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빈 /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스포츠다움을 찾아서 ①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정치, 경제학적 고찰


스포츠는 인간의 역사가 시작되기 전 수렵생활을 기반으로 이어져 온 태초의 본능 중 하나다. 사람들로 하여금 몰입과 흥분을 일으키는 스포츠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상업적으로 때로는 정치적 수단으로 사용되기도 한다. 이번 기획을 통해 스포츠가 경기 외적인 요소로 인한 명과 암을 살펴보려 한다. 더불어 순수한 ‘경쟁’에서 벗어나 맹목적 성과주의를 지향하는 사회 분위기로 인해 스포츠의 본질을 잃고 발생하는 부작용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① 도쿄올림픽을 바라보는 정치, 경제학적 고찰 ② 지나친 대형자본으로 인한 스포츠 정신의 훼손 ③ 기업이 스포츠의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까 ④ 한국체육이 지향해야 할 스포츠 가치에 대한 고찰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강행한 이유와 평가

 

박성빈 / 아주대 일본정책연구센터장

 

  지난 7월에 시작된 도쿄올림픽이 8월 폐막을 맞이했다. 그러나 이번 올림픽은 실제 대회가 개최되기까지 그 과정이 순탄하지 않아 아쉬움이 든다. 2013년 9월 IOC 총회에서 일본의 도쿄는 스페인의 마드리드, 터키의 이스탄불을 제치고 2020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선정됐다. 당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의 오염수 문제로 인해 일본 대내외에서 우려가 제기됐지만, 아베 수상은 “(오염수) 영향은 후쿠시마 제1원자력 발전소 연안 내의 0.3㎢ 이내에 완전히 차단되어 있다”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러던 와중 2020년 초부터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코로나19는 도쿄올림픽 개최를 저해하는 또 다른 복병이 됐다. 그해 3월 12일 그리스에서 무관중 채화식을 시작으로 성화는 20일에 일본에 도착했다. 하지만 감염 추세가 심각해지면서, 결국 24일 아베 수상과 IOC 바흐 회장은 도쿄올림픽을 1년 정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본인이 '1년 연기'를 강하게 주장했다고 하는데, 이는 자민당 총재 임기 만료 시기 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본인 임기 마지막, 최대 이벤트로 올림픽을 개최하고 싶은 마음에서 기인한 것으로 여겨진다. 그러나 전염병은 올해가 돼도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이에 일본 내에서조차 도쿄올림픽의 개최를 강행할 경우, 확진자의 증가세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결국 올림픽 직전 실시된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본 국민의 약 60% 이상이 올림픽의 개최 중지나 재연기를 요구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왜 일본은 도쿄올림픽을 강행했을까


   국민과 정부를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로 본다면, 일본 정부가 내부적으로 부정적 여론이 있었음에도 올림픽 개최를 밀어붙인 것은 국민의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여론 조사는 특정 정책에 대한 전 국민의 지지 여부를 파악하기에는 불완전한 자료이므로 정부는 조사와 상반된 정책을 추진할 수도 있다. 다만, 도쿄올림픽 직후인 9월이나 10월 중에 자민당 총재 선거와 중의원 선거가 예정돼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여론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러한 결정을 내리는 것은 정치적으로 큰 부담이 된다.
   그럼 내각이 바뀔 수도 있는 위험에도 불구하고 왜 일본 정부는 올림픽의 개최를 강행한걸까. 먼저 스가는 대회를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다면 국민적 지지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기 때문이다. 즉, 스가 입장에서 도쿄올림픽의 강행은 중의원 선거와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이기기 위한 전략적 포석이었던 것이다.
   둘째, 도쿄올림픽 개최를 완전히 포기할 경우 발생하는 막대한 경제적 손실을 고려했을 것으로 여겨진다. 당초 일본 정부가 코로나19의 확산 하에서도 ‘정원의 50%, 최대 1만 명’이라는 구체적 기준을 정하는 등 관중이 있는 올림픽을 목표로 했던 것도, 결국 경제적 손실을 최소화하기 위해서 이다.
   셋째, 도쿄올림픽은 일본 부흥 올림픽이라는 의미가 부여돼 있다. 아베노믹스의 성장 전략이 담겨있는 ‘일본재흥전략 개정 2014’에서는 2020년까지를 경제 개혁의 분기점으로 설정하고 집중적으로 이를 추진할 것을 목표로 제시했다. 작년에 도쿄올림픽의 개최가 예정됐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해당 올림픽의 포기는 일본에 있어 일시적이고 단순한 정치적·경제적 손익에 한정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경제 재생과 부흥이라는 국가적 목표를 이루지 못했다는, 뼈아픈 실패로 간주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덧붙여 내년 2월 예정된 중국 베이징 동계 올림픽을 의식해, 코로나19라는 상황 속에서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는 것이 자존심을 지키는 방법이라 인식했다고 볼 수 있다.

 

도쿄올림픽의 영향과 평가

 

  그럼에도 주변의 우려와 비교했을 때, 이번 도쿄올림픽은 전반적으로 대회 운용상에 심각한 문제까진 없었으므로 최악은 아니었다고 평가되고 있다. 개최 직후, 일본 국민을 대상으로 올림픽을 개최한 것이 잘한 일인지를 조사했을 때 5~60%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를 통해 부정적 여론이 대회 이후 상당히 약화됐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주요 언론사의 시각은 다양했다. 요미우리 신문은 “코로나19의 세계적인 유행이라는 어려움을 극복하여 개최된 이례적인 대회로서 오랫동안 평가받을 것이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아사히신문은 “시민들에게 행동 억제나 영업 자숙을 요구하면서 세계에서 사람들을 초대하여, 거대 이벤트를 개최하는 모순된 행동이 현재 위기와 관련성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라고 하는 등 부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렇다면 이번 도쿄올림픽 개최는 과연 스가 내각의 지지율 상승을 이뤄냈는가. 올림픽 폐막식을 전후해 실시된 여론 조사에 의하면 올림픽 개최는 내각 지지율을 오히려 하락시켰다. 이러한 결과를 살펴봤을 때 재임할 수 있을지 또는 스가를 대신해 새로운 내각이 만들어질지 이목이 쏠린다. 관전 포인트는 코로나19 대책의 성과와 내각 지지율 회복 여부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올림픽을 경제적인 면에서 평가해보자면 먼저 대부분 무관중 경기 형태로 개최돼 막대한 금액의 후원금을 지불한 기업도 거의 경제적 이익을 거둘 수 없었다는 결론이 내려진다. 또한 외국인 관광객 증대를 기대했던 관광업계도 큰 타격을 입었다. 올림픽 개최를 위해 도쿄도와 일본 정부가 부담한 총경비는 4조 엔에 달하지만, 일본 정부나 기업이 거둔 이익은 예상보다 훨씬 적었던 것이다.
   즉 경제적인 측면에서 도쿄올림픽 개최에 따른 경제적 손실이 적지 않았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 경제의 규모를 고려하면, 그 부정적 효과는 제한적이다. 결국 진정한 일본 경제 부흥의 성공유무는 저출산·고령화 문제에 대응하면서도, 구조개혁을 통해 일본 경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타파해 체질개선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내년 2월 중국 베이징에서 동계 올림픽이 개최될 예정이다. 이와 관련해 서방 국가들 내에서는 올림픽 보이콧을 주장하는 의견이 존재한다. 코로나의 종식에 대해 확신할 수 없을뿐더러, 중국의 인권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전 세계적인 스포츠·문화 행사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이며, 해당 분야의 정신을 담아내는 상징적인 대회이다. 이러한 올림픽을 국제관계나 각국 국내 정치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구로서 사용하는 일은 지양해야 한다. 또한 경제적 손익만을 고려한 행위로 인식하는 태도에 대해서도 씁쓸한 기분이 든다. 올림픽이 각국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논하는 장이 아닌, 세계가 화합할 수 있는 시작점으로 기능할 수 있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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