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연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디지털 문화예술 소비 영향요인과 소비자 분류에 관한 연구』 김도연 著 (2021,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논문)

본 지면은 학위 논문을 통해 중앙대 대학원에서 어떤 연구 성과가 있는지 소개하고, 다양한 학과의 관점을 교류하고자 기획됐다. 특집호에서는 문화예술경영학과 김도연의 박사 논문 『디지털 문화예술 소비 영향요인과 소비자 분류에 관한 연구』를 통해 디지털 시대에 새롭게 나타난 문화빈부격차 현상에 대해 살펴본다. <편집자 주>

 

디지털미디어의 양면, 문화격차

 

김도연 / 문화예술경영학과 박사

 

  코로나 시대에 접어들면서 공연, 전시 등 문화예술 프로그램의 현장 개최가 어려워졌다. 그 대신 미디어를 이용한 문화예술 콘텐츠의 공급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또한 TV나 스마트폰과 같이 개인화된 기기를 이용해 콘텐츠를 향유할 수 있는 기회도 늘어났다. 한마디로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덕분에 취소 위기에 놓인 현장 중심의 공연 및 전시가 개최될 수 있었고, 실시간 무관중 공연과 같은 새로운 방식도 생겨났다. 이는 곧 문화향유가 좀 더 보편화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불러왔다. 그러나 단지 기술의 발달만으로 과연 문화예술 관람에 제약을 겪었던 이들의 참여가 가능할지에 대한 물음이 생겼고, 이러한 질문은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해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이들은 누구인가 라는 논의로 번지게 됐다.

 

 
 

 

미디어로 문화예술을 찾아가는 시대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9 국민문화예술활동조사〉에 따르면 2018년 8월부터 2019년 7월까지 현장을 방문해서 문화예술을 감상하는 관람률(이하 직접관람률)은 81.8%,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관람률(이하 디지털관람률)은 97.3%이다. 거의 모든 국민이 미디어를 이용해 문화예술을 관람한다고 볼 수 있다. 이 조사에서 다루는 미디어엔 TV와 라디오부터 PC와 노트북 등이 포함되는데, 그중에서도 TV와 라디오를 이용한 관람률은 매년 90% 이상으로, 이들이 전체 디지털관람률을 높이는 주요 원인이 된다. 또한 2016년을 기점으로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관람률은 PC와 노트북을 이용한 관람률보다 높게 나타나기도 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어떤 장르를 어떤 방법으로 감상하고 있을까.

  2019년 기준 문화예술 장르별 직접관람률과 디지털관람률을 살펴보면, 영화 및 대중음악/연예 부문은 디지털관람률이 80%를 넘으며 그중 영화는 81.8%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이외 문학행사, 미술전시, 연극 등은 디지털관람률이 10% 내외로 나타난다. 즉, 문화예술 시장에서 직접관람과 디지털관람이 함께 이뤄지고 있으나 장르별로 그 결과에 차이가 드러났다. 이는 장르에 따른 관람방식의 차이로 설명된다. 디지털관람률이 높은 분야는 대중매체를 기반으로 탄생한 대중예술로 분류될 수 있다. 반면에 문학행사를 포함한 7가지 장르는 순수예술로 분류될 수 있으며, 주로 현장에서 실연하는 방식으로 관객에게 소비되는 특성을 가진다. 한마디로 해당 장르들은 대중예술과 달리 디지털미디어로 옮겨지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에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소비자 분석을 목적으로 하되, 실연방식과 관람방식의 차이를 고려해 전자를 대중예술로, 후자를 순수예술로 구분해 살펴봤다.

 

소외계층은 여전히 존재한다

 

  대중예술은 대중매체를 기반으로 널리 유포된다는 특징이 있고 그만큼 누구나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다. 산업혁명 이후의 영화, 대중음악/연예가 대중예술의 대표적인 예시다. 이러한 대중예술은 순수예술과 달리 감상을 위해 특별한 지식과 학습을 요구하지 않는다. 나아가 이를 지탱하는 매체 즉, 인터넷 기반의 스마트기기를 이용한 관람은 콘텐츠의 다양성 및 선택적 이용이 가능하다는 특성을 가진다. 이에 분야별로 살펴본 문화예술에서 대량생산과 쉬운 접근성의 문제는 소비자 분류 및 관람에 영향을 주는 요인을 살펴보는 데에 중요한 쟁점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기에 디지털미디어는 여러 여건에 의해 문화예술을 향유하기 어려웠던, 이른바 문화소외계층에게도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본 연구에선 디지털미디어가 향유 계층을 확대하기보다는 계층 간 향유의 차이를 확대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처럼 새로운 문화소외계층이 등장하는 가운데, 이와 같은 소비자 분석을 위해 본 연구는 개인의 문화예술 향유 형태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인을 살펴봤다. 그 과정에서 계량경제학 모형인 영과잉음이항회귀모형(Zero-inflated Negative Binomial Re-gression)을 이용해 성별 · 연령 · 거주지 등과 같은 소비자 개인의 특성과 문화자본으로서 대표되는 최종 학력,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주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발견할 수 있었다.

  먼저 가구소득이 많아지거나 유 · 아동기, 청소년기에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있는 경우 직접관람과 디지털관람이 함께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학력이 높아질수록 직접관람과 디지털미디어를 활용한 순수예술의 관람이 증가했다. 나아가 최근 1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있으면서 가구소득이 증가한 경우는, 해당 기간 내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없는 대상자에 비해 직접관람과 디지털관람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리하면 높은 가구소득, 고학력, 문화자본으로서의 많은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문화예술을 활발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요소가 된 것이다. 반면 가구소득이 낮거나 학력이 낮을수록, 그리고 문화자본이 없거나 이를 적게 보유할수록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향유 기회를 늘리기는 어려웠다.

  한편, 본 연구는 데이터마이닝의 일종인 의사결정나무모형(Decision Tree Model)을 이용해 2010년부터 2018년까지 10년간의 조사 데이터를 분석했다. 그 결과,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의 소비자가 다르게 나타났음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는 곧 분야별로 소외계층의 존재가 확인됐음을 방증한다.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순수예술의 소비자는 최근 1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있으면서 학력이 상대적으로 높은 사람이 해당하나, 대중예술은 비교적 연령이 낮은 사람이 해당됐다. 즉, 순수예술은 최근 1년 동안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없으면서 학력이 낮은 경우가, 대중예술은 고령층이 디지털미디어를 이용한 관람에서의 소외계층으로 분류된 것이다.

  따라서 순수예술과 대중예술에서 디지털관람의 목적이 다르다는 점을 알 수 있다. 문화예술교육 경험이 소비자 분류를 하는 가장 주요한 기준이라는 점에서 순수예술은 지식과 취향을 보유한 이들의 향유 차원으로, 대중예술은 여가의 개념으로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두 번째로, 나이가 많거나 학력이 낮을수록 디지털 기기의 이용과 활용에 어려움이 있어, 디지털격차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고학력, 저연령일수록 디지털미디어를 통해 문화예술의 소비를, 문화자본으로서의 문화예술교육 경험은 디지털 환경에서의 향유 기회를 증진시키는 도구로 작용한다. 이 연구에서는 소비자 분류를 통해 디지털미디어가 소비자 계층을 확대시키는 것에서 멀어짐을 재확인했다. 오히려 미디어는 기존 소비자의 향유 기회를 증가시키는 도구였고, 그 과정에서 소외계층은 새롭게 형성되고 있었다.

 

문화빈부격차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접근

 

  시간과 비용은 문화예술의 직접 관람을 위한 요소인 동시에 향유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디지털미디어는 문화예술의 관람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감소시켜 향유 기회를 증가시키고 소비자를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안고 있다. 그러나 막상 본 연구에서는 디지털미디어가 새로운 소비자를 발굴하기보다는 문화향유수준의 차이를 증가시킨다는 결과가 드러났다. 한마디로 고소득 · 고학력 · 문화예술교육의 경험자일수록 디지털의 접근과 활용이 용이했으며 이를 기반으로 문화예술을 더욱 풍요롭게 즐길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디지털 환경에서의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증가시키기 위해선 새로운 방안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먼저 경제적 · 지리적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관람기회 제공에 중심을 둔 문화복지정책의 개선이 필요하다. 문화예술이 경험재라는 특성을 고려했을 때, 관람기회의 제공은 문화예술에 관심을 가지는 계기로 작용할 수 있다. 그러나 관람기회는 물론 소득과 시기에 구애받지 않고 문화예술을 향유할 수 있는 지식과 취향을 기르는 교육의 기회 또한 제공돼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문화예술 향유 기회를 증가시키고, 디지털로 인해 심화된 문화빈부격차를 완화시킬 수 있으리라 본다. 나아가 이러한 변화를 위해선 궁극적으로 디지털 시대에서 발생한 문화예술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제도적 장치가 마련될 필요가 있다. 이후 대면 사회로 돌아갔을 때, 이들이 온라인뿐 아니라 오프라인에서 문화예술 프로그램을 찾아 즐기는 소비자가 되길 바란다. 문화예술 관람이 개인의 행복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연구가 있는 가운데,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돼 취약계층 또한 문화예술로 보다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를 소망한다.

저작권자 © 대학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