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보라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도시적인 삶의 형식화 ③ 장수명주택, 미래의 주거 형태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는 한국의 현대 주거 문화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공학적 관점에서의 아파트가 가진 본질, 나아가 그곳에 반영된 사회상에 대한 고찰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파트의 구조, 방식, 역사 등을 살펴보고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위치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한국의 미래 주거 형태를 예측해 바람직한 도시 재생 방안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파트의 구조와 방식 ② 도시의 작동 원리 ③ 장수명주택, 미래의 주거 형태 ④ ‘무지개떡’ 건축을 분석하다

 

장수명주택을 활성화하려면

 

이보라 /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도 1년이 지났다. 관련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종식 이후에도 발병 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가긴 어려워졌으며, 우리는 이전과 다른 세상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한다. 현재 전 세계는 비대면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변화로 인해 집에 머무는 시간의 총량은 상당히 늘어났다. 이에 따라 거주 환경이 삶의 질에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된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양질의 생활을 위해선 주택의 기능 및 역할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 이젠 ‘잘 먹고, 잘 쉬고, 잘 자는’ 기본적인 주거 기능과 더불어 회사·학교·놀이터의 역할까지도 수행할 수 있어야만 하는 것이다.

 

 


비대면 시대 ‘가변형 주택’의 등장


  실제로 최근 들어 재택근무, 교육, 보육 등 비대면 업무 공간을 수립 및 변형하는 수가 늘어나고 있다. 나아가 세대 내 구성원이 자가격리자가 될 때, 다른 구성원의 생활영역이 침범되지 않도록 동선과 공간의 분리나 변형 등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이러한 거주자 맞춤형 공간의 구축을 위해서는 건축 초기에 계획적으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데, 이와 같은 변화는 ‘가변형 주택’의 도입으로 이어지게 됐다.
  가변형 주택이란 거주자의 변화 혹은 생활의 다양성에 대응해 공간을 변화시킬 수 있는, 한마디로 가변성을 가진 주택을 의미한다. 거주자의 생활 패턴 변화 등에 따른 상이한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능력(Capacity to Change)을 갖춰, 하나의 주택으로 다양한 생활 향유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는 기존의 1평면(주호형)-1생활형을 가정한, 고정된 형태의 일반적인 주택보다 진보된 것으로 보인다.

 

수명이 백 년에 달하는 집


  이러한 가변형 주택과 관련해 사용자의 필요에 따라 내부 구조를 쉽게 변화시킬 수 있는 ‘장수명주택’이 건축 시장의 새로운 흐름으로 등장하고 있다. 장수명주택은 내구성, 가변성, 수리용이성 등을 적용해 시대변화에 대응하고, 이에 부합하는 기능과 성능을 수용할 수 있는 주택을 뜻한다. 해당 주택은 공용부분·구조체·공용설비 등과 같은 서포트(Support)의 성능을 장기간 유지할 수 있으며, 동시에 인필(Infill)을 쉽게 변화·교체할 수 있다는 특징을 지닌다. 여기서 인필이란 전용부분 내장이나 전용설비 등을 말한다. 이때 서포트는 100년, 인필은 20년 수명을 목표로 할 정도로 오랫동안 사용이 가능하다.
  한편 글로벌 이슈인 ‘탄소제로’ 추세에 발맞춰 현 정부는 제3차 건축정책기본계획을 통해 국민의 만족도를 향상시키는 동시에 탄소배출을 25% 절감하고자 건축산업의 규모 확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탄소중립 도시’의 조성을 위해 다양한 추진전략을 제시한 것이다. 그 내용으로는 건축물의 에너지 성능 향상과 지속적 보급, 미래 변화에 적응하는 건축환경 관리, 커뮤니티 중심의 안전한 지역 생활공간 조성 등이 있으며 이로 인해 장수명주택에 대한 사회의 니즈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국내에서도 점차 장수명주택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있다. 관련 건설현황을 보면 2019년 9월 17일, 장수명 주택 최우수·우수 등급을 포함한 세종 블루시티가 준공됐는데 이는 최초의 실증단지인 셈이다. 해당 단지는 ‘비용절감형 장수명 주택 보급모델 개발 및 실증단지 구축’ R&D에 따라 조성됐으며, 총 147억의 사업비가 소요돼 건설 업계에서 새로이 두각을 드러내고 있다.

 

건축 영역의 인증제도와 지원책


  그러나 장수명주택은 국내에 도입된 지 약 반세기가 지났음에도 구조적·사회적·제도적 제약으로 인해 그 성장 속도 및 정도가 여전히 미비한 수준이다. 그렇다면 과연 어떤 것들이 고려돼야 해당 주택의 상용화가 가능해질 수 있을까. 이에 앞서 관련 인증제도 및 지원방안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해당 건설을 위한 지원책에는 장수명주택 인증제도에 따른 용적률 및 건폐율 완화가 존재한다. 인증심사는 ‘장수명 주택 건설·인증 기준’의 심사기준을 토대로 하며, 그 대상은 1천 세대 이상의 공동주택으로 의무화하고 있다. 등급은 100점 만점으로 최우수, 우수, 양호, 일반으로 구분된다. 그리고 그중 최우수 및 우수 등급에 한해선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덧붙여 주택법 제38조 제4항과 제7항에 따라 사업주택 및 취득자들의 행정상·세제상의 지원을 규정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범위에서 건축기준 완화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러한 방안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내에서 활성화가 이뤄지지 않는 이유가 무엇일까. 이는 기존 인센티브가 제대로 작동하기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장수명주택 인증기준은 등급에 따라 보상의 차등 없이, 동일한 수치의 용적률 및 건폐율을 제공하고 있다. 따라서 업체 입장에서는 굳이 최우수 평가를 받으려고 노력할 필요가 없게 되는 것이다. 또한 관련 법령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로 인센티브 관련 권한을 위임한 것도 문제가 된다. 적용되지 않은 지방자치단체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Y시의 경우 앞서 살펴본 용적률 및 건폐율 인센티브 관련 조례가 마련돼 있지 않다.
  이어서 용적률 및 건폐율의 인센티브를 적용하는 데에도 현실적인 한계가 있다. 기존의 수치가 무한하게 증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서울시 지구단위계획 수립기준 인센티브 용적률 산출 방법을 보면, ▲우수디자인 15%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 20% ▲장수명주택 10% ▲녹색건축물 에너지 효율등급 20% ▲신재생 에너지 3% ▲지능형 건축물 15% ▲역사문화보존 5%의 각각 항목을 더했을 때 총 20%가 넘지 않아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만일 이러한 관련 인센티브를 충족한다면 장수명주택 인증기준을 반드시 받을 필요가 없어지게 된다. 더군다나 비교적 덜 까다로우면서도 리모델링이 용이한 구조를 인증받는 경우, 인센티브가 장수명주택의 기준을 넘어서게 되는 상황이다. 이를 고려해봤을 때, 위와 같은 인증기준은 거의 유명무실한 셈이라고 할 수 있다.

 

미래 사회, 우리가 살아갈 곳들


  따라서 장수명주택 활성화를 위해서는 그 인증기준을 개선하고, 우수등급과 최우수등급을 차별화한 용적률 및 건폐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장수명주택 인증 및 인센티브와 연관된 내용을 법에서 명확히 규정해 관련 고려사항에 대한 건설사업자의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 덧붙여 건설 시행사뿐 아니라 건설시공사와 입주자에게도 알맞은 별도의 유인책이 추가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나아가 시공을 위해서는 기존의 시공법과 다른 방안을 찾아내고 이를 원활하게 적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인필 제품 설치 및 시공관련 시방서 등 관련 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 현재로선 적절한 대안책이 마련돼 있지 않아 현장에서는 시공하는 데 있어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주택을 소유한 실거주자를 위한 인센티브 제도 역시 추가적으로 도입해, 해당 주택을 구입할 경우 세제지원 등 관련 혜택이 고려돼야 한다.
  마지막으로 궁극적인 취지인 ‘지속가능한 건축 실현’을 위해서는 정부의 적극적인 유인책 제시가 중요하다. 예를 들어 공공임대주택을 건축할 때 이를 의무화하는 방안이 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타 주택과 비교했을 때 사업의 시행단계를 더 많이 밟아야 하며, 장기간의 임대 기간도 거치기 때문에 시대적 주거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단점을 안고 있다. 특히 현대사회가 다변화됨에 따라 새로운 주거 수요 계층의 요구를 적절하게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 이에 공공임대주택의 공급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지역별·수요자별 맞춤형 주택의 필요성이 함께 증가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에 적극적인 대응을 하기 위해선, ‘장수명주택의 평면 가변화 방안’ 등의 새로운 대안들을 생각해 봐야 한다.
  위의 방안을 통해 장수명주택의 일정한 물량을 확보할 수 있다면, 관련 부품 제조 및 건설산업의 활성화도 이뤄질 것이다. 이어 관련 법령의 추가 제안이 가능하게 됐을 때, 해당 주택의 상용화에 대한 발전을 끌어낼 수 있을 것이다. 미래의 상용화된 장수명주택이 신규 주거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진일보된 주거형태로 자리매김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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