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성 /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스포츠다움을 찾아서 ② 지나친 대형자본으로 인한 스포츠 정신의 훼손 

스포츠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 수렵생활을 기반으로 이어져 온 태초의 본능 중 하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과 흥분을 일으키는 스포츠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업적으로 때로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스포츠가 경기 외적인 요소로 인한 명과 암을 살펴보려 한다. 더불어 순수한 ‘경쟁’에서 벗어나 맹목적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로인해 스포츠의 본질을 잃고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정치, 경제학적 고찰 ② 지나친 대형자본으로 인한 스포츠 정신의 훼손 ③ 기업이 스포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④ 한국체육이 지향해야 할 스포츠 가치에 대한 고찰

 

두 얼굴의 NGO, IOC와 FIFA

 

이종성 / 한양대 스포츠산업학과 교수

 

  1859년 적십자 창립에서 비롯된 근대적 형태의 비정부기구(Non-Governmental Organization, 이하 NGO)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활동을 하지 않는 비영리단체를 의미한다. 이 때문에 당연히 비영리단체인 NGO 참여자들은 대부분 자원봉사자여야 한다. 하지만 시민과 국제사회 연대의 상징인 NGO가 모두 이런 방식으로 운영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가운데 가장 논란의 대상이 돼 온 곳은 국제올림픽위원회(International Olympic Committee, 이하 IOC)와 국제축구연맹(Fede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이하 FIFA)이다.
 

‘모두’를 위한 올림픽에서의 ‘차별’

 

  IOC는 쿠베르탱 남작이 주창한 올림픽 이념을 세계에 확산시키기 위해 스위스 연방정부로부터 NGO 자격을 인증받았다. 실제로 IOC는 스포츠 참여에 대한 국가, 계층, 성별 사이의 불균형을 해소하는 데에 일정부분 역할을 해왔다. 문제는 표면적 이념과 달리, 정작 최근 올림픽이 상업적 필요성을 이유 삼아 오히려 차별을 심화시키는 무대로 활용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인 경우는 IOC와 미국 올림픽 주관방송사와의 관계에서 시작된다. 대략적으로 IOC 올림픽 수입의 70%는 전 세계 방송사들과의 중계권 계약을 통해 발생한다. 이 가운데 미국 방송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중계권료의 25%에 육박할 정도로 중요한 재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미국 방송사가 광고수입을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대에 올림픽 주요경기를 시행해야 하는 상황이 계속 펼쳐져 왔다. 이번 도쿄 올림픽에서도 미국에서 인기가 있는 수영 결선은 오전에 시작됐고 남자 농구 결승전도 오전 11시에 열렸다. 이 시간이 미국 기준으로는 황금시간대인 늦은 저녁이기 때문이다. IOC가 경기 시간을 결정할 때 신경 쓰는 핵심은 미국 방송국이었던 셈이다. 이처럼 미국 시청자들에 맞춰 경기 시간이 조정되고 다른 국가들은 여기에 끌려가야 하는 상황은 이제 올림픽에서 일상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IOC는 올림픽을 통해 국가 간 차별뿐 아니라 계층 간 차별도 부추기고 있다. IOC는 공영방송의 역할이 큰 유럽에서 시작된 보편적 시청권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지속적인 시도를 했다. 유료방송이 올림픽에 관여를 많이 하면 IOC의 중계권료 수입은 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반대로 올림픽 중계권이 유료방송으로 넘어가게 되면 상대적으로 수입이 적은 유럽의 빈곤층은 올림픽 시청의 기회를 빼앗기게 된다. 이는 아이러니하게도 IOC가 내세우는 올림픽의 대중화와 정면으로 상충된다.
  실제로 IOC는 보편적 시청권이 비교적 잘 지켜지고 있던 유럽 지역의 올림픽 중계권을 지난 2015년 미국 상업 방송 디스커버리 채널에 독점적으로 판매했다. 결국 유럽 각국의 공영방송들은 올림픽 중계를 위해 디스커버리 채널과 계약을 맺어야 했다. 이 과정에서 유럽 공영방송들은 과거와 같이 다양한 종목의 중계방송이 어려워졌으며 자연스럽게 중계시간도 줄어들게 됐다. 대신 디스커버리 유료 서비스가 이 빈자리를 차지해 유럽의 보편적 시청권은 이제 그 의미가 퇴색했다.

 

2년 주기 월드컵에 숨겨진 FIFA의 이면성

 

 
 

  FIFA는 최근 더 많은 국가가 참여할 수 있도록 4년마다 열렸던 월드컵을 2년 주기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2026년 월드컵부터 본선 진출팀 숫자를 기존의 32개국에서 48개국으로 확장시켜 축구 약소국의 본선 진출 가능성을 높여 놓았다. 1930년 제1회 월드컵 이래 전체 FIFA 회원국 211개 가운데 79개국만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2년 주기 월드컵 개최가 월드컵 참여 기회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월드컵의 대형화와 잦은 대회 개최는 선수보호의 차원에서 문제를 유발할 뿐만 아니라 기후위기를 가속화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이미 프로축구 시즌과 각종 대회 일정으로 충분한 휴식이 부족한 선수들에게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이 자명하다. 2년마다 월드컵 본선을 치르면 당연히 대륙별 예선도 이전보다 빈번해지므로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와 혹사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FIFA가 2년 주기 개최를 추진하는 근본적 이유는 다양한 국가에게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기보다는 상업적 측면에서 IOC를 넘어설 수 있는 스포츠 독점 기관의 자리를 공고히 하기 위함이라는 지적이 많다. 그동안 FIFA는 동·하계 올림픽 개회의 사실상 2년 주기 모델을 개척한 IOC를 벤치마크하기 위해 여자 및 청소년 월드컵 등 다양한 시도를 했지만 결국, 글로벌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남자 성인 월드컵의 2년 주기 개최 쪽으로 시선을 향한 것이다.
  개최 주기의 반감은 최근 전 세계적인 관심이 집중된 기후위기 문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올림픽도 마찬가지지만 월드컵이 자주 펼쳐진다는 것은 개최국과 도시가 늘어나며 참가국도 늘어난다는 뜻이다. 월드컵 개최도시는 교통 및 숙박 인프라를 정비해야 하고 상황에 따라서는 경기장 신축도 필요하기 때문에 아무리 친환경 소재로 건설을 한다고 하더라도 환경문제를 피하기 힘들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수많은 팬들이 월드컵 관전을 위해 48개국에서 비행기를 타고 개최도시로 몰려든다는 점이다. 그 어떤 교통수단보다 심각한 이산화탄소 배출 문제를 야기하는 게 비행기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2년 주기 개최는 환경적으로 재앙에 가깝다.
  IOC와 FIFA는 공식적으로는 비영리기관이지만 실망스럽게도 마치 독점기업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들은 글로벌 거대자본을 스폰서로 유치하기 위해 맹목적으로 동분서주하고 있으며 글로벌 거대자본은 이런 올림픽이나 월드컵의 홍보효과를 노리고 후원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안타까운 점은 두 기관 모두 기업들에게 더 많은 후원금을 받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상품을 개발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상업 방송사의 지지 속에서 발전한 IOC의 동계 올림픽이나, 코카콜라와 손잡고 만든 FIFA의 청소년 월드컵 등이 대표적인 예시이다. 이들은 공정함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우는 스포츠 정신과 인류애를 무기로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더 이상 NGO라기보다, 독점기업의 역할에 특화돼 가는 두 거대 스포츠 기관은 이제 오히려 불공정성이나 인류를 위한 보편적 가치를 훼손하는 대표 주자가 됐다. 상업적 이익 창출에 혈안이 된 이들에게 평등, 인권, 환경보호는 필요할 때만 꺼내 쓰는 도구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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