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기 / 디지털칼럼니스트

디지털 정보, 신(新) 빈부격차의 시대 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역사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것으로 전망되는 지금, 이와 관련된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한 명확한 직시가 필요한 시점이다. 본 글에서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정을 이해하고 디지털 격차가 일어나는 일련의 사례를 통해 조명하며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디지털 소외계층에 대해서도 주목해보겠다. 나아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떠한 대안이 이뤄져야 할지 다각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역사 ② 기술에서 ‘소외’된 사람들 ③ 디지털교육, 어떻게 이루어져야 할까 ④ 디지털 전환 시대를 대비하기 위해

 

디지털 기술의 발전

은서기 / 디지털칼럼니스트 

  대한민국은 1960년대 이후 1980년대까지 국가 경제를 일으키는 ‘산업화’가, 1990년대 이후 2010년대까지 ‘정보화’가 더해지면서 광복 70년여 만에 최빈국에서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을 만들어 냈다. 산업화는 우리 조부모세대에게 많은 일자리와 꿈을 심어 줬다. 정보화는 386으로 대변되는 부모세대에게 일자리를 주고 집을 마련하여 부를 축적할 수 있게 했다. 그러나 디지털화로 대변되는 MZ세대인 자녀들에게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가.

 

 

산업화와 정보화를 넘어, ‘디지털화’의 시대


  산업화(Industrialization)는 농업사회에서 기술발전으로 인해 산업이 고도 성장하는 현상이다. 고로 자본과 노동에 의한 제품의 생산을 중심으로 경제 등이 발전돼 가는 사회를 말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공간’이 단축되면서 국가는 주도권을 가지고 리더십을 발휘했다. 이에 수많은 일거리와 가치가 창출되면서 산업화 시대에서는 노동자의 노동력이 중시됐다.

  정보화(Informatization)는 지식과 자료 등을 정보의 형태로 만들어 그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즉 정보가 유력한 자원이 되며, 가치를 생산하는 것을 중심으로 발전 및 운영되는 사회를 의미한다. ‘시간’의 단축을 통해 구글, 애플 등과 같은 기업이 주도권을 가지게 되면서 다양한 일자리 등이 창출될 수 있게 됐는데, 그중에서도 지식노동자의 정보력을 중시했다.

  디지털화(Digitizing)는 정보나 자료가 유한한 자릿수의 숫자로 나타나는 방식이다. 인간의 전 영역이 0과 1로 기록되고, 저장되며, 판단되는 디지털 사회를 뜻한다. 이 시기에서는 ‘물간(物間)’의 단축으로 새로운 형태의 일거리와 가치들이 만들어질 것으로 본다. 물간의 단축이란 실물이 디지털로 바뀌는 것이다. 해당 시대에서 주도권은 개인으로 넘어가게 됐고, 이를 통해 분권화사회로 나아가게 된다. 이 과정에서는 디지털 노동자의 디지털 역량이 중요하다.

 

새로운 변화, 그 일련의 사례들


  한편 디지털화는 기존 체제와 비교했을 때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또한 시장 경쟁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인력과 기술을 재정의했다. 이러한 디지털화 사례들을 살펴보면 첫째, 디지털 화폐의 등장이 있다. 특히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이하 CBDC)’는 기존 실물화폐와 달리 가치가 전자적으로 저장되며 이용자 간 자금 이체 기능을 통해 지급결제가 이뤄지는 화폐를 뜻한다.

  CBDC의 등장은 은행의 예대마진 영업을 사실상 마감하게 했는데, 이로써 은행 산업에 엄청난 변화가 올 것으로 보인다. 조폐공사의 기능이 사라지고, 신용카드 산업이 축소되며, 카카오페이나 페이팔 등 전자지불 산업도 달라질 것이다. 지금까지 은행이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 ‘계좌’였다면 이젠 스마트폰 디지털 지갑을 통해 화폐가 유통되는 것처럼 말이다. 디지털 화폐는 은행 없이도 금융거래가 가능해지는 시대를 가속화 시킬 것이다. 이는 화폐의 흐름을 빠르고, 투명하고, 편리하게 만들 수 있는 디지털 화폐의 특성에서 기인한다.

  둘째, 디지털 공간의 출현이다. 메타버스로 대변되는 디지털 공간은 현실과 가상공간을 결합해 초연결·초실감 디지털로 확장된 세계를 의미한다. 인류는 이 무한한 디지털 공간에서 원격교육을 받거나 R&D 과제를 수행하는 등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다.

  메타버스는 가상세계(초월, Meta)와 현실세계(우주, Universe)의 합성어다. 온라인 속 3차원 입체 가상세계에서 아바타의 모습으로 구현된 개인들이 서로 소통하고, 소비하고, 일하는 등 현실의 활동을 그대로 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말한다. 전문가들은 “현재의 메타버스 출현이 인터넷 혁명, 스마트폰 혁명의 뒤를 잇는 정보화 대혁명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런 디지털 공간은 인공지능 등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융합하면서 현실세계와 가상세계의 사이를 무너뜨리게 되고, 이로써 또 한 번의 예상치 못한 혁명이 일어날 것이다.

  셋째, 디지털 워크(Digital Work)의 출현이다. 지금까지 조직에서 일은 사람이 해왔다. 그리고 그 사람이 퇴사하면 담당했던 일도 같이 사라졌다. 디지털 워크란 사람이 하는 일의 결과물과 일 자체를 디지털화하는 것이다. 전통기업이 업무를 지원하는 전산화에 초점을 뒀다면, 디지털 기업은 일 자체를 디지털화한다. 이제 기업들은 일을 사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를 디지털화해서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 필요해졌다. 따라서 일이 디지털 기반에서 이뤄지고 결과물도 이를 바탕으로 나오게 하는 체제를 만들고 있다.

  넷째, 디지털 인간과 디지털 기업의 출현이다. 디지털 인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만들어진 세상에 없는 사람이다. 즉, 디지털 공간에서 실제 인간과 다름없이 인식되고 활동할 수 있는 존재를 말한다. 디지털 인간은 밥도 안 먹고, 잠도 안 자고, 부당한 근로조건에도 불평 없이 일할 뿐만 아니라 월급을 주지 않아도 된다. 디지털 기업은 관련 기술을 기반으로 기업전략과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디지털 인간을 고용해 경영하는 기업을 말한다.

  다섯째, 디지털 프로세스다. 디지털 프로세스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업무 프로세스의 비효율을 제거함으로써 비용을 절감한다. 기존 프로세스를 최적화하고, 오퍼레이션에서 발생하는 정보를 디지털화함으로써 운영효율과 생산성을 증대시킬 수 있다. 다양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전통적인 방식의 프로세스 단계를 줄이거나 자동화시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내부데이터를 효과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반마련이 핵심이다.

  그 외에도 전 세계 시민들이 일하고 즐기면서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방식을 변화시킨 디지털 플랫폼은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마트24 셀프매장처럼 결제과정 없이 물건을 고른 후 매장에서 나가면 연동된 전자지불 시스템을 통해 자동으로 결제되는 디지털 상점, 3D 푸드 프린팅 기술을 통해 특정 재료·영양소를 추가하거나 제거하는 개인형 맞춤 푸드 서비스,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과 음식의 관계를 재정의하는 디지털 푸드 등이 대표적이다. 덧붙여 디지털 뱅킹, 디지털 학교, 디지털 신분증 등 수많은 분야에서 디지털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디지털과 함께하는 우리의 미래

 

  디지털화는 인간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지적·물적 능력을 보완시켜 디지털화된 인간들이 좀 더 포용적인 삶을 누릴 수 있게 도와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형태의 삶, 사회, 국가 등이 출현하게 될 것이며 이는 정부와 기업보다 개인의 역할이 더 커지는 사회를 앞당길 것이다. 개인이 주도권을 잡는 시대가 된다는 이야기다.

  그러면 이런 역동적인 잠재력을 가진 디지털 시대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이제 우리 사회는 산업화, 정보화를 넘어 디지털화로 새롭게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화 시대에는 전통적인 비즈니스 모델과 정부 거버넌스 체계가 파괴되고, 공공과 민간뿐만 아니라 산업 간 융합이 급속히 일어나게 된다.

  전략 및 경제 컨설팅 기업인 알파베타(AlphaBeta)가 작성한 ‘변화하는 디지털 기술 수요와 정책 접근법’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은 2025년까지 1천560만 명의 디지털 근로자가 추가로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2025년까지 수요가 가장 빠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위 5대 디지털 기술에는 ‘클라우드 아키텍처 설계’ ‘사이버 보안’ ‘대규모 데이터 모델링’ ‘웹·소프트웨어·게임 개발 및 소프트웨어 운용 지원’ 등이 있다. 한편 AI와 머신러닝(Machine Learning)은 이러한 디지털 기술 역량을 쌓는 데 기반이 된다. 이와 같이 급변하는 디지털 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디지털 비즈니스를 하거나 디지털 기술을 연마하거나.

  디지털 사회는 사람들이 디지털 기술을 업무나 일상에서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변화된 사회를 말한다. 이러한 디지털화가 우리의 삶과 직장의 의미 그리고 인간관계의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개인도, 기업도, 국가도 모두 ‘디지털 탈바꿈’ 중이다. 디지털 인간, 디지털 기업 그리고 디지털 국가로. 이러한 변화를 제대로 따라가지 못하는 개인, 기업 그리고 국가는 도태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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