의견취합의 취약성을 보완하고 있다. 문헌고찰을 통해 도출된 기본 요인들이 문항에 제시되긴 했으나, 1차 델파이에서는 개방형으로 FGI 성격을 띠고 있다는 점도 다양한 전문가 의견이 반영될 수 있어 긍정적이다. 사소한 부분이지만 변동계수나 Cronbach`s Alpha, CVR 값을 모두 측정하여 전문가 조사 결과의 신뢰성 및 타당성을 확보한 것도 성실함이 엿보인다. 물론 2차 델파이의 타당성이 너무 높아 실제 제거된 항목이 거의 없다거나 팬텀변수 외에 Sobel test까지 살펴보지 않은 점은 다소 아쉽다. 전자의 경우, 모든 요인이 중요하게 고려해야 될 변수가 된다는 점에서 너무 많은 항목으로 인해 AHP의 변별력까지 떨어뜨리게 된다. 예컨대 ‘외부와의 협력체계’는 CVR 값이 만점이었는데, AHP의 상대적 중요도에서는 하위변인 간 큰 차이가 없고, 전체순위에서는 최하위를 나타내고 있어 이것이 반드시 측정했어야 할 항목이라고 보기 어렵다. 그럼에도 이외에 생태계 분석과 구조방정식까지 추가하여 다양한 방법론을 쓰고 있는 점은 매우 큰 장점이다. 융복합 시대로 진화할수록 학제 간 연계와 통섭 형태의 문제해결 방식이 필요한데, 더욱이 본 연구처럼 복잡하고 고질적인 사회문제를 해결하고자 할 때는 그에 맞는 각각의 방법론을 혼합 사용하려는 시도가 요구된다. 이와 함께 본 연구는 농촌사회에 문화 융합이 중요하며, 특히 이를 비즈니스 측면에서 대안이 될 수 있음을 객관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 그간의 선행연구들은 특정 지역 내지 특정 문화장르에 국한하여 결합을 시도하거나 혹은 일부 농촌에서의 우수 문화단체 및 문화사업을 단순사례 분석 형태로 제시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들과 달리 총체적인 분석이 이뤄져 후속 연구들의 기초적 자료로도 쓰임새가 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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