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9.5 일 09:49
기획사회
[사회] 법적 처벌과 시행을 넘어신은숙 / 법무법인 백하 변호사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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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7호]
승인 2021.05.12  1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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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목소리, 아이들은 어디로 ③ 사회로부터 단절된 아동

사회는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들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의 아동학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아동을 주체적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미성숙함을 드러낸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동학대 사례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찾아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동학대의 어두운 그림자 ② 육아의 전선 ③ 사회로부터 단절된 아동 ④ 훈육과 학대 사이의 침묵

 

법적 처벌과 시행을 넘어

 

신은숙 / 법무법인 백하 변호사
 

 

 

 

  작년, 16개월 된 정인이가 양부모의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발생해 온 국민이 큰 충격에 빠졌다. 사망하기 전 세 번의 아동학대 신고가 있었지만 모두 무혐의로 처리됐고 결국 피해자는 사망했다. 이에 올해 1월, 검찰은 양모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공소장을 변경했다. 하지만 양모는 살인 혐의를 부인했으며 법적 다툼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해당 사건 발생 후 정부는 아동학대 근절을 위한 범정부 차원의 대책 마련을 약속했고, 이어 국회는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 및 통과시켰다. 그러나 정인이는 두 번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이미 떠난 뒤였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정인이와 같은 수많은 아동을 학대 범죄로 잃어버린 기억이 있다. 2013년에는 의붓어머니가 만 8세 의붓딸을 폭행한 뒤 아이가 복통을 호소하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아 숨지게 한 사건이 있었고, 2014년에는 울산에서 25개월 된 입양아가 장난을 친다는 이유로 여러 차례 학대해 숨지게 한 일도 있었다. 심지어 아동을 보호해야 할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발생한 학대 사건들은 고장 난 라디오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노랫말처럼 계속해서 들려오는 소식이 됐다. 과연 우리 사회에서 아동학대라는 범죄는 결코 끊어지지 않는, ‘악의 사슬’인 것일까.

 

예방을 위한 법리적 검토의 필요성


  국회에서는 2014년 1월,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이하 아동학대처벌법)을 제정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아동학대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해당 범죄 발생 시 긴급 조치 및 보호가 가능하도록 제도의 기틀을 마련한 것이다. 먼저 법률상의 ‘아동’은 미취학 아동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18세 미만자를 말한다. 이어 ‘아동학대’라는 개념은 보호자를 포함한 성인이 아동의 건강 또는 복지를 해치거나, 정상적 발달을 저해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성적 폭력 또는 가혹행위를 행사하는 일을 뜻한다. 나아가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을 유기하거나 방임하는 것 역시 이에 해당한다. 여기서 ‘보호자’란 아동을 보호·양육·교육하는 사실상의 보호자를 통칭하는 것으로 법률상의 친권자에만 한정되진 않는다.
  실제로 아동학대범죄에는 아동을 상대로 한 폭행, 상해, 유기, 학대, 협박을 비롯해 명예훼손과 모욕죄도 포함된다. 또한 법원에서는 아동학대처벌법상 학대의 개념을 형법상의 개념보다 넓게 해석한다. 특히 영유아의 경우 신체적·정신적으로 미숙해 사회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필요성이 더욱 크기에 보육이나 훈육을 이유로 영유아에게 신체적·정신적 제재를 가하는 것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아동학대처벌법의 주요내용에서 아동학대치사죄 및 아동학대중상해죄는 최고 무기징역에 처할 정도의 엄격한 잣대를 취하고 있다. 이어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가중처벌하며, 아동에게 중상해를 입히거나 상습적으로 아동학대범죄를 저지를 땐 검사가 법원에 친권상실을 청구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누구든지 관련 범죄에 대해 아동보호전문기관 또는 수사기관에 신고할 수 있게끔 했으며, 그중에서도 아동복지시설 종사자 등에 대해서는 아동학대범죄 신고가 의무화됐다. 이어 해당 신고를 접수한 사법경찰관리나 아동보호전문기관의 직원은 지체 없이 범죄 현장에 출동하도록 만들었다.

  나아가 2016년에는 아동학대범죄 신고자에 대한 해고 등 불이익조치가 가해지는 것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해 신고자 등에게 불이익조치를 한 자에 대한 처벌조항을 신설했다. 한편, 신고자 등이 보복을 당할 우려가 있는 경우 신변안전조치를 하는 등 보호조치에 대한 항목도 덧붙였다. 2020년에는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친권상실청구, 응급조치 등 각종 조치의 주체 또는 청구권자가 되도록 하고,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 관련 신고접수 및 조사를 수행하도록 해 행정기관에 아동보호의 의무를 부과하기 시작했다.

  특히 올해 1월에는 관련 범죄 신고가 있는 경우 정당한 사유가 없는 한 시·도, 시·군·구 또는 수사기관이 즉시 조사 및 수사에 착수하도록 했고, 이어 사법경찰관리나 아동학대전담 공무원이 현장 조사를 목적으로 갈 수 있는 장소에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장소’를 추가했다. 이는 친권자나 보육기관의 거부로 학대장소에 출입할 수 없었던 문제를 보완하려는 것이다. 또한 같은 해 3월에는 아동학대살해죄를 신설해 아동학대 관련 범죄를 저질렀던 이가 아동을 살해할 시 사형,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처럼 아동학대처벌법의 제정과 여러 번의 개정에도 불구하고 관련 범죄가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동학대범죄는 대부분 가정, 유치원, 어린이집처럼 개방되지 않은 공간에서 발생하는 일이 많다. 아동을 보호해야 할 의무자인 부모나 교사가 가해자라는 점에서 그 범죄의 발견이나 제3자의 개입이 쉽지 않은 것이다. 게다가 대부분의 가해자는 ‘학대’라는 범죄를 ‘훈육’이라는 명제로 정당화하려 한다. 따라서 법률로써 이러한 가해자들을 처벌할 수는 있지만, 예방에는 명확한 한계를 지니고 있는 것이다.

 

적극적 행정시스템 구축과 사회의 공적 책임


  정부는 2020년 10월부터 지방자치단체의 아동학대 전담공무원에게 관련 신고접수와 현장조사, 응급조치 등 즉각적인 조사 및 조치를 수행한 바 있다. 이어 올해 3월 30일부터는 아동학대 즉각분리제도를 시행했다. 그간 재학대의 위험이 급박하거나 현저한 경우, 피해아동을 보호하기 위해 아동학대처벌법 제12조의 응급조치를 통해 분리보호를 했으나 보호의 공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따라서 즉각분리제도를 통해 피해자를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서 일시보호하도록 제도를 정비한 것이다.

  이처럼 뒤늦게라도 아동학대 관련 행정시스템을 구축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아동학대방지 및 아동보호를 위한 사회의 공적 책임감을 제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는 중앙정부가 지방자치단체에게 아동학대의 책임을 떠넘기는 모습이어서는 안 된다. 또한 피해아동의 보호시설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문제점을 해결하지 못한다면 시행된 제도들은 피상적인 해결책으로 머무르고 말 것이다. 법과 행정 시스템만으로 아동학대의 방지와 피해아동 보호를 달성하기는 어렵다. ‘아동’은 보호의 대상인 동시에 존중받아야 할 개별적 ‘주체’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들을 보호의 대상으로만 인식하고, ‘훈육’이라는 명제 안에서 신체적·정신적 학대를 용인하려는 이중적 모습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보호의 객체가 아닌 인격의 주체로서 이들을 바라보고, 개별 가정 혹은 학교 등의 테두리를 넘어 우리 사회 전체가 아동보호에 대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공통의 인식이 문제해결의 출발점이 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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