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9.5 일 09:49
기획과학
[과학] 총성 없는 세계 반도체 전쟁이왕휘 /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홍률 편집위원  |  ryul082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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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9호]
승인 2021.08.31  21: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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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움직이는 실리콘 ① 국가 경쟁력으로서의 반도체


손톱보다도 작은 반도체칩 때문에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나날이 커지고 있는 반도체의 영향력은 단순히 산업의 문제를 넘어서 국가차원의 경쟁력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일어나고 있는 반도체 경쟁에 대한 현주소를 이해하고, 미래기술의 핵심인 메모리·비메모리 반도체가 가지는 의미를 살펴보고자 한다. 더불어 미래 핵심 산업으로서 국가적 보호의 필요성에 대해 논해보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국가 경쟁력으로서의 반도체 ② 메모리 반도체의 오늘과 내일 ③ 미래기술의 핵심 비메모리 반도체 ④ 국가핵심기술 지정과 기술 유출에 대한 고찰

 

   
 

 

총성 없는 세계 반도체 전쟁

 

이왕휘 / 아주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미국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막기 위해 중국 기업은 물론 한국, 대만, 네덜란드 기업까지 전방위적으로 힘을 가하고 있다. 압박의 궁극적 목적은 중국의 반도체 산업 발전 훼방에 있다. 이에 맞서 중국은 첨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산업정책 추진은 물론, 해외 기업의 기술 및 장비 도입을 위한 인수합병·전문인력 스카우트·중고장비 구매 등에도 매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미국산 장비 없이는 첨단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므로 중국이 미국의 제재를 우회하거나 극복하기는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반도체 전쟁의 명과 암

 

 반도체 전쟁의 피해는 중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도 매출 감소, 투자 저하, 시장 축소로 인한 손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소비의 측면에서 중국은 전 세계 반도체 제품의 약 60%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이 중 절반 가량 전자제품에 조립돼 재수출되므로 중국이 최종 소비하는 반도체는 약 24%, 미국은 25%로 추정된다. 수입이든 최종 소비이든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큰 반도체 시장이라는 점은 분명한 것이다.
 생산 측면에서도 중국 기업이 반도체 제작 장비 시장의 중요한 고객으로 부상했다. 이로 인해 대중 수출 규제는 반도체 제작 장비 시장에서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기업에게는 달갑지 않게 된 것이다. 이런 문제들로 말미암아 오히려 미국 기업이 자발적으로 미국 정부와 의회에 반도체 제재의 폐기 또는 완화를 위해 로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처럼 경제적 피해가 증가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대중 제재를 약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의 첨단 무기를 비롯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블록체인·자율주행 등 다양한 분야에 필수적인 요소인 반도체는 더 이상 단순한 상품이 아닌 전략자산으로 취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패권 경쟁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를 명분으로 미국은 자국 기업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중국 기업에 대한 수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는 것이다.
 효과 측면에서도 반도체 수출 제한은 다른 어떤 제재보다 강력하다. 2018년 3월 미중 무역전쟁 발발 이후 미국은 대중 수입과 무역적자를 줄이기 위해 관세 인상, 수출 통제, 수입 제한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현재까지의 효과는 대단히 제한적이다. 2019년에 잠시 축소됐던 무역량과 무역적자가 2020년 팬데믹 이후 증가세로 반전됨에 따라 미국은 중국 기업이 발행한 주식과 채권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는 금융 탈동조화를 시도했다. 이 방안의 일환으로 미국 증시 내 일부 중국 기업의 상장 철폐를 강제했으며 미국 공공연금의 중국 기업에 대한 투자를 제한하기도 했다. 하지만 중국은 자본시장 개방을 통해 미국 금융기관의 투자를 적극 유치함으로써, 이런 조치 역시 기대했던 결과를 얻지 못하고 있다.
 반면 반도체 수출 제한은 즉각적이고 전면적이었다. 인텔, 퀄컴 등과 같은 미국 기업은 물론 한국의 삼성전자와 하이닉스, 대만의 TSMC, 네덜란드의 ASML 등이 중국 기업에 첨단 제품 판매를 중단하고 있다. 심지어는 중국의 SMIC도 미국의 제재를 자발적으로 준수한다는 입장을 표명한 것이다. 이런 점을 고려했을 때, 반도체는 ‘상호의존의 무기화’의 가장 성공적인 사례로 간주되고 있다.

 

패권 쟁취를 위한 양국의 노력과 한계점


 양국 사이의 기술 격차가 크기 때문에 반도체 제재의 효과는 쉽게 감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1950년대에 최초로 해당 기술을 개발한 이후, 지금까지도 최첨단 기술 발전의 선두에 위치하고 있다. 그러나 선도가 압도적 우위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 이런 상황은 대부분의 미국 기업이 생산보다는 설계에 특화돼 있다는 문제에 기반한다. 현재 미국의 팹리스들은 한국과 대만의 파운드리에 대부분의 생산을 위탁하고 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2019년 미국 내에서 생산되는 반도체는 전 세계 생산량의 12%에 불과했다. 특히 2020년 말부터 심각해진 차량용 반도체 품귀 현상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취약성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 4월 반도체 정책 회의를 주재하고 6월에는 백악관 국가안보실과 국가경제위원회에서 반도체 공급망 점검 보고서를 발간한 것을 볼 때, 이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의 국내 생산을 증대하기 위해 자국 기업의 투자 지원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인텔조차 10나노 이하의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기 때문에, 현 정책의 초점은 삼성전자와 TSMC의 미국 공장 증설에 맞춰져 있다. 부지 선정부터 장비 안정화 및 최적화에 3~4년의 시간이 필요하기에 반도체 부족 문제가 단기간에 해소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중국도 미국의 제재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을 배가하고 있다.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최측근이자 경제정책을 총괄하는 류허 국무원 부총리가 반도체 굴기의 책임자로 선정됐다. 이로써 중국도 최고 지도자가 반도체 정책을 직접 관장하게 됐다. 그러나 중국이 단기간에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최대 난관은 10나노 이하 제품의 생산에 필수적인 ASML의 EUV 노광 장비에 대한 점이다. 새로운 소재와 방법을 개발하지 않는 한, 이 장비 없이 첨단 반도체를 자급자족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산업정책이 별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도 중국의 취약점이다.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도 첨단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중국 기업을 다양한 방식으로 지원해왔다. 하지만 아직 14나노 급을 생산하고 있는 파운드리 기업 SMIC와 화웨이 산하 팹리스 기업인 하이실리콘을 제외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중국 기업은 사실상 없다. 심지어 중앙정부의 전폭적 지원을 받아 메모리 양산을 시도했던 칭화유니는 지난 달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이러한 칭화유니의 실패는 기초적인 과학기술에 대한 장기적 투자 없이 첨단 장비 구매와 전문인력 스카우트에 의존한 단기적 추격 전략에서 기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지방정부에서 지원한 투자 프로젝트의 부실은 이보다 더 심각하다. 중고 장비를 구매하고 TSMC 출신 엔지니어를 유치해 정부 보조금을 받았던 많은 지방 기업이 반도체를 하나도 생산해내지 못하고 폐업해버린 사례가 있을 정도였다. 그러나 마땅히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에 중국은 울며 겨자 먹기로 관련 정책을 포기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미중갈등의 포화 속 생존전략

 

 미국과 중국 모두 현재의 상태로서는 반도체를 온전히 자급자족할 수 없기에 한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 기업과 협력을 추구하고 있다. 미국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연장선상에서 앨라이쇼어링(Ally-shoring) 전략을 모색 중이다. 이 전략의 취지는 핵심 국가와 연합해 중국을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서 배제하는 것이다. 한편 중국은 쌍순환 전략을 통해 고립의 탈피를 추구하고 있다. 이 전략의 한 축인 국제대순환은 한국과 일본을 연계 대상으로 설정했다. 정치적인 이유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여기에 대만이 빠져 있을 리 없다. 미중 패권 경쟁이 지속된다면 반도체 산업은 국제정치에 계속 영향을 받게 될 것이다. 미국이 대중 제재를 강화한다면 중국의 고립은 더 심화될 것이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고 있는 한국, 일본, 대만, 네덜란드가 중국과 협조하는 데 한계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배터리 산업에서 글로벌 공급망의 허브를 장악한 중국 역시, 반격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특히 배터리 생산에 필수적인 희토류의 전 세계 생산량 60%를 중국이 차지하고 있어 희토류 수출을 통제하는 등의 조치로 보복할 가능성이 우려된다. 미중 패권 경쟁이 한쪽의 일방적 승리로 귀결되지 않는다면 반도체와 배터리가 주력산업인 우리나라로서는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편승할 수 없다. 지정학적 영향을 최소화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핵심 기술에서 초격차를 유지하는 것이다. 미중관계와 양안관계가 악화돼도 TSMC의 매출과 순익은 증가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뿐만 아니라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TSMC를 추격한다면, 우리는 미중 경쟁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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