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조차 즐길 수 없는

 

  1964년 본교의 개교기념행사이자 첫 축제인 ‘한강축전’이 열렸다. 이후 ‘의혈대동제’, ‘LUCAUS’로 이름을 바꾸면서, 축제는 중앙인의 소속감을 키우고 학업과 일상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가뭄에 단비 역할을 해 왔다.

  코로나도 축제의 맥을 끊지는 못했다. 지난 5월 LUCAUS의 온라인 버전인 ‘CAUntDOWN’이, 9월에는 온라인 가을 축제인 ‘C:autumn - be CAUful!’이 개최됐다. 중대신문의 5월 30일자 기사에 따르면 한 학생은 “비대면 축제는 사람 앞에 나서야 한다는 부담이 덜해 과감하게 참여를 시도할 수 있었다”라며 온라인만의 장점도 있음을 보여줬다. 실제로 당시 채팅창에는 화면 너머로나마 축제를 즐기는 중앙인들의 열기가 생생했다. 그래도 아쉬움은 남는다. 유튜브를 통해 CAUntDOWN을 접한 유학생 원우 A씨는 “실제로는 방에 나 혼자 있었기 때문에 참여하기보다는 보기만 하는 느낌이었다”라는 의견을 표했다.

  앞서 소개한 축제들은 ‘범중앙인’, ‘하나의 중앙인’을 위한다는 점을 기조로 삼는다. 하지만 대학 총학생회의 문화위원회가 공식 인스타그램에 올린 축제기획단 모집 공보물에 따르면 신청자격은 ‘중앙대학교 학생 누구나’로 한정된다. 원우들에 대한 언급은 찾아볼 수 없다.

  관람 측면에서도 그렇다. 2014년 9월 23일자 대학원 홈페이지 공지사항에서는 96주년 기념 LUCAUS에 대해 안내된 적이 있다. 그러나 대학원 총학생회(이하 원총) 홈페이지를 포함해 이밖에 본교 대학원 온라인 창구 어디에도 LUCAUS 개최를 알리는 내용은 없다. 행사가 유튜브로 중계돼 아무리 쉽게 시청할 수 있다 한들 홍보가 부족하다면 참여율이 오르긴 힘들다. 이렇듯 온라인 축제의 시대에도 원우들은 여전히 축제의 기획과 준비, 나아가 참여와 관람에까지 거의 함께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것은 축제가 아니다

 

  원우들을 위한 축제가 아주 없었던 것만은 아니다. 2003년 원총 주도로 학술제, 예술제, 그리고 3백여 명의 구성원들이 참여한 체육대회가 포함된 ‘중앙원우한마당’이 10월 27일부터 2주간 열린 바 있으나 지속되지 못했다. 2018년부터 인권복지국이 동명의 행사를 개최해 오고 있지만, 설문조사 및 퀴즈에 응하면 간식 등 소정의 상품을 제공하는 행사로, 축제와는 거리가 멀다. 오직 예술제만이 남아 2002년부터 2018년까지 명맥을 지켜 왔으나, 그마저도 재작년 원총 학술기획국에 의해 ‘진로설계특강’으로 대체됐다.

  예술의 축제가 진로 특강으로 교체된 이 상황은 과거보다 더욱 쉴 틈 없는 현실에 놓인 원우들의 모습을 상징적으로 대변한다. 그나마 학술제가 남아 있지만 이를 진짜 축제로 여기는 경우는 찾아보기 힘들다. 석사과정 재학 중인 교육조교 B씨는 “졸업 학차인데 원우한마당의 존재를 전혀 몰랐다”라며 “학술제는 연구 성향이 강하기 때문에 즐김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는 본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작년 12월 18일 온라인 대학원생 커뮤니티 김박사넷에 올라온 “대학원도 축제 있나요”라는 제목의 글에는 “대학원을 놀러 다니냐”, “대학교 축제가 축제다”, “논문, 과제, 랩미팅이 축제다” 등의 댓글이 달려있다. 자의로 선택한 진학인 만큼 대학원생에게는 학업과 연구가 우선돼야 하며, 그것이 축제와 같은 학교 생활의 즐거움을 대신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이 엿보인다. 단체 연구 발표회가 학술 축제라는 이름으로 행해지는 것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크게 하나 되는 중앙

 

  그렇지만 대학원생에게도 축제가 필요하다. 앞서 인터뷰에 응했던 A씨는 한국 유학을 오며 기대한 바가 있었는데 즐길 기회가 없어 아쉽다는 말을 남겼다. 이어 B씨는 학부 축제 기획 단계에 원총이 참여해 원우들의 의견을 반영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대학원 축제를 별도로 열지는 않더라도 함께 참여할 방안이 마련되길 바라는 목소리들이다.

  대학원생은 학업과 근로의 이중고에 학부 시절과 같은 즐거움을 허락받지 못한다. 그렇기에 더욱 큰 스트레스에 갇히지만, 그들에게도 캠퍼스 생활을 꿈꾸는 로망이 있다. 더욱이 본교가 아닌 타 학부 출신의 원우들을 중앙의 이름 아래 묶고 소속감을 고취시키는 데에는 축제만 한 것이 없으리라 믿는다. 대학 축제의 다른 이름인 대동제, 즉 크게 하나가 되는 축제가 갖는 의미를 다시금 되새겨 보자.

 

손주만 편집위원 | sonjuma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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