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와 현실 사이의 연구]

 

 

학계의 윤리 불감증, 그 대책은

 

  당사자도 모른 채, SCI급 등재 국제학술지에서 제1저자의 이름이 삭제되는 ‘황당한’ 사건이 일어났다. 6월 2일자 오마이뉴스에 따르면 2013년 8월, 해당 논문에 A교수는 교신저자로, 그의 제자인 B씨는 제1저자로 이름을 올린 바 있다. 또한 C교수와 D교수가 공동저자로 들어갔는데, 이때 C교수는 A교수의 친오빠인 동시에 그의 지도제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후 2014년 4월, A교수는 국제학술지에 자신의 제자였던 B를 삭제해달라는 메일을 보내게 된다. 이 논문의 제1저자 B씨는 그 사실을 2020년에야 알게 됐다.

  심지어 이후 A교수는 친동생인 E교수를 논문의 새로운 저자로 추가하는데, 이에 대해 B씨는 C, D, E 저자가 논문에 기여하지 않았으며 그들의 얼굴을 본 적조차 없다고 주장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A교수는 제자의 논문을 빼앗아 자신의 형제에게 실적을 나눠준셈이 된다. 올해 6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지부 또한 이를 인권침해와 연구부정행위라고 비판하며, A교수에게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전북대 인권위원회와 동료 교수들 역시 해당 의혹을 정의롭게 처리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현재 학계에선 이러한 사건을 중대하게 바라보고 있다. 이는 외국인 제자의 연구실적을 강탈한 일이자, 나아가 ‘부당한 저자 표시’라는 학계의 그릇된 관행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비단 이러한 연구부정행위는 전북대의 문제만은 아니다. 교육부는 2019년 6월, 개교 이후 종합감사를 받지 않은 대학 가운데 일단 고려대·연세대 등 9개 주요 사립대를 대상으로 감사를 진행한 바 있다. 그 결과 448건의 부적정 사례가 확인됐으며, 그중 학술·연구 분야에서 연구 과제 결과물 미제출이나 타인의 논문을 자신의 것인 양 대체하는 사례 등의 문제가 적발됐다. 이처럼 ‘고질적인’ 연구부정행위는 합리적이고 공정한 연구문화를 무너뜨리고, 연구자의 전문성을 약화시킨다. 심지어 연구의 잘못된 결론을 도출해 사회에 큰 손해를 끼칠 수 있으므로 반드시 지양해야만 하는 일이다. 이러한 책임 의식을 기반으로 우리가 함께 지켜나가야 할 연구윤리를 살펴보고, 이와 관련한 교내외의 대응 방침이 가지는 실효성을 탐색하고자 한다.

 

본교 연구처, 연구윤리 위반행위 제보받아

 

  현재 본교 연구처에서는 연구역량 강화를 위해 각종 연구지원제도를 기획 및 운영하고 있다. 학술지 게재장려금 지급, 외국어 논문 교열 등의 지원이 대표적이며 그 외에도 연구활동과 관련한 부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연구윤리위원회 구성, 연구윤리 위반행위 제보접수 등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먼저 ‘연구윤리부정행위’가 무엇인지 그 정의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본교 연구처의 ‘연구윤리진실성검증 및 처리에 대한 규정’에서는 그 행위를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또는 연구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내는 “위조”행위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 등을 적절한 인용 없이 사용하는 “표절”행위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중략) 기여가 없는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행위 등으로 명시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예비조사를 통해 제보내용이 구체성 및 명확성을 갖춰 본 조사를 할 필요성과 실익이 있는지 먼저 살피게 된다. 이어 위원회의 예비조사결과가 승인되면 30일 이내에 본 조사가 착수되고, 그로부터 90일 이내에 판정을 포함한 절차가 완료되는 식이다. 이때 어떠한 경우에도 제보자의 신원은 직·간접적으로 노출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제보자를 보호하기 위해 조사결과 보고서에도 성명 등의 정보를 포함하지 않는 등 최대한의 조치를 취하는 것 역시 그 노력의 일환이다. 반대로 무혐의로 판명될 경우 피조사자의 명예회복을 위해 위원회에서는 다양한 방안을 골몰하게 된다.

  그러나 아직 한국말에 익숙하지 못한 외국인 원우들이 위와 같은 상황과 마주했을 때, 전하고자 하는 바를 최대한 생생하게 말할 수 있도록 번역이나 통역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식의 세부 규정이 부재하다는 점은 아쉬움을 남긴다. 앞서 살펴본 전북대 논문 의혹 사건에서도 제자 B씨는 몽골인이었다. 유학생 중 많은 수가 어학 능력, 문화적 차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연구 과정에서 문제가 생길 시 이들을 위한 세심한 대응 방안은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상황에 대한 세부적인 조항을 추가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한편, 본지는 연구처의 Q&A 게시판을 통해 이런 식의 문제를 질의했으나 답변은 며칠이 지나도록 제시되지 않았다. 연구처 홈페이지 내 구성원의 메일도 부재해 취재 과정에서도 소통의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했을 때 공익제보자 혹은 피해자가 직접 제보를 결심할 수 있도록, 그리고 용기를 내 정당한 권리를 찾아갈 수 있도록 학교는 발 빠르게 응대해야 한다. 이는 단순히 제보가 들어왔을 때 연구위원회를 꾸리는 일에 한정되진 않을 것이다. 제보 전 피해자들은 수십, 수백 번 고민하게 되며 그 과정에서 관련 사항에 대한 여러 문의를 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연구처 Q&A 게시판을 살펴본 결과 무려 2019년의 질의에도 ‘답변중’이라는 글자만이 떠 있을 뿐이었다.

 

현실을 고려한 세심한 배려를


  제보자들에게 있어 불안감을 형성하는 요인은 또 존재한다. 바로 이들이 연구 관련 부서에 제보할 땐 대부분의 학교가 실명으로 제보함을 원칙으로 한다는 점이다. 일례로 고려대 연구윤리센터의 경우 “제보자는 서면, 구술, 전화, 전자우편 등으로 구체적인 증거를 실명으로 제출”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으며, 경희대 연구윤리정보센터에서도 “구체적인 부정행위의 내용과 증거, 제보자 소속, 성명, 연락처를 기재”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본교 역시 “실명으로 제보함을 원칙으로 한다”라고 규정한 점에서는 타 대학들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익명 제보라고 할지라도 서면 또는 전자우편으로 연구과제명 또는 논문명 등 구체적이고 정확한 부정행위 또는 부적절행위 제보내용과 증거를 제출한 경우 본 위원회는 이를 실명제보에 준하여 처리할 수 있다”라고 덧붙여져 있기에, 제보자의 불안감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지길 기대해볼 수 있다.

  실제로 본교에서 유학 생활을 하는 대학원생 A씨(박사과정)는 연구윤리 부정과 관련된 피해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할 것이냐는 질문에 대해 “구체적인 제보를 해야 한다면 하지 않겠다”라고 말했다. 타 대학의 유학생 B씨 또한 실명을 쓰는 것에 대해 매우 부담스럽게 느껴진다며 거부감을 드러낸 바가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졸업’에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데에 불안감을 느끼며 “논문은 다시 쓰면 되지만 졸업은 정말 못할 수도 있다”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는 유학생들에게만 한정된 문제는 아닐 것이다. 학부에 비해 그만큼 학업 활동이나 졸업 후 진로에 있어서 교수와 밀접한 관계를 맺는 원우들은 상황상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증거를 제출한다는 전제로 익명 제보를 수용했듯, 다른 지침에도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고려해 보다 세심한 지침으로 개선될 필요가 있다.

  연구자들에게 있어 연구 부정은 ‘남의 일’만은 아니다. 학계, 즉 학술 공동체는 연구를 위한 사명으로 그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폐단이 관습이라는 이름으로 넘어가게 된다면, 그 부정함이 학계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리고 나아가 학술 공동체의 붕괴라는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임이 자명하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 되지 않도록,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 ‘우리의 일’을 사전에 해결해나가야 할 것이다.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