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리와 함께 하는 ‘의무’

 

  본교는 원우들이 학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다양한 장학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일례로 ‘중앙사랑연구장학금’은 소속 지도교수 또는 학과장의 추천, 소속 부서장의 제청을 받은 자에게 관련 규정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하는 제도다. 연구조교A·B, 교육조교, 실험조교가 이에 해당한다. 또한 원우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본교에서는 조교규정과 교육·연구조교임용내규를 만들어 명확하게 근무의 역할, 시간, 장학금 지급 방식 등에 대해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규정과 내규는 조교가 업무 외 부당한 일을 부여받지 않도록 검토했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다.
  이와 같이 근로 장학을 제공할 때, 노동 권익을 보장하는 것은 학교의 ‘당연한’ 의무다. 그러나 아직까지 4대 보험, 퇴직금 등 마땅히 적용돼야 할 권리가 명시되지 않아 관련 논의는 보완돼야 할 사항들이 남아있다고 볼 수 있다. 덧붙여 이러한 논의 지점이 ‘권리’에만 치중돼 있는 경우가 많아 아쉬움이 남는다. 언제나 권리에는 의무가 함께 한다. 따라서 근로 학생이 권리를 누리기 위해서는 충실한 업무 수행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해당 ‘의무’에 대한 조항, 나아가 대비책 등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탓에 또 다른 ‘권리 침해’가 생기고 있는 실정이다.

 

무책임은 ‘남은’ 사람의 몫

 

  근로 장학의 대표적인 형태 중 하나인 교육조교는 학과 사무실, 지원 센터 등 다양한 교내 기관에서 매 학기 포털사이트를 통해 구인하는 것이 보통이다. 학생의 수업지도·강의 준비·기자재 관리 업무 등을 담당하며, 상호 간 복무협약서를 쓰는 식으로 계약 기간 내 업무를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그러나 작년, 학과 조교를 맡았던 본교 대학원생 A씨(석사과정)는 조교 활동을 하면서 “도망가는 사람들”로 인해 상당한 피해를 보게 됐다고 호소했다. 여기서 ‘도망가는 사람들’이란 소식을 끊고 종적을 감추거나, 무단 결근 및 3일 이내로 갑작스러운 퇴사를 강행하는 이들을 의미한다. 즉 적합한 사직 처리 없이 일방적인 ‘통보’를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이다.
  이에 A씨는 “그렇게 도망가게 되면, 결국 다른 조교들이 그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라며 추가적인 업무를 맡게 된 것에 대한 억울함을 토로했다. 분명 잘못은 자신의 업무에 대해 무책임한 태도를 취한 이들이 한 것이었지만 그 수습은 끝까지 ‘남아있던’ 사람들이 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지고 있던 것이다. 심지어 타인의 업무를 급하게 맡게 된 탓에 일처리가 미숙하게 이뤄지거나 시간이 부족해 부가적인 문제가 발생한다 해도 그 역시 남은 사람들이 책임져야 한다며 A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당시 추가적으로 맡게된 업무로 인해 학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뺏기게’ 됐다며 직·간접적인 손해에 대한 이야기를 덧붙이기도 했다.

 

떠나는 뒷모습이 아름다워야 한다

 

  한편 대학원 지원팀 측은 이러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현행 제도에서는 근로를 그만둔 이후 ‘일하지 않은’ 금액만을 전체 장학 금액에서 제외하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난감함을 표했다. 무책임한 이들이 나타나지 않도록 제동 거는 방법이 현재로서는 전무한 것이다. 특히 고지 감면 형태로 장학금이 제공돼 관련 협약서를 쓰지 않는 총학생회나 대학원 신문사에서 이런 일이 발생할 때는 더욱 난감하기 그지없는 상황이다.
  물론 천재지변이나 건강상의 문제 등 피치 못할 사정으로 사임하는 일은 남은 이들도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인터뷰 과정에서 무엇보다도 남은 사람들을 ‘분노’와 ‘허탈감’에 빠지게 했던 것은 떠난 이들의 태도였다. 그만두는 상황에 대한 자세한 설명도, 자신의 일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도 없이 나가는 뒷모습에는 상대에 대한 예의와 존중은 전혀 없어 보였다.
  퇴사 전, 떠나는 사람과 남은 사람 모두를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는 명확히 퇴사 의사를 밝히고 그 시점을 협의하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 퇴사를 비롯한 관련 내규들을 각 부서의 재량에 맡기는 경우가 많아 명확한 기준이 잘 알려지지 않은데다가, 내부에서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본질적인 해결이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부디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이 지극히 사적이고도 내부적인 일로만 치부되는 것이 아닌, 논의의 테이블에 올라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사안으로 불리길 소망해본다.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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