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하는 대학원생 안전, 어디에 있나?

 
 2000년대 초부터 본격적으로 대학 내 연구개발의 중요성이 제기되면서 많은 대학원생들이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동시에 연구실에서 각종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해 왔다. 이로 인해 200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연구실 안전환경 조성에 관한 법률(이하 연구실안전법)’을 만들기도 했으나 여기에는 산재보험 적용 내용이 들어있지 않았다. 다만 민간보험 가입에 대한 조항은 있었는데, 이에 따르면 학생연구원이 받을 수 있는 요양치료비 배상 한도는 최대 5천만 원이다. 법률 개정으로 올해 12월 19일부터는 요양급여가 1억 원으로 금액이 늘어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대학원생들은 연구 도중 사고 발생 시 치료비가 그 보장 범위를 넘어서게 되면, 학교의 온정에 기대야 한다.

 

단계적으로 확장되는 울타리

 

 물론 지금까지 대학원생의 안전한 연구를 위한 제도적 대책이 마련되고 있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과기부에서는 연구실안전법 이후 2017년 학생연구원의 권익보호를 위해 학생연구원과 정부출연연구기관(이하 정출연)의 근로계약 체결 및 4대보험(국민연금·건강·고용·산재) 보장을 단계적으로 의무화하는 내용의 ‘학생연구원 운영 가이드라인’을 발표한 바 있다.
 
 2017년 배포된 ‘학생연구원 운영 가이드라인 발표’ 속기자료에 따르면 정출연 학생연구원은 세 부류로 구분된다. 과학기술연합대학원대학교(UST) 재학생, 학연협동과정생, 학생연구원으로 참여하는 기타연수생이 해당되는 것이다. 나아가 해당 가이드라인의 추진 배경에선 “학생연구원의 처우개선 필요성”과 함께, 특히 안전사고 발생 시 학생들에게 충분한 보상이 이뤄지지 않는 점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음을 밝히고 있다. 또한 근로자로서 학생연구원에 대한 권익보호가 필요하다는 지점도 다뤄졌다. 한편 이 가이드라인은 학생들의 안전연구 활동을 보장하는 제도였지만 정출연에 국한된 내용이었다.
 
 이에 올해 3월 24일,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됐다. 이 법의 통과로 2022년 1월 1일부터 정출연 뿐 아니라 전국에서 연구개발과제를 수행하는 학생 신분 연구자들도 산재보험을 적용받게 됐다. 산재보험은 ‘근로자를 사용하는 모든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이때 개정안은 근로계약을 맺지 않은 학생연구원도 가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다만 최초 법안이 발의됐을 땐 학업과 연관된 실험을 진행하게 되는 이공계 학부생 및 대학원생을 모두 포함하도록 했으나, 국회 논의 과정에서 ‘대학이나 연구기관 등이 수행하는 개발과제에 참여하는 학생 신분 연구자’로 조정됐다. 이에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강태경 대학원생노조 정책위원장은 위 개정안의 경우 “과기부를 시작으로 교육부와 소통하며 법안을 제안하고 틀을 구상했다”며 관련 논의 과정을 설명했다. 하지만 학부생을 포함한 모든 연구실 관련 학생들을 대상으로 했을 때 100만여 명의 숫자가 나오기에, 재원구성 및 행정전담의 현실성에 대한 고용노동부와의 입장 차가 생겨서 범위를 조정하게 됐다고 그 이유를 제시했다.
 
안전보장, 기본이 되기 위해
 
 2005년 연구실안전법이 만들어지기 전 1999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연구실에선 세 명의 대학원생이 목숨을 잃었고, 2003년엔 KAIST 실험실 폭발사고가 있었다. 2016년에는 한국화학연구원에서 학생연구생 한 명이 실험 중 손가락을 절단 당했으나 산재보험 가입대상이 아니라는 이유로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상황은 변하지 않아, 2019년 12월 경북대 실험실 폭발사고가 벌어졌다. 해당 사건으로 4명의 학생이 다쳤으며 그중 한 대학원생은 전신 3도 화상의 중상을 입어 계속 치료받고 있다. 지금까지 청구된 치료비는 약 10억 원이지만, 치료비를 둘러싼 학생과 학교의 입장 차는 현재진행형이다.
 
 대부분의 제도개선은 보도가 이뤄지고 나서 뒤늦게 보장이 확대되는 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연구실안전법을 기반으로 수정되고 보완돼 온 지금까지의 모습은 ‘이미’ 발생된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다시 세워지기를 반복한 것이다. 이번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일부개정법률안’ 통과를 시작으로, 연구하는 대학원생들의 안전보장이 기본적인 권리가 되기를 바란다.
 
김한주 편집위원 | auchetec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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