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청춘을 바친 이곳에

 

 
 

  기부란 사전적 의미만으로 그 안에 담긴 가치를 다 표현할 수 없는 숭고한 행위이다. 스스로가 노력을 바탕으로 축적한 삶의 일부를 타인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전달한다는 것은 다른 이들에 대한 희생적인 사랑이자, 이타적인 애정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 본교에서는 이러한 기부문화가 더욱더 활성화되고 있다. 최근 한국 광고학의 아버지로 일컬어지는 리대룡 명예교수(이하 리 명예교수)가 광고홍보학과의 발전을 기원하며 전 재산을 쾌척한 사례는 기부의 숭고한 의미를 이해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올해 9월 13일자 CAU News의 기사에 따르면 본교 정경대학 신문학과에 1960년 입학한 후 석사과정까지 끝마친 리 명예교수는 1968년 모교 전임교원으로 임용된 이래 1974년 광고홍보학과를 독립학과로 분리해 우리나라 최초로 광고학의 기반을 다지는 기틀을 만들었다. 이후 38년간의 연구와 후학양성에 힘쓰다 2006년 정년퇴임했으며 당시 고별강의, 정년기념식 등을 모두 거절해 화제를 모았다. 그때도 천만 원의 발전기금을 기부하며 모교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 바 있었다. 15년이 흐른 지금 또다시 20억 원을 쾌척한 리 명예교수는 “내가 유일하게 외롭지 않은 때는 우리 중앙대학교를 생각할 때다. 세상을 떠날 때에도 나는 중앙대를 생각할 것”이라며 뜨거운 애정을 드러냈다. 이어 “중앙대를 대표하는 광고홍보학과가 더욱 발전했으면 하는 마음, 또한 다음 기부를 이끌어 내는 마중물 역할을 하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기부를 결정했다”라면서 학교에 대한 기부문화의 활성화와 학과 발전을 위한 대학원설립을 바랐다. 이처럼 모교에 대한 사랑이 담긴 기부금은 어떻게 사용이 되는지, 상기 사례와 같이 학창시절을 기록하는 방법 중 하나로서의 기부에 대해 살펴봤다.


어떻게 사용되고 있을까


  교내 기부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원우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본교 박사과정 A씨는 기부자들에 대한 감사의 뜻을 표하면서도 “기부금이 어떻게 쓰이는지 잘 알려지지 않은 점이 아쉽다”라며 사용처에 대한 의문을 제시했다. 이에 대해 본지에서 취재한 결과, 본교 홈페이지 재정 정보의 기부금 공시를 통해 답을 확인할 수 있었다. 6월 14일 공시된 ‘연간 기부금 모금액 및 활용실적 명세서’에 따르면 총 지급건수 7천39건 중 장학금 명목으로 지출된 항목이 6천9백27건으로 사용항목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이 외에도 각종 교육환경 조성에 기부금이 사용되고 있었는데 ‘서울캠퍼스 강의실 공기청정기 구매’에 15억5천2백3만2천 원을 지출한 것이 그 예이다.
  이러한 기부금의 용도는 어떻게 구분되는 것일까. 본지는 기부금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대외협력처에 문의했다. 그 결과 “장학기금의 경우, 기부자분들이 사용처를 학생 장학금으로 지정해 주신다”라며 적립된 장학기금은 장학금으로만 사용할 수 있고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 기부금 대부분이 장학금으로 사용된 것은 기부자들의 의도를 반영하고자 하는 일이었음을 확인 가능했다. 특히 본지가 대외협력처 홈페이지에서 실제 기부과정을 진행해 봤더니, 발전기금·장학기금·교육시설 기금 등 희망하는 기부의 형태를 지정할 수 있었다. 이에 더해 기부자들의 데이터를 종합해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본교에서 시행하고 있는 금액별 각종 예우 그리고 다양한 기부방법 등을 상세히 알아볼 수 있었다.
  하지만 이와 별개로 아쉬운 점도 있었다. 바로 기부사례가 단편적으로 홈페이지 내에만 게시돼 있어 교내 구성원들에게 홍보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 대해 본교 박사과정 B씨는 포털에만 일시적으로 인터뷰가 보이는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그래도 310관에 있는 기부자 성함을 기록한 벽이나, 후문에서 도서관 가는 길의 바닥에 새겨진 이름들을 보며 특별하다 생각했다”라고 느꼈던 일을 밝혔다. 이는 향후 교내 구성원들에게 어떻게 기부와 관련된 홍보 방안을 세워야 할지, 나아가 긍정적 인식을 어떤 식으로 촉진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방향을 가늠케 할 수 있는 대답이었다.

 

학교의 역사와 함께하는 나의 이름


  이러한 기부는 ‘우리’도 모두 할 수 있다. 100주년 기념관 로비의 ‘DONORS WALL’을 살펴보면 기부자들에 대한 간략한 소개와 사진이 게시돼 있다. 많은 이가 오고가는 곳에 게시된 이런 흔적들은 기부자들로 하여금 자부심과 애교심을 일으키게 한다.
  본교 석사과정 C씨는 100주년 기념관 1층 앞 ‘CAU’를 구성하는 동판 중 하나에 당시 학군단 동기들과 함께 기부한 기억을 되새기며 “동판으로 기록돼, 시간이 지나도 학교에 돌아와 그 시절을 추억할 수 있어 행복하다”라고 답했다. 해당 기부는 한시적으로 시행됐던 ‘CAU 한 장 기부’였다. 2014년 가을부터 캠페인을 시작해 2017년 봄까지 총 1천4명의 참여자를 모집했던 이 기부행사는 참여자들을 기념하기 위해 ‘CAU 한 장 기부’광장을 명명하고 동판을 장식했다. 이외에도 본교 기부자에 대한 예우는 다양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 약학대학 1층에 명명된 한미약품 헌정 NMR실이 바로 그 예다.
  어떠한 기준에 따라 기부 기록의 형태가 나뉘는 것일까. 대외협력처 관계자는 이에 대해 1억 이상의 금액을 기부해 주시는 것에 대한 예우로 교실 또는 연구실 등에 명패를 달아드리고 있다고 밝혔다. 추가적으로 “작년부터 진행하고 있는 캠페인 ‘HURRAH-C 장학기금’과 ‘PFEIFFER 교육시설’ 기금은 금액 상관없이 모든 분들이 참여 가능하시다”라며 교내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덧붙였다. 이처럼 기부 금액에 따라 예우의 형태가 다르게 나타나지만 마음을 전달하는 것에 금액적 기준이 정해져 있다는 뜻은 아니다.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기부캠페인에 동참한 이들에게 개교 100주년을 기념한 본 캠퍼스의 한 조각으로서, 앞으로 다가올 100년을 함께 한다는 뜻깊은 상징인 것이다.

 

소중한 시간을 기록할 수 있길


  다양한 경로를 통해 기부가 이뤄지고, 적시적소에 기부금이 활용되는 것은 분명 좋은 일이다. 그만큼 학교에서도 그에 걸맞은 대우를 약속하고 있으며 홈페이지를 비롯한 여러 방식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원우들의 인터뷰 과정에서 “기부금에 대한 사용처, 기부방법 등에 대한 안내를 받지 못했다”라고 답한 경우가 많아 다소 아쉬움이 남았다. 특히 학부부터 석·박사까지 자교 출신인 경우조차 공식적으로 기부에 대한 안내를 받은 적이 없다는 현실은 현 홍보 시스템의 개선 필요성을 보여 준다.
  이에 대해 유관 부서에서는 “발전기금 행사나 캠페인들을 진행할 때, 이전 기부 데이터를 바탕으로 사회에 진출해 계시는 동문 선배님들이나 교수님들께 우선적으로 요청드리고 있다”라며 관련 상황을 설명했다. 기존에 쌓인 데이터를 활용해 홍보를 진행하는 것은 효율적이고 당연한 업무진행일 것이다. 다만, 학교를 사랑하고 보탬이 되고 싶은 재학생들 또는 이제 막 사회에 진출하려는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기부금에 대한 의의와 예우를 홍보하는 새로운 채널이 만들어지길 바란다. 이는 보다 다각적으로 기부에 대한 소통 창구를 넓히는 길이며, 나아가 교내 기부를 활성화시키고 공동체의 소속감을 다지는 기틀이 될 것이다.
  사람은 과거의 추억을 벗 삼아 살아간다. 그중에서도 가장 찬란했던 젊은 날의 시간들은 누구에게나 아끼고 소중한 기억들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순간 교정을 거니는 학생들은 그들의 인생에서 가장 열정적이고 가능성 넘치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가 공부한 공간, 웃음 짓던 순간을 오롯이 보전하고 있는 캠퍼스를 기억하는 하나의 방법으로 기부를 해보는 것은 어떠한가. 이미 지나쳐간 선배들의 도움으로 쌓아올린 캠퍼스 위에 우리의 추억을 기록해 놓는다면,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고 바로 여기 중앙대와 함께 우리를 기억할 것이다.

윤홍률 편집위원 | ryul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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