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폭력, 고통스러운 범죄

 

  지난 8월, 남자친구에게 가혹한 폭행을 당한 황예진씨가 세상을 떠났다. 피해자의 폐 손상·위장 출혈·뇌사 판정 등은 심각한 수준이었는데, 폭행의 이유가 “주변인에게 연인 관계를 알렸기 때문”이라는 것은 귀를 의심케 한다. 이와 같은 범죄는 남녀가 바뀐 상황에서도 나타난다. 16살 연하의 남자친구가 자신의 전화번호를 지운 것을 발견한 후 “나와 헤어지려고 한다고 생각해서” 죽였다는 A씨의 범죄 동기 또한 충격적이다. 심지어 A씨는 흉기가 미끄러지는 것을 막기 위해 화장지로 흉기 손잡이를 감고 잠든 남자친구를 34회 찔러 살해했다. 이는 단순한 사고가 아닌 다분히 분명한 악의를 가진 범죄다.

  위 사례들은 ‘데이트 폭력’에 해당한다. 데이트 폭력이란 연인 간에 정서적·신체적으로 폭력을 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물리적 폭행뿐 아니라 욕설·모욕·감시 등의 심리적 가해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이러한 데이트 폭력은 비물리적인 폭력에 대한 경시로부터 시작된다. 일례로 상대의 휴대전화 기록을 확인하려 들거나 옷차림을 강요하는 일 등이 있다. 이는 연인 간의 관심으로 치부되지만, 실은 감시와 통제에 가깝다.

  심지어 물리적인 폭행을 당한 이후에도 피해자는 쉽사리 신고하지 못한다. 상대의 순간적인 실수나 사랑이라고 ‘합리화’하며, 심지어 자신의 잘못이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경기도가족연구원의 데이트 폭력 실태조사를 살펴보면 그 관계가 결혼까지 이어지는 경우도 존재한다. 가해자와 결혼한 여성은 45%, 남성은 32.4%로 나타났는데, 이는 데이트 폭력에 대한 비이성적인 용서와 이해가 일어난다는 방증이다.

  그러나 피해자와 수사기관, 그 누구도 폭력을 가볍게 이해하려 들거나 쉽게 용서하려 해서는 안 된다. 잘못된 관용은 폭력의 허용을 불러일으키고, 지나가버린 시간 뒤에는 피해자의 눈물만이 남게 될 뿐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폭력이 발생한다면 피해자를 가해자와 신속히 분리시킬 필요가 있다. 이는 피해자에게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게 하는 시간을 제공한다. 개인의 잘못된 선택이라고 비난하거나 외면하기보단, 그들이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이 사회가 해야 할 일인 것이다.

  2021년 8월 31일자 이투데이에 의하면 전문가들은 해당 범죄의 경우 늦은 신고, 피해의 지속성, 증거수집 시기의 지연 등 특수성을 고려해 기존과는 다른 법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간 피해자가 2만 명에 다다름에도 불구하고, 관련 범죄의 특수성을 고려한 법안은 부재한 상황이다. 데이트 폭력의 경우, 가해자가 자신이 믿고 사랑했던 이였던 만큼 피해자에게 더 큰 충격을 준다. 그럼에도 우리는 사생활이라는 미명 하에 피해자에게 시간을 주지도, 가해자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우리가 모르는, 혹은 외면한 지금에도 또 다른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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