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학내
[포커스] 대학원생 권리장전, 그 실효성을 돌아볼 시점
최지은 편집위원  |  chzi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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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승인 2021.03.09  16:3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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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보호 확대를 위해]
 

   
 

대학원생 권리장전, 그 실효성을 돌아볼 시점

 
  본교에는 원우들의 권리를 지켜줄 보호책이 존재한다. 2017년 4월, 대학원생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지 않고 학문 연구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하는 안전장치로써 ‘중앙대학교 대학원생 권리장전’이 선포된 것이다. 해당 권리장전에는 대학원생의 권리와 보호에 관해 명시돼 있으며, 대학원생 차별 금지 조항은 물론 자유를 보장하고 학문 연구 활동을 하는 데 어떠한 기본적 인권도 침해되지 못한다고 기록돼 있다.
  그러나 선포 후 햇수로 5년이 지난 지금, 과연 권리장전은 원우들의 권리를 보호하는 데에 실질적으로 기여하고 있는 걸까. 익명을 요구한 본교 대학원생 A씨(박사과정)는 권리장전의 존재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지만, 딱히 궁금하지는 않다”라고 말하며“대학원생이 권리를 지키는 일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일”이기에 관심이 생기지 않는다고 덧붙인 바 있다. 이는 마땅히 존엄과 가치를 누려야 할 원우조차도 권리장전에 대한 기대치가 낮다는 것을 방증한다. 한마디로 명시만 돼 있을 뿐, 정작 의무성을 띠지 않아 그저 ‘권리’로만 남은 채 그 실효성이 약하다는 인상을 주는 것이다.
 
‘울타리’ 점검하기
 
  본교 권리장전의 항목 중 특히 실효성을 느끼기 어렵다고 주목되는 부분은 제3장 제12조의 ‘부당한 지시에 대해 거부할 권리’다. 여기에는 “대학원생은 교수, 교직원, 대학원 선 · 후배 및 동료의 사적 이익을 위한 업무요청을 거부할 권리를 지닌다”라고 명시돼 있다. A씨는 이에 대해 “동등한 입장에서도 거절이 어려운 경우가 많은데, 심지어 상대가 교수님이면 현실적으로 더욱더 어렵지 않겠느냐”라며 해당 항목의 한계를 지적했다. 이러한 지점은 대학원 생활 중 고충이 발생했을 때 부당함을 그 ‘이름’ 그대로 부르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지기에 문제적이다. 과거에 비하면 대학원생 권리에 대한 사회의 인식이 더 엄중해지고 있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원우들이 자신의 권리가 침해당한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아가 어디에 도움을 요청해야 하는지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는 본교 인권센터에서 실시한 〈2020 인권실태조사보고서〉에서도 잘 드러난다.인권침해 경험 시 대처 방법과 관련된 항목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했다고 응답한 학생의 67.2%(서울캠퍼스 기준)가 “그냥 참고 넘어갔다”라고 말한 것이다. 유형별로는 학부응답자의 68.1%, 석사응답자의 58.2%, 박사응답자의 75.8%가 이에 해당됐다. 본 조사에선 학위과정별로 구분돼 답변이 이뤄졌는데 박사과정생, 석사과정생, 학부생 순으로 사전에 협의되지 않은 노동을 강요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그 외에도 차별 및 폭력 등 다양한 요인에 의해 인권침해를 당한 사례를 짚어 봤을 때, ‘참고 넘어간’ 원우들의 비율은 그 심각성을 느끼게 했다.
 
  한편, 본교에서 원우들이 자신의 고충을 털어놓거나 해결방안을 모색할 수 있는 대표적인 기관엔 인권센터가 있다. 그렇지만 이러한 인권센터가 존재함에도 여전히 관련 문제에 다가가기란 쉽지 않다. 본교 인권센터는 2012년 대학 내 최초로, 기존 학생지원처 산하의 성평등상담소를 인권상담소까지 포괄하는, 통합적 인권센터로 개편된 총장 직속 기구다. 해당 기관은 인권침해 문제와 성희롱·성폭력 문제를 함께 다루며 상담 및 신고를 통한 문제해결을 도맡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인권센터 운영 현황을 살펴보면, 2020년 한 해 동안 인권센터를 찾아 상담 및 실제 신고를 접수한 사례는 총 88건이었다. 이중 성희롱 · 성폭행 관련 사안은 23건이고, 그 외 다른 결의 언어적 · 정서적 폭력 등 인권침해 사례까지 포괄한 사안은 65건이다. 이처럼 법적인 처벌이 필요한 대표적 사건인 성희롱 · 성폭행 문제 외에도 무리한 요구 및 대우를 둘러싼 문제로 인권센터를 찾는 발길 역시 존재하는 만큼, 기관에 대한 인식 확대와 홍보를 통해 그 문턱을 낮추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실제로 앞서 언급된 보고서에서 인권침해를 경험한 후 인권센터를 찾아가지 않은 이유를 살펴보면, ‘인권센터에 갈 정도의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했다’라는 응답이 66.1%로 가장 많았다. 이에 인권센터 측은 “사안에 대한 공정한 심의를 통해 피해자 측면에서는 피해자의 일상으로 회복을 꾀하고, 가해자 측면에서는 절차권을 보장해 공정한 판단을 받게 하는 것”이 기관의 주요 업무라고 말했다. 다만 학생들이 어떤 사안에 대해 인권센터가 해결해주지 못할 것이라는 예견을 갖지 말고, “학생이 안고 있는 문제를 오롯이 갖고 인권센터에 방문할 경우 더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앞으로 해당 기관에 대한 더욱 구체적인 안내 및 홍보를 통해 이해도와 신뢰도를 높이는 일과 함께 원우들이 본인들의 권리를 지켜주는 울타리에 관심을 두는 노력 또한 한 지점으로 모여야 할 것이다.
 
옴부즈맨, 제도화의 필요성
 
  이처럼 인권센터의 존재는 필수적이지만 원우들의 고충을 해결해 줄, 좀 더 접근성이 좋고 세분된 제도가 추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카이스트의 경우 2013년 9월부로 구성원 간의 화합과 사기진작, 업무의 효율성을 증대하기 위해 ‘옴부즈퍼슨’ 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해당 제도의 경우, 총장 직속으로 전담 부서와 인력을 배치해 개선사항 및 불편사항을 해결해주는 일종의 신문고 역할을 수행한다. 위촉된 ‘옴부즈퍼슨’은 은퇴한 신분의 교수로, 대학 내 부당하고 불합리한 제도와 연구윤리위반 사건 등을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와 검토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이후 시정하도록 권고하는 것이다. 특히 구성원의 여러 의견이 정책에 반영될 수 있도록 현장의 목소리를 파악해 총장에게 직접 보고하되, 면담내용을 비밀로 하기 위해 문서화된 기록은 철저히 남기지 않는다.
 
  카이스트에 재학 중인 대학원생 B씨(석사과정)는 카이스트가 대학원생 권익 보호에 앞장서며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체감한다고 답했다. 특히 대학원 입학 전 의무적으로 받는 인권윤리교육의 내용에서 실사례들이 적극 활용된다는 점이 특정 상황의 부조리함에 관해 올바른 판단이 서지 않을 때,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알려주기 때문에 “발생 예방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나아가 옴부즈퍼슨 제도의 경우 홍보를 워낙 많이 하다 보니 알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믿을 만하다고 느꼈기에’ 앞으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이러한 제도를 활용할 의향이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한편 2020년 12월, 전남대 대학원에서도 교내 홈페이지에 ‘옴부즈맨’ 게시판을 신설했다. 해당 시스템은 대학원 홈페이지에서 본 게시판을 통해 고충을 접수하고 조사 및 검토과정을 거쳐 관계기관 협의 후 문제를 해결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이름은 익명으로 가능하며 이때 접수 받은 사안들은 인권, 대학원생활, 교육계 부조리 등 신청 분야별 상담부서로 연계돼 조정된다. 이에 전남대 관계자는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개인에게 발생하는 다양한 고충을 신속히 상담하고 관련부서 협업 등을 통해 조기에 문제를 해결”함으로써 대학원생의 정신건강 지원 및 연구 몰입도 향상을 꾀하는 것이 목적임을 밝혔다. 나아가 “학내 구성원을 상담하는 부서가 분야별로 운영되지만, 추가적으로 대학원생의 고충 발생 시 신속하게 해당 부서에 연계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현행 교육행정서비스의 한계를 보완해 개개인의 권익이 보장된 캠퍼스를 조성할 수 있는 좋은 사례다.
 
  본교에도 비슷한 역할은 존재한다. 즉, 대학 내 부당하고 불합리한 제도나 관행 등을 접수 받아 해당 사안이 인권침해나 차별에 관한 내용이라고 판단되면 중립적인 입장에서 조사 및 검토하고 있다. 또한 인권대책위원회의 결정을 통해 관련 부서에 시정과 개선을 권고하며 이에 대한 의견표명을 진행한다. 하지만 이러한 역할을 명확히 제도화해 운영한다면 많은 원우들의 권리의식을 보다 효과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 본다. 나아가 권리장전이 대학원생의 권리를 지키는 실질적이고 적확한 문헌이 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대학 당국이 이를 인정하고 지키려는 노력과 더불어 현실적인 후속 조처가 뒤따를 필요가 있다. 그 해결 실마리로서 이러한 신규 제도의 도입에 대한 논의가 이어지길 바라며, 명문화된 권리가 그 자체로만 남지않길 기대해 본다.
 
최지은 편집위원 | chzieu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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