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례로 본 아동학대 이슈] 

‘쉼터’ 없는 아이들

 

  무려 63년 만에 ‘징계권’ 조항이 삭제됐다. 이는 민법 제915조 “친권자는 그 자를 보호 또는 교양하기 위해 필요한 징계를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이젠 일방적인 체벌을 법적인 차원에서 금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그만큼 징계권은 가혹한 ‘폭력’을 ‘훈육’이라는 이름하에 합리화시키며 악용할 우려가 있어 지속적인 문제 제기가 나타났던 조항이기도 하다. 이로써 한국은 아동에 대한 처벌을 금지한 62번째 나라로 공표될 수 있었다.

  한편 다수의 아동학대는 ‘부모’에 의해 ‘집’에서 벌어지고 있다. 가장 편하게 쉬어야 할 집이 공동체의 신념 아래, 은밀한 감옥이 된 셈이다. 이후 주변 또는 본인의 신고로 간신히 그곳을 벗어나더라도 현행법상 친권자가 요구할 경우, 이를 거부할 강제력은 없다. 이로 인해 아동은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자녀를 부모가 양육해야 한다는 견고한 신념을 놓지 않고 있다. 아동이 태어난 가정에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원(原)가정 보호 원칙’의 취지도 이러한 신념에 기반을 뒀을 것으로 짐작된다. 어쩌면 “아이는 내가 키우겠다”는 말은 자식에 대한 훌륭한 책임의식으로 받아들여질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학대 아동에게 이 원칙은 무겁게 목을 조여오는 굴레일 뿐이다. 우리는 ‘상식’의 선에서 일률적인 법안을 만들었다. 그러나 학대는 상식 밖의 일이다. 징계권의 변화를 불러온 것처럼, 다른 눈으로 낡은 법안들을 직시해야 하지 않을까. 기형적인 가정은 결코 쉼터가 될 수 없다.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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