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3.5.6 토 01:55
기획문화
[문화Ⅰ]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을 존중하는 도시재생이영아 /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김한주 편집위원  |  auchetec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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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71호]
승인 2021.11.01  14:2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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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도시문화] ③ 우리의 과거와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의 연구에 따르면 ‘문화도시’는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도시에서 시민이 공감하고 함께 즐기는 그 도시만의 고유한 문화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사회 현상 및 효과가 창출되어 발전과 성장을 지속하는 도시”를 의미한다. 과연 문화도시 사업은 정말로 시민이 도시의 고유한 ‘문화’를 공감하고 함께 즐길 수 있다 말할 수 있는가. 이번 기획을 통해 해당 내용의 개념과 모습을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문화도시, 도시재생 ② 세계의 도시사업과 한국 ③ 우리의 과거와 현재 ④ 앞으로의 도시는

   
 

지역 주민의 일상생활을 존중하는 도시재생

 이영아 / 대구대 지리교육과 교수

 

  최근 주택가격이 급등하면서 사업성이 없던 기존 도시재생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의 성과가 부족하다는 목소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해당 사업이 과거 주택 부족에 따라 도시에서 단기간에 아파트를 공급하기 위한 개발 방식인 철거 재개발에 대한 반성과 함께 등장한 것이라는 점을 기억한다면, 현재 나타나고 있는 도시재생의 성과가 없다는 주장과 도시재개발로의 회귀 목소리는 우려할 만하다.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을 유발하지 않는 도시재생은 본질적으로 재개발 사업에 비해 느리고 점진적이며 가시적 성과가 크지 않기 때문에 ‘모 아니면 도’ 식의 평가는 위험하다. 도시 공간은 일단 개발되고 나면 되돌리기 어려운 특성을 가지고 있으므로, 도시재생과 같은 정책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벗어나 장기적인 목표와 방향을 유지해야 한다. 일관성 있는 사업 추진을 위해 이 시점에서 도시재생 사업의 필요성과 목표를 집어 볼 필요가 있다.

  2000년대 중반 쇠퇴한 주거지역에서 시행된 ‘살고 싶은 도시 만들기’ 사업 이후, 2013년 말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제정과 함께 본격적으로 추진된 도시재생은 2017년 주거지역·근린상업·중심상업·산업지역까지 그 규모와 범위가 확대된 도시재생뉴딜사업으로 진화했다. 우리나라 대도시 도심부의 쇠퇴한 지역에서 추진된 도시재생은 지난 10여 년간 아파트 공급 일변도인 도시에서 삶의 공간을 지키고 도시의 다양성을 보장하는 대안적인 시가지 정비·관리 방식으로 작동해 왔다.

  대안적인 도시 정비·관리 방식으로서 도시재생은 투자가 중단된 쇠퇴한 지역에 대해 공공자원을 투입해 주민의 계층 변화를 의미하는 젠트리피케이션 없이 지역에서의 삶과 환경을 개선하는 방식을 의미한다. 따라서 대안적인 도시재생에서는 공공 또는 민간 투자를 통해 기존 주민이 그곳에서 살아가기에 더 나은 조건을 만드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즉 도시재생의 핵심은 물리적·경제적 환경 개선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에 대한 투자가 함께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통합적인 도시재생은 교환가치 작동에 기여하는 자본주의 도시개발 정책에 비해 도시 공간의 공공성을 강조하는 진일보한 정책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사업의 혜택을 받는 대상이 누구이고 도시재생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공공성이 무엇인가에 대해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도시재생이라면, 이후 개발압력이 커지게 될 때 젠트리피케이션과 거주민의 둥지 내몰림(Displacement)을 발생시키게 된다. 도시재생이 젠트리피케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 대해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둥지 내몰림으로 이어지는 도시재생 사업의 문제점

 

  우선 사업 예산을 지원하는 정부는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에 가능하면 도시재생 절차를 계량화하고 가시화한다. 도시재생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 시행령 제17조에 따라 도시재생이 필요한 지역은 인구와 산업 쇠퇴 정도, 노후 건축물의 비율로 그 수준이 판단된다. 지역의 문제를 인구 감소, 산업 및 물리적 쇠퇴로 이해하는 경우 도시재생의 성과는 지역의 인구, 경제 및 물리적 지표 개선으로만 측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쇠퇴 지역 기준은 지역주민이 겪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문제를 파악하는 자료가 될 수 없다. 도시재생 전략계획과 활성화계획에 포함된 지역에 대한 현장조사 내용 역시 주민 생활환경 실태의 구체적인 분석보다는 해당 지역의 계량화, 표준화된 현황이 대부분이다. 도시재생 사업의 성과는 객관적 평가가 어려운 ‘주민’의 삶과 활동이 어떻게 변화했는가가 아니라 외부에서 확인할 수 있는 ‘지역’의 성과 지표와 가시적인 환경 변화에 더 초점이 맞춰진다.

  또한 인구 감소 및 기업 이탈로 인해 경제적 쇠퇴를 경험하고 있는 지역에서 공공이 지원하는 도시재생은 일자리 창출·관광객 유입을 촉진하기 위한 마중물 역할을 하며, 최종적으로는 지역으로의 민간자본 유입이 필수적이라고 이해된다. 민간의 참여는 해당 지역의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민간은 본질적으로 성공 가능성이 없는 지역에 투자하지 않으며, 투자를 하면 이윤을 얻고자 한다.

  따라서 민간의 투자 유치는 해당 지역 토지의 교환가치를 높이는 데 기여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지역주민의 둥지 내몰림이 발생할 수 있다. 이처럼 민간 참여를 이끌어내는 다양하고 경쟁력 있는 장소 마케팅 전략에 기반한 도시재생은 젠트리피케이션을 수반할 수밖에 없다. 결국 도시 공간의 공공성을 위해 국가의 역할이 강조됐지만, 탈신자유주의적 공간 조성을 위한 도시재생 전략까지 고민이 연결되지 않기 때문에 민간자본 투입에 따른 신자유주의적 도시 공간 이용을 용인하게 된다.

  한편 도시재생 사업에서는 공공과 기업의 역할보다 주민의 역할이 훨씬 더 중요하게 고려된다. 이들의 참여 및 역량 강화는 그 자체가 도시재생의 주요 목표이자 수단이다. 직접적인 주민 교육 프로그램뿐 아니라 벽화 그리기·마을 카페·작은 도서관 등과 같은 마을 시설의 운영 및 관리 등 지역 내 다양한 사업도 참여 역량을 강화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주민 역량 강화는 궁극적으로 살고 싶은 동네를 스스로 만든다는 의미에서 주민 자조에 기여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대부분 외부에서 유입된 전문가 역량에 의존해 해당 사업이 추진되기 때문에, 사업이 끝난 후 주민 스스로 사업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관리를 하는 것을 어려워하거나 지역주민 조직이 위축되기도 한다. 환경 미화에 집중하는 방식의 지역주민 참여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압력에 대응할 역량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벽화 그리기에서 시작해서 벽지 바르기로 이어져야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도시재생이 탈신자유주의 공간 실천 전략을 지향함에도 불구하고 젠트리피케이션과 둥지 내몰림으로 이어지게 된 이유는 ‘도시재생의 혜택이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가’라는 기본적인 질문에 대해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시재생 사업 목표인 경제적·물리적 활성화 및 주민 역량 강화도 ‘지역주민의 삶의 질 향상’이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기여해야 한다.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도시재생의 경제적·물리적 활성화 전략으로는 불편하거나 위험한 생활 편의시설 및 기반시설을 정비하는 것을 강조해야 하며, 나아가 배제되기 쉬운 임차인 등 주민을 위한 소규모의 다양한 임대주택 공급·쪽방 시설 개선·기존 주택 개량 등이 함께 다뤄져야 한다. 이를 통해 지속가능한 거주 공간이 제공된다면 이후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방어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에, 사업 대상 지역 곳곳에 저렴하고 안전한 주거공간을 가능한 많이 확보해야 할 것이다.

  참여 역량 강화를 도시재생 전략으로 강조하는 경우 역량이 강화되는 주민은 누구이며, 강화된 역량이 도시재생에 어떻게 기여하는가를 재고함으로써 사회적 가치와 연결될 수 있다. 실제로 도시재생에 참여하는 주체는 일부 주민에 국한돼 있다. 그러나 참여할 의사가 있는 주민만이 동참하는 것을 문제라고 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일부의 참여를 어떻게 지역으로 확산할 것인가.

  지금까지 도시재생은 벽화 그리기 등 지역 내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주민 역량 강화 자체를 목표로 하거나 혹은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지역의 문화적·경제적 재생 목표를 강조해 왔다. 그러나 주민 참여가 젠트리피케이션을 막는 탈신자유주의 공간 전략과 연결되기 위해서는 그려진 벽화를 통해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한발 더 나아가 동네에서 곰팡이가 덮인 벽지를 교체하는 등의 취약계층 주거환경 개선과 연결돼야 한다. 즉 지역의 복지서비스·노후 주택 개량·골목·경사로·도시가스 등 필수적인 생활편의시설을 제공하는 데 이들의 강화된 역량을 활용할 수 있어야 하는 것이다.

  이처럼 도시재생 사업은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상황이다. 도시 부동산 시장의 급격한 변동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현 상황에서 내실 있는 도시재생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수행된 해당 사업의 목표를 점검하고 영점을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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