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암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도시적인 삶의 형식화 ① 아파트의 구조와 방식

치솟는 집값으로 인해 아파트에 대한 전국민적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처럼 아파트는 한국의 현대 주거 문화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여전히 건축공학적 관점에서의 아파트가 가진 본질, 나아가 그곳에 반영된 사회상에 대한 고찰은 비교적 적은 편이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파트의 구조, 방식, 역사 등을 살펴보고 한국의 대표적인 주거 형태로 아파트가 위치하게 된 이유를 살펴보고자 한다. 또한 한국의 미래 주거 형태를 예측해 바람직한 도시 재생 방안을 조명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파트의 구조와 방식 ② 도시의 작동 원리 ③ 장수명 주택, 미래의 주거 형태 ④ ‘무지개떡’ 건축을 분석하다

 

대표적인 주거형식으로서의 아파트

 

김수암 /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국내 주택보급률은 2008년 100%를 넘어선 후 2019년에는 104.8%를 기록했다. 총량적으로는 주택수가 가구수를 상회하고 있으며, 그 수치가 이미 서울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100%를 넘어섰다. 이때 주택보급률 달성은 공동주택 증가에 기인하는데, 그중에서도 아파트 건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e-나라지표’에 의하면 국내 공동주택현황은 2020년 12월 기준으로 1천만호 이상에 이른다. 나아가 2019년도 주택유형별 통계에 따르면, 77.2%를 차지하는 공동주택의 비율 중 아파트는 62.3%에 도달했다. 이러한 시점에서 과연 아파트란 개념은 무엇을 뜻하는지, 그리고 왜 한국 사회의 대표적인 주거형태가 됐는지에 대해 물음을 던져보려 한다. 또한 아파트 건설과 관련해 남아있는 과제를 살펴봄으로써 보다 장기적으로 우리 사회가 취해야 할 방향에 대해 논해보고자 한다.

  

 
 

 

나의 건축물, 각각의 주택

 

  건축법 시행령 별표1 용도별 건축물의 종류에 따르면 아파트는 ‘주택으로 쓰는 층수가 5개 층 이상인 주택’으로 정의된다. 주택이란 세대의 구성원이 장기간 독립된 주거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건축물의 전부 또는 일부 및 그 부속토지를 말하며, 이는 단독주택과 공동주택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공동주택은 건축물의 벽 · 복도 · 계단이나 그 외 설비 등의 전부 또는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생활을 할 수 있는 구조로 된 주택을 말한다. 주택별 해당 정의는 시대에 따라 변경돼 1973년 2월 이후 바닥면적 330평방미터 이상으로 3층 이상, 1980년 5월에는 면적 규정 없이 4층 이상, 1990년 7월에는 5층 이상의 주택이 됐다. 2000년 7월부터는 건축법시행령을 따르도록 일원화돼 이후 층수와 면적은 유지한 채 세부적인 변화를 거쳐 오늘에 이르고 있다.

  공동주택인 아파트는 대지와 건축물의 전부 혹은 일부를 공동으로 사용하는 부분과 개별 세대만 사용하는 부분으로 구성된다. 한마디로 건물의 일부를 점유하는 자기완결형의 주택단위(Dwelling Unit) 또는 복수의 주택단위를 포함하는 건물이다. 덧붙여 용도에 따라서는 주거용과 상점 등 비주거용을 포함하는 주상복합 혹은 용도복합건물로 분류된다. 또한 단일 건물이나 복수의 건물도 있고, 단지를 구성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의 사회상을 담고 있는 ‘공간’

 

  우리나라 최초의 아파트는 1930년 유림아파트(현 충정아파트)로 볼 수 있다. 또한 해방 후 1950년대 행촌아파트, 종암아파트, 개명아파트 등이 건설됐으나 대한주택공사가 건설한 마포아파트를 아파트단지의 효시로 본다. 1960년대 초 정부의 공업화 정책추진으로 도시인구가 급증하면서 주택공급 확대의 필요성이 제기됐고 이에 대한주택공사는 소규모 아파트를, 서울시는 구릉지에 8평에서 12평 정도의 소규모 시민아파트를 대량으로 건설했다. 당시 2천동 총 9만호 계획으로 진행됐으나 아파트 건설은 인기가 거의 없었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와우아파트 붕괴사건으로 인해 이미지는 더욱 나빠졌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 서울시는 서민을 위한 시민아파트에서 중산층을 위한 시범아파트 건설로 정책 방향을 전환하게 됐다. 대표적인 단지로 볼 수 있는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당시 12층, 22개 동, 1천308호의 18~48평으로 구성돼 녹지, 주차장, 유치원, 중앙난방방식 등 이전과는 전혀 다른 고급아파트의 형식을 갖췄다. 이 시기를 전후해 대한주택공사도 소규모 소형아파트 건설에서 벗어나 국내 최초의 고층아파트였던 한남동 힐탑아파트, 동부 이촌동 공무원아파트, 한강맨션, 외인아파트 등을 건설하게 된다. 특히 한강맨션은 모델하우스를 통해 최초로 선보였는데 이는 선분양의 시초가 됐다. 이들은 중대형에 이르는 면적 규모와 중앙난방방식, 부대복리시설, 고층의 경우 승강기 설비 설치 등으로 차별화를 뒀다. 이후 중산층 아파트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게 됐고, 이러한 움직임은 곧 한강변과 반포단지를 시작으로 강남지역의 대규모 고층아파트 단지의 건설로 이어진다.

  또한 1972년 정부의 250만호 건설 계획과 이를 뒷받침하는 주택건설촉진법 제정으로 인해 민간업체의 주택개발사업 참여를 포함한 국민주택으로의 전환과 특정지구개발이 장려됐다. 이 과정에서 세금 면제, 여의도 · 영동 · 잠실지구 등 택지개발 추진, 민간개발업체 육성과 같은 법적 · 제도적 지원이 잇따랐고, 세제 · 금융 측면의 인센티브도 그 몫을 해 결과적으로 민간아파트 건설과 주택건설량은 급증했다.

  한편 그 과정에서 아파트 건설 붐은 경제성장 및 소득증가로 인한 대도시 중산층의 급팽창 현상과 영향을 주고받았고, 핵가족화와 개인주의적 의식 성장을 기반해 일어났다. 또한 편리성과 서구식 생활양식 추구에 따른 아파트 수요 증가, 재산증식의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는 동시에 민간건설업체 참여, 강남개발, 주택청약제도 정비 등으로 우리나라에서 아파트 중심의 주택공급이 정착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통적으로 많은 서구의 아파트가 저소득층 중심의 임대주택, 즉 잠시 거쳐가는 주거지의 개념을 갖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 아파트는 위와 같이 사회계층이 중산층 중심으로 구성됨에 따라 일반주택과 차별화되는 편리성을 갖춘 곳이라는 의미와 함께 소유와 분양을 통한 자산으로 인식된다. 나아가 가격으로 평가되는 상품이라는 점, 사회적인 지위 주장의 수단으로 사용된다는 점, 주택보급 확대를 위한 정책과 제도로 강력하게 뒷받침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서구의 개념과는 확실히 차이를 보인다.

 

미래를 위한 멈춤과 논의가 필요한 때

 

  ‘아파트공화국’이라고도 불리는 우리나라는 아파트 중심의 건설과 발전에도 불구하고 개선해야 할 과제를 가지고 있다. 먼저 많은 사례가 자족적인 단지 혹은 직장과 주거지가 가까운, 이른바 직주근접이라는 측면에서 벗어나 베드타운화(Bed Town)됐다. 2기 신도시가 충분한 녹지율 확보, 자족 기능 강화, 신도시별 특화계획 등의 차별화를 지향했다고 하나 여전히 많은 이들이 서울 생활권에 의존하고 있다. 또한 아파트 단지는 도시의 외부 공간 및 가로와 연계성이 부족해 폐쇄성을 띄고 있으며, 단지별로 개별화하고 있다. 연도형 혹은 중정형 아파트 등이 일부 존재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단지 외부와는 단절된 울타리 속에서 폐쇄적인 형태가 우선시된다. 단위주택에서 주동, 단지 입구를 거쳐 가로/도시까지 획일적인 위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다. 다음으로 단위주택은 면적별로 일정한 공간구성 유형과 범위에서 동일한 공간구성 형태를 취하고 있으며, 다양한 생활형을 수용할 수 있는 공간구성이 이뤄지지 않아 획일성이 강하다. 일부 사례에서 가변성을 위한 공급방식을 취하지만 여전히 생활의 변화와 다양성을 수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

  한편, 아파트가 초고층화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많은 곳에서 내력벽식 구조(Bearing Wall Structure Type)의 습식공법, 설비의 구조체 혹은 온돌층 매설, 층하배관방식 화장실이 대세로 자리잡는 등 비합리적 구법과 공법을 채택하고 있다. 특히 벽식구조는 중량충격음 차단 성능, 즉 생활 소음 차단의 측면에서도 불리해 세대 간 방음에 취약하다. 뿐만 아니라 습식공법과 설비의 매설 및 층하배관 화장실은 유지관리에도 어려움이 따라서 리모델링에 고비용을 수반하는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의 주택 유형의 대세는 아파트다. 현재도 가까운 미래에도 크게 변화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일반주택에 비해 고급화 · 첨단화를 지향하고 있으니 상품 혹은 재산 가치로서 더 높은 중요도를 가지는 점에서 그렇다. 그러나 중장기적으로 보면 신축이나 재건축을 통해 아파트가 초고층화해 가고 있는 현실엔 분명 한계가 올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인구의 감소와 더불어 주택투자에 있어서도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근미래 가구분화가 둔화하고, 수도권의 주택보급률이 더 증가할 때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지속된다는 보장은 없다. 대규모 단지는 리모델링이나 재건축 의사결정이 쉽지 않을 것이고, 빈집이 증가할 경우 유지관리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입지에 따라 장기간 지속가능한 단지들이 존재하겠지만, 그렇지 않은 단지들도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부족해소를 위해서는 거주자의 사용을 최우선으로 둔 질적인 측면 우선의 공급방식이 필요해 보인다. 나아가 중장기적인 사회변화 · 기술변화 · 거주자변화 · 성능변화를 고려한 아파트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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