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을 지키는 언론

 

  지난 7월 개최된 도쿄올림픽이 전염병 확산 문제, 30도를 웃도는 폭염 등 상당한 어려움 속에서 마무리됐다. 그러나 주최 측의 선수들을 배려하지 못한 경기 운영 방식에는 다소 아쉬움이 남는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도 투혼을 발휘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이 뜨거운 감동으로 다가오는 가운데, 또 하나의 ‘황당한’ 논란이 지속돼 불쾌감을 더하고 있다. 바로 지상파 방송국인 MBC의 ‘이해할 수 없는’ 행보다.

  MBC는 올림픽의 개회식 생중계 중, 특정 국가를 소개할 때 부적절한 사진을 첨부했다. 우크라이나 소개에 체르노빌 원전 사고 관련 사진을, 아이티 소개에선 대통령 암살 관련 자료를 내보내는 식이었다. 이어 지난 25일에는 대한민국과 루마니아의 남자축구 조별리그 B조 예선 경기에서 ‘조롱’ 섞인 자막을 내보내 국가적 망신이라는 분노를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해당 경기에서 상대 팀의 마리우스 마린(Marius Mihai Marin)이 자책골을 넣자 “‘고마워요 마린’ 자책골”이라는 자막을 삽입한 것이다.

  이처럼 ‘무례한’ 행동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조차 강한 질타를 받았다. CNN은 “한국을 삼풍백화점, 성수대교의 나라로 소개하면 좋겠냐”라는 트위터 이용자의 글을 보도하며 한국 방송사의 ‘용납할 수 없는 실수’에 대해 비판했다. 뉴욕타임즈 역시 “공격적이고 부정적인 편견을 강화하는 내용”이라고 통렬히 지탄했다. 이와 같이 국내외에서 파문이 커지자 결국 지난 26일, 해당 방송사는 박성제 사장이 대국민 사과 기자 회견을 열어 “신중하지 못한 방송”에 대해 깊은 사과를 표하며 재발 방지를 약속했다.

  하지만 쇄신의 ‘약속’이 실망으로 돌아오는 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사과 당일, 유도 남자 73kg급 동메달 결정전에서 안창림이 동메달을 따자 중계진이 “우리가 원했던 색깔의 메달은 아닙니다만”이라는 발언으로 빈축을 사게 된 것이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배구선수 김연경을 인터뷰하는 장면에선 ‘자막 왜곡’ 논란까지 발생했다. 당시 취재진이 국민에게 희망을 준 것에 대해 어떻냐고 묻자 김연경이 이에 대해 뿌듯하다고 대답했는데, 이때 “축구, 야구 졌고 배구만 이겼는데?”란 질문과 다른 자막을 사용한 것이다. 이는 자칫 선수의 의도와 달리 타 종목을 비하했다는 오해를 받게 만들 수도 있어, 언론사의 계속된 기행에 대한 비난이 이어졌다.

  언론은 ‘사실’에 기반한 ‘공정한’ 보도를 해나간다는 것에 그 존재의 근저를 둔다. 따라서 검증 없는 자료, 특정인을 불리하게 만드는 의도적인 누락이나 왜곡, 상대에 대한 무분별한 조롱 등의 행태는 반드시 지양해야 한다. 그러나 MBC의 모습은 언론으로서의 본분도, 평화와 상호 이해라는 올림픽 정신도 지켜내지 못한 것이었다. 펜의 힘은 기자와 방송사의 양심을 먹고 자라난다. 저널리즘의 가치를 이해하고, 그 사명을 다하기 위해 언론의 자아성찰이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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