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영일 /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돌아보는 나의 2년

배영일 / 생명과학과 석·박사 통합과정

 

  지금까지의 시간을 인생의 무대에 올려본다면 성장기였던 1막과 명예로운 장교생활의 2막이 내려가고, 지금의 난 또 다시 학업에 발을 내디딘 3막의 어느 중간부에 와 있다. 어느덧 쉽지 않았던 3막의 절반 가까이 온 시점에서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되돌아보고, 그 시간이 내게 주는 의미를 되새기고자 이 글을 쓰게 됐다.

  2019년 7월, 전역을 통해 내게 많은 추억과 삶의 지혜를 남겨준 2막을 마치게 됐다. 이어 3막을 시작하기 전, 한 달 간의 여행 속 재충전의 시간을 통해 여유를 되찾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귀국과 함께 3막을 시작하게 되면서 깨달을 수 있었다. 학업에 대해 다졌던 각오가 너무나도 겸손하지 못했다는 것을.

  시련은 대학원 입학 후 그리 늦지 않게, 그렇게도 갈망하던 학업에서부터 찾아왔다. 단순한 용어들조차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스스로를 보면서 자괴감을 느꼈고, 이를 이겨내기 위해서 전공지식을 다시 쌓아 올리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밖에 없었다. 이전엔 능숙하게 다루던 기계들도, 어렵지 않게 읽던 논문도, 이제는 능숙하게 해내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적지 않은 실망감을 느꼈던 첫 학기였다. 갑갑한 서울 생활도 큰 스트레스였다. 답답함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나는 더욱 사람들을 만나러 다녔는데, 갑작스럽게 퍼진 코로나는 이러한 행복조차도 무너뜨렸다. 누군가를 만나는 것도, 소소한 여행을 다니는 것조차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사회는 또 다른 시련으로 다가왔다. 벌써 전염병이 발병한지 2년이 가까워지는 이때, 나는 언젠가부터 단조로운 일상에 갇혀 스스로를 지운 채 살아가고 있었다.

  이처럼 하루하루 일상에 치여 살던 시간 속에서 불현듯 “사람은 시련을 겪기에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존재다”라던 담임교관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그리고 문득 소위 시절 수많 은 사건으로 인해 퇴근과 휴가를 반납하고 힘들게 보냈던 그 시절이 생각났다. 그리고 그 시련들 속에서도 스스로를 한 단계 더 성장시킬 수 있었던 것처럼, 지금의 시련 또한 나를 성장시켜 또 다른 행복을 꿈꿀 수 있게 해주는 계기가 돼줄 것이라 믿기로 했다.

  그 이후 스스로에게 변화를 주기 시작했다. 대면 수업이 불가능해진 현실은 필요한 것들을 더 알아볼 시간적 여유를 줬다. 또한 사람들을 만나는 게 어려워진 상황은 그만큼의 시간을 내게, 오롯이 쓸 수 있게 됐다고 생각하기로 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미뤄왔던 책을 꺼내 읽기 시작했다. 그러다 알게 된 두 편의 잠언시는 아직도 큰 여운을 준다. 한 편은 내가 할 수 있는 한 때와 장소 그리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모든 사람에게 최선을 다하라는 의미를, 다른 한 편은 나 자신이 되는 것에 힘쓰고 주변의 소란함과 서두름 속에서 스스로의 평온을 잃지 말라는 것을 일러줬다. 이 말들을 마음속 깊이 담으며, 매 순간순간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의 평온을 꿈꾸고 있다. 그렇게 지나온 2년은 내게 깊은 깨우침을 주기에 부족하지 않은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시련은 존재할 수 있다. 특히 하루하루 일상에 치여 살아가는 대학원 생활은 그 시련을 더 빈번하게 마주한다. 하지만 그 시련에서 벗어나게 해줄 기회는 분명히 찾아올 것이다. 그 순간 최선을 다하며 스스로를 잃지 않았으면 좋겠다. 우리는 언제나 행복을 꿈꿀 수 있는 존재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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