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미수 /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디지털 정보, 신(新) 빈부격차의 시대 ②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이와 관련된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명확한 직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격차가 일어나는 일련의 사례를 통해 조명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주목해보겠다.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이 이뤄져야 할지 다각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역사 ②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 ③ 디지털교육,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④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문맹, 그들의 이야기

 

최미수 / 서울디지털대 금융소비자학과 교수

 

 
 

 

  디지털시대에서 디지털역량은 단순한 정보검색을 넘어 일상적인 의사소통에도 영향을 준다. 해당 역량은 특정인에게만 요구되는 특별한 능력이 아니라 디지털시대, 지식기반사회, 정보화사회를 살아가는 모두에게 삶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또한 디지털역량은 단순히 컴퓨터를 사용하는 능력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를 넘어 인터넷 등 다양한 출처로부터 찾아낸 정보의 가치를 이해해, 사고와 목적에 맞게 새로운 정보로 조합해 올바르게 사용하는 능력을 뜻한다. 즉 디지털기기의 접근 수준뿐 아니라 그것을 사용하고 활용하는 능력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러한 역량에 기반을 둔 디지털기술은 우리의 일상을 편리하게 바꿔 놓았다. 스마트폰을 통해 물건을 구입하며 긴 줄을 기다리는 대신 앱이나 키오스크로 기차표를 예매하고 음식을 주문하는 세상이 됐다. 복잡하고 번거로운 금융서비스 역시 바뀌었다. 고객은 이제 은행에 직접 방문하는 대신 언제 어디서든 모바일기기로 송금, 예·적금 가입 등의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위와 같이 디지털기술은 필요한 정보를 쉽게 얻도록 돕고 사회적 관계망을 유지함으로써 개개인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하지만 변화에 적응하기 어려운 고령층 등 취약계층은 이러한 각종 사회서비스에서 소외되고 있는 현실이기도 하다. 더 나아가 취약계층의 소통 소외로 이어져 문제가 될 수 있다.

 

디지털 밖의 사람들

 

  디지털 소외계층이란 빠르게 발전하는 디지털기술에 적응하지 못해 스마트폰, 키오스크 등의 기기를 매개로 하는 서비스로부터 소외되는 계층을 말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디지털정보격차 실태조사에 따르면, 디지털정보화 수준을 100% 기준으로 볼 때 20대와 30대는 120% 이상인 반면 50대 이상은 절반 수준인 63.4%로 나타났다. 이러한 디지털 소외계층은 대부분 고령층, 저소득층, 장애인, 농어민 등이 해당된다.

  한국정보화진흥원의 키오스크 정보접근성 현황조사에서도 비슷한 양상을 확인할 수 있다. 휠체어 이용자가 조작할 수 있는 위치에 작동부가 설치돼 있는 키오스크 비율은 25.6%, 시각장애인이 인식할 수 있게 시각정보를 음성정보와 함께 제공하는 키오스크의 비율은 27.8%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애인과 고령층을 위한 키오스크 개선 사업 예산은 정보화 사업 전체 예산 중 0.06%만을 차지할 뿐이다. 위의 통계 내용만 봐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디지털 소외계층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으며, 스마트폰과 온라인 예약 등의 사례까지 합하면 얼마나 많은 이들이 불편을 겪고 있는지 짐작 가능하다.

  디지털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은 자기계발 기회 상실, 타인과의 교류 단절, 유리한 구매기회 상실 등의 문제가 일어나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사회적 네트워크의 상실을 의미한다. 실제로 디지털역량이 고령층의 삶에 미치는 영향을 다룬 연구에서도 디지털역량과 관련해 새로운 정보와 지식을 얻은 고령층이 더 적극적인 사회적 관계를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층의 삶에 해당 기술이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방증이다.

  또한 소프트웨어 이용능력이 스마트기기의 사용능력보다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고령층이 디지털기기를 다룰 수는 있어도 스마트기기에 앱을 설치하거나 모바일뱅킹, 키오스크 등을 사용하는 부분에서는 여전히 어려워함을 보여 준다. 디지털화는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반면 고령층의 활용 능력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소외 극복을 위한 다양한 노력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표적으로 기차표 예매, 택시 호출, 모바일뱅킹 등을 앱으로 사용하는 방법과 더불어 영화관이나 패스트푸드점에서 키오스크로 주문하기 등이 있다. 더불어 서울시에서는 일상 속 디지털 활용법을 담은 교육콘텐츠를 보급하고 있다. 이를 통해 디지털역량이 디지털 소외를 넘어 삶의 질에 얼마나 중요한 요소인지를 알 수 있으며, 이를 국가와 지자체가 인지하고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세대 간 디지털 정보화 격차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코로나가 발생하며 정보격차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가 진행됐고 이에 따라 비대면 소비활동은 급증했다. 이를 시작으로 향후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원격영상 시청, 배달앱 음식주문, 온라인 쇼핑 등 비대면 소비활동이 더욱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와 같이 디지털기술이 발달하면서 세대 간 정보의 격차가 상당히 더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금융거래를 할 때 어려움을 겪는 고령층의 모습에서 디지털 정보의 격차가 이들에게 집중됐음을 알 수 있다. 디지털기술에 익숙치 않은 고령층은 고위험상품에 대한 충분한 이해 없이 상품을 구매하게 되는 불완전판매나 사기에 노출되기 쉬운 것이다. 이로 인해 여러 금융서비스의 혜택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온라인이나 모바일 금융상품의 수수료 면제나 우대금리 적용 등을 못 받게 된다. 또한 금융회사가 고령층이 관심을 가지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해 이들을 위한 디지털상품을 다양하게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소비자는 자신에게 맞는 금융상품을 찾기 어려워진다. 즉, 금융거래에서 고령층이 소외되는 악순환이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해 해외에서는 디지털기술에서 소외된 고령층들을 주요 대상으로 삼아 다양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부조직을 만들고, 다양한 금융교육을 진행하며, 정보에 취약한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해 금융회사마다 지침을 만드는 식으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고령층을 위한 금융보호실을 설치해 고령자 맞춤형 교육과 디지털 기기의 접근이 가능하도록 자문하고, 정기적으로 자문인 자격증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고령층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해 비금융 부문의 참여와 협력을 강화하고, 금융회사가 취약계층을 위한 지침을 마련해 민원과정에서 일어날 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영국 또한 금융소비자에 대해 공정한 대우를 하기 위한 지침을 마련했다. 니즈파악부터 상품과 서비스 제공까지, 모든 단계에 걸쳐 취약계층에 대한 관리를 하는 식이다. OECD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으로 인한 사기 및 불완전판매가 증가함에 따라 각국 정부에 피해방지를 위한 소비자교육의 강화를 권고하고 있다.

  이처럼 전세계에서는 고령층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는 정보격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러한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에서도 이들을 대상으로 특화 교육을 진행하며 소외계층의 지식수준을 디지털시대에 맞도록 향상시켜야 하며, 나아가 고령층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전담조직도 필요하다. 추가적으로 정부뿐 아니라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같이 나설 필요가 있다. 즉, 일본이나 영국과 같이 정보소외계층을 위한 금융회사의 지침 마련 등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이 강화돼야 한다.

 

디지털 사회에서도 복지가 필요하다

 

  디지털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고령층과 함께 가기 위해선 ‘맞춤형’ 교육이 적합하다. 이는 단순히 개인의 복지에 한정된 것이 아니다. 국가의 인적자원관리 차원에서 살펴봐도 디지털역량 강화를 위한 체계적인 교육시스템이 요구된다. 이를 위해 디지털역량을 극복함은 물론 삶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점을 종합해 본다면, 디지털역량의 차이를 고려한 교육내용의 세분화 및 연령, 학력 등 개인 특성에 따른 차별화된 교육이 필요하다고 보인다.

  사회의 다양한 계층을 포용하기 위해 기술은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포용의 길은 멀기만 하다. 단순한 디지털 사용능력 교육방식의 접근으로는 디지털기술의 소외를 해소하기는 어렵다. 디지털사회에서 디지털역량의 부족은 노년 간, 세대 간, 가족 간의 소외를 가져오기도 한다. 과거에는 국가의 지속가능발전을 위해 문해능력과 산술능력이 제시됐듯 이제는 디지털기기의 사용과 활용능력에 대해 국가 차원의 관심을 가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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