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임 /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인공지능 경험의 시대 ① 우리가 경험하는 AI

우리는 모두가 연결된 상태로 수많은 정보를 교환하는 시대에서 살고 있다. 이번 기획에서는 AI 활용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는 세상에 발맞춰, 인공지능 서비스의 현주소와 새롭게 도입될 기술에 대해 다루고자 한다. 이를 통해 인공지능 경험의 시대를 살아가는 ‘유저’로서 반드시 알아야 하는 것에 대해 통찰해본다. 그와 더불어 빠르게 변화해가는 세상에서 인간이 생존을 위해 길러야 할 역량 역시 제안해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우리가 경험하는 AI ② 혁신과 프라이버시의 조화 ③ 편향된 데이터는 불편(不便)하다  ④ 선택은 우리의 몫, AI 유토피아

 

 

공간지능기반 미래의 AI 기술

 
조영임 / 가천대 컴퓨터공학과 교수
 
 
  공간을 ‘지능화’한다는 것은 인간과의 상호작용을 전제로 하기에, 개념이나 기술면에서 난이도가 높은 분야다. 특히 바둑판을 하나의 실내공간으로 정의한 알파고(AlphaGo)는 인공지능(이하 AI)과 공간데이터가 지능화 돼 바둑판이라는 곳에서 인간과 공간이 상호작용하는 다이나믹스(Dynamics)를 보여준다. 이는 인간보다 훨씬 뛰어난 지능을 발휘하고 있는, 가장 진화된 AI 기술이다. ‘공간지능’은 복합도가 높기 때문에 융합적 접근이 필요하고, 현재의 ‘기술’이 ‘서비스’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원천기술에 대한 집중된 교육과 창의적연구가 필요한 분야다. 이러한 공간지능 기반 미래의 AI 중에서 최근 이슈가 된 두가지 기술을 중심으로 AI의 발전방향에 대해 소개하고자 한다.
 
 
 
꿈의 현실화,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AI는 이처럼 복잡하고 다양한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최근 등장한 앰비언트 인텔리전스 즉, 지능형 환경(Ambient Intelligence, 이하 AMI)이란 개념도 AI 융복합 기술의 현실화를 보여주고 있다. AMI는 편재형 컴퓨팅(Pervasive Computing), 상황인지(ContextAwareness), 인간과 컴퓨터의 상호작용(Human Computer Interaction) 등의 기술기반 위에서 구축되는 기술로, 항상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AMI 기술의 특징은 먼저 내재 컴퓨팅이라는 점이며, 이는 대부분의 신형 가전제품에 탑재돼 있기도 한 특성이다. 그러나 그보다 중요한 특징은 해당 기술의 경우 상황을 인지하고 사용자에 따른 맞춤화가 가능해야 하며, 적응능력을 갖추는 것을 넘어 사용자의 의도를 예측하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렇기에 AMI 기술은 스마트홈 뿐만 아니라 병원, 교통, 재난구조현장 등 다양한 공간과 환경에서 적용될 수 있다. 이는 사람을 둘러싸고 있는 주변의 물리적인 환경에 지능적이고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기술을 사용해서 개인의 존재 및 행동을 인식하고 이에 응답하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일어날 수 있는 AMI의 가능한 사례를 들면 다음과 같다. 먼저 스마트 홈의 경우를 살펴보면 집안 내부의 가구, 가전 및 조명시설 등에 설치된 다양한 센서들이 사용자의 상황과 행동을 인지해 다음 행동 단계에서 필요로 하는 환경으로 맞춰준다. 아침에 일어난 누군가가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욕실로 향하는 통로에 자동으로 불이 들어온다. 그와 동시에 욕실 내 온도가 따뜻하게 조성되고 딱 알맞을 정도로 따뜻한 물이 준비된다. 샤워를 끝내고 거실로 가면 밤새 에너지절약모드였던 실내 온도가 적당하게 올라가 있다. 블라인드도 자동으로 올라간 상태다. TV 역시 좋아하는 뉴스 채널에 맞춰 켜졌다. 에스프레소 머신은 갓 내린 아메리카노를 대기 중이고 토스터에선 식빵이 구워지고 있다.
 
  출근 준비를 마치고 현관으로 향하면 문이 열리면서 승용차가 알맞은 시각에 딱 맞춰 대기하고 있다. 차에 오르면 자동으로 안전벨트가 채워지며 시동이 걸리고, 차는 목표 출근시각에 늦지 않도록 알아서 도로를 선택해 자율 주행한다. 만약 주행 도중 그 사람에게 심장 박동 이상이나 호흡 곤란 같은 건강 문제가 생기면 미리 등록해둔 건강관리 기관에 해당 정보가 실시간으로 전달된다. 동시에 차는 스스로 안전한 길가에 정지하고 잠시 후 차가 전송한 위치 신호를 따라 앰뷸런스가 도착한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후 일상으로 복귀하는 길, 식품을 구매하기 위해 동네 마트에 방문한다면, 점원은 태블릿으로 그 사람의 건강 상태를 확인한 후 그에 맞는 식품을 권한다.
 
  이러한 AMI 환경이 완벽하게 구현되려면 사용자 정체성 확인에 필요한 상당 수준의 센서 가동 기술과 바이오메트릭스 기술이 필수적이다. 나아가 사용자의 안면 · 행동 유형이 인식돼야 하는 만큼 AI도 기반 기술로 요구되며, 현관 자물쇠와 신발장, 에스프레소 머신과 TV 등 과거엔 단순 기계 장치에 불과했던 기기에도 사물인터넷(IoT)을 구현하는 컴퓨팅 기술이 빠짐없이 포함돼야만 한다.
 
  한편 AMI 적용 영역이 가정을 넘어서려면 사회 전반적으로 연결성에 필요한 인프라가 갖춰져야 하며, 더 나아가 의료 · 교육 · 금융 · 쇼핑 · 행정 등의 분야별 사회활동과 관련한 기기와의 연결을 담당하는 메카트로닉스(Mechatronics) 부문도 확대돼야 한다. 결국 AMI는 이 모든 것이 갖춰져야 구현될 수 있는 상황인 동시에 이 모든 것의 발달을 촉진하는 목표가 되고 있다.
 
더욱 인간답도록, 범용 인공지능 기술로의 진화
 
  또 하나의 공간지능기반 미래의 AI 기술엔 범용 인공지능(Artificial General Intelligence, 이하 AGI)기술이 있다. 바둑이나 특정 영역에서 인간 지능을 뛰어넘는 AI를 좁은의미의 AI로 본다면 AGI는 이보다 더 넓은 개념을 말하는 것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자연스러운 AI가 주요 기술들이 된다. ‘자연스러운 것이 가장 어려운 것’이기에 이때 범용 인공지능이 지향하는 세계는 고난이도의 AI 세계다. 현재 구글을 비롯한 전 세계 기업들은 AGI를 위한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AGI가 세상을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바꿔놓을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례로 삼성전자는 2019년 11월 ‘삼성 AI 포럼2019’를 열고 AGI 연구를 처음으로 공식 선언하면서 기존 AI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은 관련 연구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한편, AGI는 1956년 다트머스 회의에서 AI의 개념이 처음 정립됐을 때부터 출발한 개념으로, 이는 AI가 가야 할 최종 목표기술로 설명된다. 따라서 AGI는 아직 개발되지 않은 기술이기에 그 정의가 구체적이지 않지만 많은 학자들은 AGI를 인간 수준의 지능(Human-Level Intelligence)으로 일컫고 있다. 이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할 수 있는 모든 지적인 작업을 컴퓨터가 수행하고, 자연어를 사용해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단계로 정의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인간 수준의 지능 그 실체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사람의 ‘일반적인 지능적 행동’을 지칭하는 단어로는 범용 지능(General Intelligence)이 있으며 이는 학자별로 다양한 해석이 존재한다. 실용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앨런 튜링(A.Turing)이 제안한 ‘튜링테스트’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하다. 이때 튜링테스트는 사람과 AI의 대화에서 누가 사람인지 인식 가능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일례로는 잘 정의된(Well-Defined) 챗봇이 있다. 이 관점에서는 사람의 지능과 AI의 기능적 측면을 비교해 AGI를 판단하는 것으로, 사람의 지능적 행동에 방해될 만큼 AI 기술이 발전했다면 이것이 곧 ‘범용 지능’으로 정의가 된다. 반면 수학적 관점에서 보면 제한된 계산 자원으로는 범용 지능을 달성할 수 없으나, 특정 시스템은 다른 시스템보다 더 지능적일 가능성이 있다고 해석하는 것이다. 이 가정은 사람 역시 완벽한 범용 지능이라고 볼 수 없는 모순에 직면하지만 그럼에도 사람은 곤충, 파충류 등 다른 시스템보다 더 지능적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수학적 접근으로 지능을 해석하는 것이 일견 타당한 면이 있다.
 
‘인공공감’, 미래 인공지능 기술
 
  최근 인공지능 연구소 오픈AI의 자연어 모델인 GPT-3(Generative Pre-Training3)가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모델은 자연어 처리 분야에서는 세계 최강의 기술로 평가받는 가운데, 3천억 개의 데이터셋을 사전학습하고 1천750억 개에 달하는 매개변수로 딥러닝의 여러 변이 조정을 통해 개발됐다. 지금까지 AI는 간단한 질문에 답하는 정도였고 내장된 대답을 끌어내는 수준이었으나, GPT-3는 인간의 말을 사람처럼 알아들을 뿐만 아니라, 대화의 문맥을 파악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안하기도 한다. 몇 개의 키워드를 입력하면 가장 그럴싸한 긴 문장의 대답을 내놓는 식이다. 
 
  실제로 최근 모 신문사에서 GPT-3와 인터뷰한 내용을 보면, “기계가 울어?”라는 질문에 “눈물을 흘리진 않지만 감정이 있어”라고 답했다. 심지어 GPT-3는 정해진 질문에만 척척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 가끔은 “글쎄, 나도 잘 모르겠는데…”와 같이 의도적으로 대답하는 고도의 지능을 갖는 경지까지 도달했다. 이처럼 미래 AI의 개발 경향은 ‘인간적’으로 행동하고 판단하는 방향으로 진화될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인간과 공감할 줄 아는 진정한 AI의 세계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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