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열 /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

우리가 잘못했다 ④ ‘자연’과 거리두기

순식간에 퍼진 바이러스로 전 세계는 여전히 자연을 건든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경각심을 갖고 현재의 재난은 인간이 자초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자연이 보내온 신호들과 생태환경의 현주소를 다룬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생태학적 가치관의 필요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또한 자연을 보호하는 길이 우리를 위한 길임을 상기시키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간이 자초한 불행 ② 생태중심시스템으로의 전환 ③ 환경범죄 바로알기 ④ ‘자연’과 거리두기

 

 
 

 

쓰레기 난세 시대

 

  “산처럼 쌓인 폐기물은 언제나 고장 난 문명의 첫 번째 신호다.” 로맹 가리(Romain Gary)의 소설 《흰 개》의 한 구절이다. 이는 전대미문의 쓰레기 위기를 겪고 있는 지금의 모습과 들어맞는 표현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처리되지 못한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가고 있고, 바다에는 플라스틱이 버려지고 있다. 자연으로부터 일어나는 모든 물리적·화학적 과정은 물질의 재순환이지만, 오직 생태계에서 사람이 만든 쓰레기만이 다른 자리로 옮겨질때 문제가 된다. 그렇기에 사람은 자연 소비에 대한 환경적 부채를 기억해야 한다.

  이처럼 현재 지구는 인간으로 인해 6번째 생물 대멸종이 진행되고 있다. 인간이 인간 스스로를 포함해 지구상의 있는 생물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을 ‘인류세 위기’ 라고 한다. 지금의 인류세 위기 중 가장 큰 위기는 기후 위기다. 그 외에도 쓰레기와 플라 스틱 문제가 주요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인간이 인위적으로 만든 화학물질이 남용되면서 기적과도 같이 아름다운 지구 생태계가 고장나고 있는 것이다.

 

수치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우리나라에서는 2019년 기준 매일 49.7만 톤의 쓰레기가 발생하고 있다. 쓰레기 발생 량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데, 해당연도의 경우 전년 대비 11.5% 증가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건설폐기물이 44.5%, 사업장 배출 시설계 폐기물이 40.7%, 생활폐기물이 11.7%, 지정폐기물이 3.1%를 차지하고 있다. 수치상 건설폐기물 발생량이 거의 절반에 달해 큰 문제라 볼 수 있다. 이 수치를 연간 쓰레기 발생량으로 환산하면 1억 8천만 톤이 된다. 전 세계 쓰레기 발생량이 150억 톤 내외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국내 쓰레기 발생량은전 세계의 약 1% 정도를 차지하는 것이다.

  또한 1인당 생활쓰레기 하루 발생량은 2019년 기준 1.09kg인 가운데 이를 연간으로 환산하면 약 398kg이 된다. OECD 국가 대부분의 1인당 연간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400kg 이 넘어가는 것을 감안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생활쓰레기 배출량이 그렇게 많은 것은 아니 다. 하지만 단위면적당 쓰레기 발생량으로 따지면 우리나라가 미국의 7배에 달할 정도이 기에 단순히 국민 1인당 생활쓰레기 배출량 수치가 크지 않다고 만족하기는 어렵다.

  재활용률은 어떨까. 국내 전체 쓰레기 재활용률은 2019년 기준 86.6%이고, 생활폐기물 재활용률은 59.7%이다. 경이로울 정도로 높은 수치다. 하지만 국내 쓰레기 통계의 재활용률에 대해서는 많은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쓰레기를 태워서 에너지를 회수하는 방법을 국제기준에선 재활용으로 분류하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이 또한 항목에 포함시키기 때문이다. 모든 쓰레기가 재활용되지 않는다 해도 시설 반입량 기준으로 집계하고 있는 것역시 통계 수치에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이러한 거품을 걷어내면 실질적으로는 50%가 채되지 않을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이 수치도 전 세계 평균인 19% 정도와 비교하면 여전히 매우 높은 수치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환경에 대한 성적은 상대평가가 아닌 절대 평가로 이뤄져야 한다. 20점 맞은 국가에 비해 우리는 50점을 맞았으니 잘한 것이 아니냐고 우쭐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우리는 여전히 쓰레기의 반을 버리고 있다는 사실에 문제 의식을 느껴야 한다.

 

어떻게 헤쳐 나갈 수 있을까

  쓰레기와 관련된 환경문제의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쓰레기 발생량을 증가시키는 생산과 소비 시스템으로 볼 수 있다. 즉 많이 생산하고, 많이 소비해야만 유지되는 경제시스템의 문제인 것이다. 특히 경제성장이 멈추게 되면 불황으로 인해 실업자가 넘쳐나게 되는 시스템 속에서는 폐기물이 계속 넘쳐날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자원과 에너지를 더 적게 사용하면서도 경제가 꾸준하게 작동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순환경제시스템의 구축이 필요하다. 특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전면적으로 재설계돼야 한다. 고로 개인의 실천을 넘어선 거대한 구조의 전환이 필요한데, 이는 정부 중심의 규제만으로는 불가능하다. 민간의 자율적인 역동성과 창의성이 같이 동반돼야 한다. 정부가 규제하기 전, 기업들이 먼저 나서서 제품의 디자인을 개선하는 모습을 좋은 예로 들 수 있을 것이다.

  또한 포장재 사용량을 줄이고, 재활용이 쉽게 될 수 있는 제품을 만들며 재생원료 사용 량을 늘려야 한다. 그렇게 각 산업 분야 전반에 걸쳐서 기업들 스스로 실천계획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풍성하게 이뤄질 수 있어야 한다. 추가적으로 정부는 단기적인 실적 쌓기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목표를 명확히 제시하고 기업이 이에 맞춰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무엇보다 기업의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서는 소비자의 역할이 대단히 중요하다. 기업을 감시하고 압박하는 행동을 실천할 수 있는 소비자들의 제로 웨이스트 연대를 그 예시로 볼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이러한 연대와 실천을 가능케 하는 인프라의 구축 역시 필요하다.

  무포장 제품을 판매하는 제로 웨이스트 매장이 동네 단위로 들어서고, 다회용기로 배달 음식을 이용하거나 음료를 테이크아웃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나아가 업체 측에서 다회용기를 전문적으로 대여 및 세척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보증금을 붙여서 판매 하는 시스템 역시 대폭 확대돼야 한다.

 

건강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쓰레기는 올바른 분리배출을 통해 자원으로 순환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때 무조건 많이 배출하는 게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확한 배출이 중시된다. 소비자가 분리배출 해야 하는 품목에 대한 정보를 쉽게 제공 받을 수 있도록 온라인 정보제공 시스템이 정착되고, 신뢰할 수 있는 분리배출 표시제도가 보편화돼야 하는 것이다. 더불어 소비자들은 비우고, 헹구고, 이물질은 제거하고, 쓰레기는 섞지 않는 이른바 ‘비헹분섞’ 의 분리배출 원칙을 숙지하고 실천해야 한다.

  그레타 툰베리(Greta Thunberg)는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희망이 아니라 더 많은 행동 이라고 말했다. 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산자와 소비자, 정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더 많은 책임을 느끼고 더 많은 행동을 해야된다. 돈키호테가 현실은 진실의 적이 라고 했듯이, 당면한 현실에 눌리 기보단 명확한 목표를 설정하고 행동해야 한다. 결국 인간은 자연을 거스를 것이 아니라 흐름에 맞춰 공존하는 여유를 찾아야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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