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특집
[사회]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남현주 / 하계중 교사
안혜진 편집위원  |  ahj3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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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호]
승인 2021.03.09  16:0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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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목소리, 아이들은 어디로] ① 아동학대의 어두운 그림자

사회는 아동이 성인이 될 때까지 이들을 보호할 책임과 의무를 가진다.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에서는 차마 입에 담기조차 힘들 정도의 아동학대가 잇따르고 있다. 이는 타인에 대한 무관심과 아동을 주체적 인간으로 인식하지 못하는 현대 사회의 미성숙함을 드러낸다. 이번 기획에서는 아동학대 사례를 통해 사회문제에 대한 의식을 가지고 해결방안을 공동체적인 관점에서 찾아가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아동학대의 어두운 그림자 ② 육아의 전선 ③ 사회로부터 단절된 아동 ④ 훈육과 학대 사이의 침묵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

남현주 / 하계중 교사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는 많은 변화를 겪었다. 사람들은 밀집된 공간을 피하게 됐고, 바이러스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모두가 집에 머무르게 됐다. 사회적으로 사람들이 거리를 둔 대신, 반대로 가족 간의 거리는 가까워졌다. 학교 또한 오프라인이 아닌 온라인으로 수업을 진행하게 되면서 아이들이 집에 머무는 시간도 늘어났다. 이로 인해 자연스레 가정 내의 폭력이 중요한 문제로 대두됐다. 코로나19의 비극이 사회뿐 아니라 가정까지 덮친 것이다.

  학교 안에서 일하다 보면 많은 학생들과 학부모를 만나게 된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가족의 형태 외에 다양한 가정들을 마주하고,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학생들을 만난다. 또한 가정 내에서 적절한 보호를 받지 못하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른 선생님들의 입을 통해 듣기도 한다. 자신의 일을 돕기 위해 박스를 접어야 한다며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부모부터, 부모의 이혼으로 인해 보호자 없이 남매만 사는 집의 사연까지. 아동학대의 유형에는 비단 신체적 학대뿐 아니라 정신적 학대, 방임까지 있기 때문에 가끔 학교에서도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일정 기간 이상 무단결석을 하는 학생이 있을 땐 아동학대가 의심돼 담임선생님이 의무적으로 가정 방문을 가야 하는데, 해마다 가정 방문을 다녀왔다는 동료 선생님의 수도 늘고 있다.

 

   
 

 

지켜지지 못하는 의무, 그리고 보호

 

  정인이는 지난해 10월 췌장이 끊어져 사망했다. 당시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남성 복싱 선수가 펀치를 날리는 것 그 이상의 힘이 3살짜리 정인이에게 가해졌다고 방송했다. 사망 전날, 정인이는 모든 것을 포기한 채 힘없이 어린이집 교사에게 안겨 있었다. 그렇게 정인이는 고통 속에서 소리조차 내지 못하고 죽어갔다. 정인이 사건이 발생한 지 4개월 만에 또다시 이모 부부의 물고문으로 10살 조카가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비극이 일어날 때마다 죽어가는 아이들에게 미안함을 표하고 가해자에게 사회적 분노의 화살을 돌리는 일이 빈번해졌지만, 분명 아동학대 문제는 단순한 반응에서 끝날 사안은 아니다.

  아동학대 피해 사실을 아이들 스스로가 말하기는 쉽지 않다. 아동학대의 형태 자체가 긴밀한 관계에 있는 가족에 의해 나타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가정이란 보이지 않는 울타리 안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따라서 우리가 발견해 주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아이들의 소리 없는 비명을 찾아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학교에서 근무하는 교사는 아동학대 신고의무자에 해당된다. 이 때문에 교사들은 해마다 이와 관련된 교육을 받는데,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신고하지 않을 경우 오백만 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되기도 한다. 아이들이 직접 가정 내의 폭력을 신고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아이들을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직업군을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로 지정한 것이다. 유 · 초 · 중 · 고와 특수학교 교사 800명을 대상으로 한 실천교육교사모임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설문에 참여한 교사 가운데 39.8%가 아동학대 사례로 의심할 만한 사례를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하지만 아동학대를 신고한 적 있냐는 질문에 없다는 응답이 80.8%에 달했다.
  우리 학교에서도 아동학대로 의심되는 학생의 가정을 방문한 동료 선생님이 고민을 한 적이 있었다. 자신이 학부모를 신고했을 때 아이의 상황이 더 나빠질까 봐 걱정이 되고, 아동학대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조사 결과 아동학대가 아닐 경우 학부모와의 관계 악화와 신변의 위협에 대한 우려 역시 있었다. 실제로 경남에서는 아동학대 정황을 신고한 초등 교사가 학대 의심 학부모에게 신상이 노출돼 곤욕을 치르기도 했다. 원칙상 아동학대 신고자의 신원은 알리지 않지만, 학교에서 신고가 들어왔을 때는 담임교사 및 교과 교사로 특정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고민 끝에 아동학대 신고의무자가 아동학대를 의심해 신고를 한다고 해도 이를 범죄로 판단하는 건 100건 중 30%도 되지 않는다. 일례로 정인이에 대한 아동학대 의심 신고도 3번이나 있었지만 양부모의 말만 믿고 제대로 된 조사를 하지 않아 정인이는 다시 지옥 속으로 돌아갔다.

 

우리는 귀 기울여야만 한다

 

  정인이 사건 이후 3개월 만인 1월 8일, 아동학대처벌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아동학대처벌법 관련 법안은 정인이 사건을 염두에 두고 가해자의 형량 강화, 피해 아동 즉시 분리, 아동학대 의심 시 즉시 수사, 부모의 징계권 삭제 등에 초점을 뒀다.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아동학대 관련 입법뿐 아니라, 아동학대 전문 인력 배치 및 신고자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와 아동 보호시설 마련 등 다방면의 지원도 추가적으로 필요해 보인다. 하지만 법과 제도적 시스템의 마련보다 중요한 것은 실질적인 운영이다. 이를 위해선 우선적으로 아동학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학교에서는 자식을 부모의 소유물로 생각하는 학부모들을 더러 만날 수 있다. 성적이 나오지 않는다고 자녀의 휴대폰을 압수하거나 외출을 일정 기간 금지하는 경우도 많이 볼 수 있다. 학창 시절을 되돌아봐도 대학교의 학과, 아이의 진로마저 자녀가 선택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본인들의 희망에 맞춰 선택하게 하는 부모가 더 많았다. 이런 학부모들과 상담을 하게 되면 제일 많이 듣는 이야기가 ‘선생님이 애를 낳아보셨냐’ ‘직접 한번 키워보라’는 소리다. 이런 말을 듣고 있는 선생님들 중에서도 ‘애들은 때리면서 키워야 한다’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은 부모의 소유가 아니라 권리의 주체이며, 부모의 가장 큰 역할은 아이들을 본인 입맛대로 키우는 것이 아닌 그들을 보호하고 성숙한 성인으로 성장하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아동학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자식은 부모의 소유라는 생각을 바탕으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을 묵인해왔던 우리 사회의 풍토부터 바뀌어야 한다. 실제로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 것을 눈앞에서 목격하더라도 훈육인지 학대인지 확신을 하지 못해 신고하지 못하는 사람도 많다. 아동학대 신고 의무자인 교사마저 아동학대를 의심할 때 아이가 그럴만한 짓을 한 건 아닐까라는 생각과 함께 어느 정도의 사랑의 매는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어떠한 이유에서도 아이들이 ‘맞아야만 하는’ 이유는 없다. 우리의 근본적인 인식을 바꾸지 않으면 ‘사랑의 매’라는 탈을 쓴 체벌 속에 아이들은 또다시 소리 없이 죽어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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