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원 / 문화예술경영학과 석사과정

Chapter 2

  각자가 지나온 시간과 삶의 방향에 따라 그 기준은 다르겠지만, 누구에게나 자신의 인생에 관한 챕터(Chapter)가 있다고 생각한다. 이전에는 발레가 내 삶의 전부였다. 그러나 예술경영을 알게 되고, 그 매력에 빠져 공부하게 된 지금의 모습은 ‘챕터 2’라는 페이지를 지나고 있는 건 아닐까 싶다. 지금껏 알던 세계와는 같은 듯 다른, 새로운 세상을 경험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됐기 때문이다.

  대학원 입학 후, 처음 줌을 사용했던 비대면 수업은 참 낯설게만 느껴졌다. 화면을 통해 진행되는 수업에는 한계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 집중하기 어려웠고, 팀 프로젝트는 주로 개인 과제로 대체됐다. 그 와중에 해야 할 작업마저 계속 늘어갔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물론, 홀로 공부를 이어가는 것 역시 쉽지 않았다. 그래서 모르는 부분이 생길 때마다 이렇게 하는 것이 맞는지를 나 자신에게 묻곤 했다. 좋아하는 분야를 다양한 방법으로 공부할 수 있는 사실에 감사하면서도, 잘 해내고 싶다는 강박과 불안을 내려놓기 어려운 시간의 연속이었다.

  흔들리는 마음을 붙잡고 답답함을 참아내며 꾸준히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한 끝에 플래너를 구입해보기도 했다. 하루하루 학업량을 미리 작성하고 완료할 때마다 체크를 하는데, 거기서 나오는 작은 성취감이 나를 움직이게 했다. 없어서는 안 될 행복과 동기부여가 된 것이다. 물론 목표했던 계획을 채우지 못할 때는 자책하기도 했지만, 오늘 충실했으니 나머지는 내일의 나에게 맡기자며 휴식을 가지기도 했다. 이처럼 감정의 온도는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가며 달라져 갔다.

  그러던 와중 올해부터 학교에서 연구실 동기들과 지도교수님을 만날 수 있었다. 대학원 입학 1년 만에 가게 된 연구실은 내게 큰 활력소가 됐다. 같은 고민을 나눌 만한 동기 들이 있었고, 공부에 대한 방향을 조언해주시는 지도교수님이 계셨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여러 데이터를 분석하고, 방법론에 대해 열띤 토론을 진행 해보기도 했다. 첫 시작은 무척 어렵고 힘들었지만 점차 시간이 흐를수록 한층 성장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학부 생활과는 다르게 학업과 연구의 과정이 보다 주도적이고 자율적 으로 이뤄진다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이처럼 연구실에서의 경험은 마음속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대학원 생활은 점점 다채로워졌으며, 열정을 되찾아가는 계기가 됐다.

  벌써 대학원 여정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곧 논문을 써야 한다는 사실에 두려움이 앞선다. 그러나 동시에 좋아하는 분야에 대해 공부할 수 있다는 감사함과 책임감이 나를 다시금 일으켜 세워준다. 발레를 전공하던 학부 시절을 되돌아보면, 무대에서 빛나기 위해 땀 흘린 순간들이 떠오른다. 힘들었지만 꿈을 위해 노력했던 간절한 시간이기도 했다. 지금의 ‘나’는 그때의 경험이 만들어낸 것이었다. 조금씩 단단해졌던 그때처럼, 대학원에서도 더욱 성장할 수 있길 소망해본다.

  우리의 계절에 어느덧 여름이 찾아왔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며 또 다른 계획과 함께 새로운 마음으로 여름을 맞이해야겠다. 지금은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을 걷고 있는 느낌일지라도, 또 하나의 챕터가 생길 것이라는 믿음을 가진 채 앞으로 도전해 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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