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희주 / 숭실사이버대 연예예술경영학과 교수

한국 대중음악의 허와 실 ① 케이팝의 위상과 의의

최근 몇 년 사이 K-POP의 성장과 해외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커졌다. 그중에서도 K-POP은 한류의 중심적인 콘텐츠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의 음악 시장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증하는 것일 터이다. 이러한 ‘K-POP’의 모습을 중심으로 대한민국 대중음악의 흐름을 돌아보며, 다음 세대에 대한 제언을 담아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케이팝의 위상과 의의 ② 연습생들의 현실 ③ 한류에 대한 우려 ④ 음악과 음학, 그 사이에서

 

 
 

세계인들의 대중문화, K-POP

권희주 / 숭실사이버대 연예예술경영학과 교수

 

  ‘문화(Culture)’는 과거와 현재를 아울러 투영하는 인류 진화의 산물이다. 그 가운데 대중문화란 대중매체에 의해 상품으로 대량생산 및 재생산돼 대중소비되는 문화를 말한다. 특히 문명의 발달과 함께 인간은 집단 속에서 문화와 관련된 생산과 소비를 하게 됐고, 이를 통해 대중문화를 창조해나갔다. 그중 ‘한류’는 다양한 매체의 유기적 연결망 구축과 새로운 콘텐츠를 요구하는 대중들에 의해 창조·발전돼 왔다. K-POP은 이러한 한류의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한류의 초석이 된 한국 드라마

  K-POP의 놀라운 성장 비결을 알기 위해서는 한류의 역사와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류라는 용어는 1990년대 중반 중국에서 시작된 한국 드라마와 가요에 대한 열풍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러나 공식적으로 사용된 것은 2000년 2월 HOT 북경 공연 후 중국 언론에서부터였다. 이어 〈겨울연가〉(2004)의 일본 방영으로 한류스타의 탄생과 한국드라마와 OST 열풍이 본격화됐다. 추가적으로 대만과 홍콩에 〈대장금〉(2003)이 방영되며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동유럽 등 약 62개국에 방송 및 수출되기도 했으며, 드라마 〈주몽〉(2006) 또한 이란에서 85%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많은 인기를 누렸다. 이렇듯 ‘한류 1.0 시대’에서 드라마의 성과는 한국의 대중음악까지도 아시아권에 확산될 수 있는 중요한 시발점이 됐다. 이는 지역적 편향성의 한계를 감안하고도 유의미한 성과다.

 

소셜미디어와 함께 하는 문화

  2000년대 초반 중화권에서는 클론·HOT·NRG 등 댄스가수들이 중국·홍콩·대만에 성공적으로 입성했고, 보아(BoA)는 일본 오리콘 일간·주간 앨범 차트 1위와 〈발렌티(Valenti)〉 (2002) 당일 판매량 100만장 달성 등을 하며 성공적인 ‘한류 2.0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또 2000년대 후반에는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의 영향으로 보다 적극적으로 세계시장에 진 출할 수 있게 됐는데 이 시기를 ‘한류 3.0 시대’라 한다. 이때부터 대형기획사와 방송국의 홍보·기획에만 의존하지 않고 디지털미디어의 활용을 통해 세계인들의 팬덤 현상을 이끌 어낼 수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2012년 7월 유튜브에 게시돼 올해 8월까지 약 42억 뷰를 기록한 싸이(PSY)의 ‘강남스타일’ 뮤직비디오가 있다.

  어떻게 싸이의 음악이 대중적인 인기 글로벌 문화콘텐츠 중 하나가 될 수 있었을까. 바로 ‘밈 비디오(Meme Video)’를 통해 그 이유를 알 수 있다. 밈 비디오란 원본 비디오나 콘텐츠를 상당 부분 변형해서 대중적으로 확산시킨 콘텐츠나 비디오 클립을 의미한다. 이 과정에서 유튜브나 소셜미디어 등 타 인터넷 매체를 활용하게 되는데, 수용자들이 이를 활 용함으로써 콘텐츠를 소비, 생산, 유통하는 디지털 팬덤이 구축된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전 세계로 빠르게 한류 문화가 확산된 것이다.

 

방탄소년단(BTS)의 성공 비결

  이어 K-POP과 드라마는 물론 언어·음식·의료관광·뷰티상품 등 다양한 한국 문화콘텐츠 경험이 이어지면서 파급효과가 극대화됐다. 서로 다른 문화권의 수용자들이 점점 단순한 소비가 아닌 자발적 참여를 하기에 이르게 된 것이다. 이에 창의적 콘텐츠 제작·유통 및 확산과 소비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는데, 이러한 트랜스미디어 콘텐츠 시대를 ‘한류 4.0 시기’라고 한다. 즉 문화의 발신자와 수용자가 상호 교류하며 쌍방향적인 소통이 가능하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수용자들은 새로운 주체자로 진화하며, 미디어 는 통합적이고 융합적으로 작동한다. 방탄소년단의 활동을 대표적인 예로 볼 수 있다.

  방탄소년단은 동시대 젊은 세대들이 살아가면서 겪는 고난 및 사회적 억압과 편견을 막아내고, 자신들의 음악과 가치를 당당하게 지켜내겠다는 의지를 음악과 다양한 콘텐츠에 녹여내며 ‘아미(ARMY)’라는 초국가적 네트워크를 형성했다. 그리고 각 멤버들의 캐릭터를 살린 영상과 음악, 특별한 스토리텔링을 통해 팬들을 더욱 열광시켰다.

  또한 춤연습, 커버댄스 영상 등을 공개하며 새로운 팬들이 유입되는 경로도 만들어냈다. 이러한 노력 끝에 미국, 영국, 일본 등 세계 유수의 차트 정상에 오르며 ‘제63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한국 가수 최초로 단독 무대를 펼치는 결과를 맛볼 수 있었던 것이다. 추가적으로 소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의 방시혁 대표는 해당 그룹의 지식 재산권을 활용한 플랫폼 구축을 예고하며 게임 회사와 협업을 통해 트랜스미디어 스토리텔링(Transmedia Storytelling)의 다양한 영역을 확장하겠다고 밝혔다.

 

K-POP과 실용음악과의 부족한 연계성

  이처럼 실무 현장의 활성화는 빠르게 이뤄지는 데 비해, 학계의 움직임은 다소 느리게 느껴진다. 과거 체계적인 교육체계나 시스템의 부재로 대중음악인들은 개인역량과 주변 음악인들의 경험에 의존하며 활동했다. 그러다 1989년 서울예대에서 실용음악과가 개설되면서 학계에서도 대중음악을 교육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30여 년이 지난 지금, 초기의 기대와 달리 그 결과는 회의적이라 볼 수 있다.

  해당 분야의 경우 시대의 흐름, 즉 최신 트렌드에 즉각적으로 맞춰야 하는 것이 무엇보 다 중요하다. 물론 대학 역시 K-POP 열풍에 맞춰 노래, 댄스, 연기, 퍼포먼스 등의 실용적인 수업을 이어나가려 노력한다. 2013년 국제대의 엔터테인먼트계열 K-POP 전공 신설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대부분의 청소년은 대학보다는 학원이나 개인레슨 등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평균적으로 13~20세 미만의 나이에 연습생으로 발탁돼야 하는 현실을 비롯해, 대학 입학 때까지 기다릴 수 없는 상황 때문이다. 심지어 2018년 음악산업백서의 통계에 따르면 음악산업분야의 업종별 종사자 중·고졸 미만의 학력자들이 연평균 8.1%씩 증가하고 있는데, 이 또한 실용음악과에서 음악산업분야와 관련된 전공이 부재해 전문인력을 배출하는 비중이 적기 때문이다. 따라서 K-POP이 대학 내 실용음악과와 긍정적인 연 계성을 갖기 위해서는 실연 위주의 수업 비중을 줄이고 대중음악산업 및 미디어 제작관련 수업 비율을 높일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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