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련 / 경제학부 부교수


 주식투자와 노동소득

이수련 / 경제학부 부교수
 

  얼마 전 환갑이 넘으신 어머니께서 휴대전화를 건네며 주식거래용 애플리케이션을 설치해 달라셨다. 아무래도 연일 뉴스에 보도되는 주식시장의 상승 소식을 무심히 넘기기 어려우셨던 모양이다. 개미투자자로서 첫발을 떼는 어머니의 성공투자를 위해 열심히 애플리케이션 사용법을 설명해 드리며 우리나라의 주식 열풍을 체감했다. 최근 주식투자를 시작한 이들을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캠퍼스를 거닐다 보면 주식 관련 이야기를 나누는 학생들도 종종 눈에 띈다. 혹자는 이처럼 주식시장에 새로이 진입한 개인투자자들을 주식시장 거품의 징조로 여기며 우려스러운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필자는 감소하는 노동의 값어치(Labor Share)를 고려할 때 개인이 적극적으로 투자에 참여하는 현상은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생각한다.
 
  경제학에서 노동과 자본은 생산을 위해 필요한 두 개의 주요 요소(Input)라고 본다. 각각의 요소가 생산의 대가로 얼마큼의 보상을 받는지 분석한 연구에 따르면, 1980년대 초까지만 해도 노동의 값어치는 최종 생산물 가치의 65% 수준으로 일정하게 유지됐다. 그러나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함께 생산에 사용되는 노동의 상대적 값어치가 점차 감소하기 시작했고, 현재는 그 값이 약 50% 중반을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대체로 우리나라를 비롯한 선진 국가에서 경험하고 있는 일이다. 최근에는 개발도상국 내에서도 노동의 가치가 감소되는 현상이 보고되는데, 이는 노동가치의 감소가 단순히 노동집약적인 생산단계의 해외 이전 문제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데에서 더 근본적인 경제구조의 변화임을 의미한다.
 
  이처럼 노동 값어치의 하락은 생산과정에서 노동을 많이 필요로 하는 제조업과 같은 노동집약적(Labor Intensive)산업, 그리고 키오스크에 의해 대체된 소매판매업처럼 자본과 노동의 대체성(Complementarity)이 높아 기술이 노동을 대신하기 수월한 분야에서 더욱 뚜렷하게 관찰된다. 그리고 최근에는 비약적인 기술의 발달과 함께 노동 값어치의 하락을 겪는 직업의 종류 또한 점차 광범위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과거 대학교육을 받은 고숙련 노동자들이 담당했던 다양한 작업이 좀 더 빠르고 효과적인 컴퓨터 프로그램들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동안 비교적 안정적인 고용을 유지해 왔던 사무직 분야의 채용규모가 차츰 줄어드는 것 역시 이러한 시대적 흐름을 반영한다.
 
  노동의 값어치는 감소하고 자본의 값어치는 그에 반해 증가하고 있으니, 주식투자는 기업과 함께 자본수익을 나눠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의 감소된 노동소득을 보완할만한 좋은 대안이 된다. 주식투자에 관심을 두는 이들을 마냥 부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가 여기 있다. 이들에게 투자는 더 많은 소득을 얻고 싶은 선택이기보다 생존을 위한 필수이지 않을까. 다만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점은 자본투자만이 노동 값어치의 하락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자신이 기술과는 다른, ‘독자적인 가치’를 가진 존재가 되도록 노력하는 것 또한 앞으로 세상을 살아가는 데 더욱더 중요해질 것이다. 학교에서 기존 지식을 소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지식을 창조하는 힘을 키우길 바란다. 이를 통해 대체되지 않을 능력을 갈고닦아 성공의 초석을 만드는 알찬 한 학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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