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우리가 잘못했다 ② 생태중심시스템으로의 전환

순식간에 퍼진 바이러스로 전 세계는 여전히 자연을 건든 ‘대가’를 치르고 있다. 우리는 경각심을 갖고 현재의 재난은 인간이 자초한 일임을 알아야 한다. 이번 기획에서는 자연이 보내온 신호들과 생태환경의 현주소를 다룬다. 이를 통해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정립하고 생태학적 가치관의 필요성을 제고하고자 한다. 또한 자연을 보호하는 길이 우리를 위한 길임을 상기시키려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간이 자초한 불행 ② 생태중심시스템으로의 전환 ③ 환경범죄 바로알기 ④ ‘자연’과 거리두기
 

 
 

‘지구’가 있어야 ‘사회’와 ‘기업’도 있다
 

김민석 / 지속가능연구소 소장
 

  대학생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뉴스만 틀면 ‘산성비’에 대한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우리는 산성비를 맞으면 대머리가 된다며 늘 우산을 챙기고는 했다. 일반 빗물은 약산성을 띠는 데 반해 산성비는 매연이나 배기가스 등의 영향으로 더 강한 산성을 띠어 건강에 좋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산성비에 관한 뉴스를 찾아보기 어렵다. 환경이 좋아졌기 때문일까. 불행히도 아니다. 조금만 찾아보면 산성비 대신 기후위기, 자원고갈 등 환경에 대한 거시적인 문제가 산성비 뉴스를 대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기업경영의 새로운 패러다임, ESG


  인간의 부주의와 탐심으로 지구 생태계와 사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사례는 수없이 많다. 일례로 1989년에는 125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던 미국의 대형 유조선 엑슨 발데즈호가 암초에 부딪히며 좌초하는 사고로 인해, 배에 실려있던 원유가 해안에 유출되며 극심한 환경오염을 유발한 사건이 있었다. 이 사고로 미국의 환경단체인 세리즈(CERES)는 인간과 기업의 환경오염과 훼손을 막기 위해 1997년 UN환경계획(UNEP)과 GRI(Global Reporting Initiative)를 설립함으로써, 기업이 경제와 사회, 그리고 환경에 대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공시하는 기준을 만들었다. 이는 최근 자주 언급되는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의미하는 ESG(Environmental·Social·Governance)에 근간이 되기도 했다.
  ESG는 2006년 유엔 책임투자원칙에서의 ‘투자자는 피투자기업에 대한 재무적인 정보 이외에 환경, 사회, 거버넌스와 같은 비재무적인 정보도 고려하는 책임 있는 투자를 해야 한다’는 약속과 함께 유명해졌다. 사실 ESG는 꽤 오래 전부터 있었던 개념이다. 이는 그동안 사회책임투자(SRI),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지속가능경영 등 유사한 용어로 사용되기도 했는데, 이때 기업이 재무적인 가치만을 추구하지 않고 윤리, 환경 등에 대한 책임을 지는 경영을 해야 한다는 것으로 통용돼 왔다. 그러다 2019년, 유엔 책임투자원칙에 가입한 회원사들이 ESG, 특히 환경을 고려한 투자를 얼마나 하고 있는지 공개하기로 하면서, 그동안 다소 소극적이던 투자자 및 금융권들도 관련 투자를 늘리기도 했다.
  2019년 8월에 개최된, 우리나라의 전경련과 유사한 미국의 비즈니스라운드테이블 회의에서 181명의 미국의 주요 CEO들은 ‘주주 자본주의’의 종말을 고하고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채택한 바 있다. 이를 통해 이윤 창출이 기업 존재의 유일한 이유라는 기존의 주장 대신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며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것이 목적임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 선언에 동참했던 블랙록(BlackRock)의 래리핑크(L.D.Fink)는 지속가능성에 대한 투자철학을 강조하며 기업향 ESG 경영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최근엔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가 및 사회 불평등과 같은 문제가 심각해지고,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착한소비와 가치소비 등이 확산돼 ESG에 대한 관심과 중요성은 급격히 커지게 됐다.
 

ESG 경영, 상식대로 하면 되는 것
 

  이렇게 중요한 ESG 경영, 어떻게 운영해야 할까. 우선 각 기업은 E, S, G와 관련된 내용을 측정하고 공시해야 한다. 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협의체(TCFD)의 공개원칙을 예로 들면, 공개 지표는 ESG와 관련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구체적으로 균형을 이루며 이해하기 쉬워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한다. 또한 시간이 지나도 일관성이 있고, 기업별로 비교 및 검증이 가능해야 하며 적시에 제공돼야 한다는 원칙이 있다.
  이러한 기준에 따라 각 기업은 다음과 같은 실행원칙을 준수해야 한다. 그동안 기업이 반복해서 실수하고 있던 E(환경)에 대한 원칙을 먼저 살펴보면, 환경과 관련된 비전과 목표를 수립해야 한다는 내용이 있다. 다음으론 기업이 생산 및 제공하는 제품 자체의 친환경성을 향상시켜야 한다. 또한 그 이후엔 벨류 체인(Value Chain)의 친환경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는 기업 운영 시 친환경성을 고려한 기술혁신과 인프라 개선, 지속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 따라서 E 영역에 해당하는 주요 항목은 기후위기와 함께 항상 언급되는 온실가스 감축, 친환경 에너지 사용, 전과정평가(LCA)를 고려한 폐기물 절감 프로세스 구축, 물 부족 문제 해결, 생태계 보호, 친환경 분야 투자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한편 S(사회) 영역의 경우 비전과 목표를 수립하고, 인권·노동·보건·안전에 대한 보장과 더불어 고객을 보호하는 제도를 구축해야 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나아가 가장 먼저 법을 준수하는 것과 윤리적이고 투명한 경영을 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내용이 G(거버넌스) 영역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ESG 경영에 대한 내용을 가만히 살펴보면 새로운 것은 아니다. 당연히 해야 하는 상식을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책임의 시대에 사는 기업과 우리
 

  기업이 ESG 경영을 하며 공시하고 평가받는 것은 기업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 건강검진을 받는 일을 의미한다. 즉 기업의 비재무적인 리스크를 미리 점검하고 관리하는 것이다. 하지만 ESG 평가를 잘 받는다고 해서 그 기업이 전혀 문제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한번의 건강검진으로 그 사람이 완전히 건강하다고 장담할 수 없듯이 말이다. 그리고 ESG 평가결과가 현실과 다를 수 있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그린워싱, ESG 워싱처럼 표면적으로만 잘 보이려는 유혹에 빠지는 것 역시 기업 입장에서는 경계해야 할 주요 이슈다.
지금 우리 사회는 기업에게 이러한 요소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에 기업은 변하기 시작했다. 많은 기업이 ESG 경영을 하겠다고 선언했고, 전담조직을 만들었다. 또한 벨류 체인 전반의 환경을 위해 제품의 생산부터 폐기까지 환경을 고려하며 문제를 개선하고 있다. 유제품 회사가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또 다른 회사는 통조림 캔의 플라스틱 뚜껑을 없앤다. 재사용에 대한 이슈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 지금까지 반복했던 어리석은 실수를 다시 해서는 안 된다. 북극의 얼음이 더이상 녹지 않도록, 태평양 한가운데에 있는 섬이 바다에 잠기지 않도록, 우리의 바다가 미세플라스틱과 폐기물에 오염되지 않도록 깨어있을 필요가 있다. 지금 우리는 ‘책임’의 시대에 살고 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안일한 생각은 우리가 마땅히 지녀야 할 책임을 외면하는 행위다. 따라서 지금까지 인간이 환경에 끼친 부정적인 행동에 대한 철저한 반성과 함께, 이제는 투자자·기업·개인 모두 ESG 경영이라는 거대한 파도에 올라타서 지속가능한 지구별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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