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대학교 대학원신문
인터뷰, 임근준
최종편집 : 2021.4.7 수 01:33
기획사회
[사회] 모두에게 보장되는 같이 사는 삶정애령 /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초빙교수
홍의미 편집위원  |  dmlal33@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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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4호]
승인 2020.12.02  20: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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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O결혼이지만 괜찮아 ④ 퀴어 생활공동체를 위한 법적 보장

행복의 가장 중요한 역할 중 하나가 인류의 종족 보존이고 행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감정이 사랑이라고 일컫던 시대가 있다. 그러나 2020년을 맞이한 오늘날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결혼할 필요도, 소속과 존중을 얻기 위해 결혼을 ‘해야만’ 할 필요가 없다. 과연 결혼제도는 어떤 역동을 거쳤기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을까. 이번 기획에서는 변화하는 결혼의 형태를 살펴보고 결혼 제도의 전망을 내다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사회적 합의의 시작 ② 결혼식? 난 비혼식 ③ 정상가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면 ④ 퀴어 생활공동체를 위한 법적 보장 

 

모두에게 보장되는 같이 사는 삶

정애령 / 숙명여대 기초교양학부 초빙교수

 

  혼인은 개인의 자유로운 결정에 따라 애정과 신뢰에 기초해 형성된 지속적 생활공동체를 일컫는다. 혼인은 가족관계등록법이 정한 바에 따라 신고함으로써 효력이 발생하고, 혼인의 성립과 해제 시 국가의 공동협력을 필요로 하는 것이 특징이다. 흔히 혼인을 사랑의 완성으로 표현하는데, 혼인의 본질적 성립요건인 혼인당사자 의사가 불일치해서가 아니라 국가가 협력하지 않기 때문에 사랑을 완성할 수 없는 이들은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물론 사랑하는 모든 이가 혼인을 선택하는 것도 아니고, 혼인 관계에 있는 모든 이들이 비혼 상태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많이 사랑함을 인증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혼인 관계에 있는 부부는 국가의 확인 하에 자타공인 상대방에 대한 권리와 의무가 창설된다. 그런데 혼인제도 안에서 법적인 부부로 나아가 가족공동체로 인정받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커플들이 있다. 하기 싫어서 하지 않는 것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것은 너무도 큰 차이다.

 

   
 

혼인제도 보완을 통한 기본권 침해의 최소화

 

  국가가 혼인을 보장한다는 의미에는 두 가지 측면이 존재한다. 먼저 언제, 누구랑, 결혼을 할지 말지에 대한 선택의 자유를 보장받는 것과 국가공동체의 기초단위인 혼인을 제도로서 보장하는 것이다. 혼인의 선택은 헌법 제10조에서 도출되는 자기운명결정권의 내용으로, 개개인이 혼인과 가족생활을 어떻게 꾸려갈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자유권적 속성을 지닌다. 나아가 우리 헌법은 개인의 존엄과 양성이 평등한 혼인과 가족생활을 제도로써 보장하고 있다. 제도보장은 역사적∙전통적으로 확립된 객관적 제도를 헌법에 규정해 당해 제도의 본질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즉, 헌법제정권자가 특히 중요하고도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고 헌법적으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 제도를 규정해 장래의 법형성 방침과 범주를 미리 규율하려는 데 있다. 혼인이 중요한 국가적 보호의 대상이 되며 그에 상응하는 법적 보호를 받는 이유는  사회와 국가를 존속시키는 가족공동체 형성에 혼인이 결정적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권력을  직접 구속해 혼인과 가족생활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 장려해야 할 입법과제의 실현은 혼인의 자유권적  속성에서 도출되는 것이 아닌, 혼인의 제도보장 성격에서 도출된다. 헌법에 규정된 제도의 본질적 내용은  법률을 만들거나 바꿔서 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이러한 이론에 이견과 논의들이 존재하지만, 현행 헌법상  인간의 존엄과 남녀평등을 기초로 하는 생활공동체가 혼인제도의 본질적 내용이라는 해석에서 동성 커플의 생활공동체를 혼인제도로 포섭하는 문제는 여러 가지 어려움에 부딪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성 커플의 생활공동체에 대해 아무런 법적 보장과 혜택을 부여하지 않는 데에는 비판의 여지가 있다.
  2004년 생활공동체를 이루고 살던 두 명의 여성 사이에서 사실혼 관계 해소로 인한 재산분할 및 위자료 청구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법률상 혼인은 남녀의 정신적·육체적 결합을 의미하기 때문에, 동성 간에 이뤄진 생활공동체는 사실혼 관계로도 보호받지 못했다. 국내 동성 커플의 생활공동체는 재산상 권리뿐 아니라, 생활공동체를 영위하고 사실상 보호자의 지위를 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각 당사자의 수술과 치료 여부 등 모든 의료과정에서 보호자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게다가 동성 간 생활공동체를 이루는 이들은 의료보험, 국민연금과 같은 기본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도 각각 배우자로 인정되지 않는다. 헌법의 한계로 인해 동성 간 생활공동체를 법률로써 명문화해 혼인개념에 포섭하는 것은 불가하다 하더라도, 성적지향으로 차별받지 않고 삶을 영위하는 데 필수적인 생활동반자관계보호를 위한 제도의 마련이 필요하다. 동성 간 결합이 법적으로 인정되지 않음으로써 발생하는 현실적 문제인 유언과 상속·조세·보험 등과 관련한 불이익을 제거해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동성 간 안정된 생활공동체의 법적 보장

 

  보험 및 파트너에 대한 혜택, 그리고 입양의 문제 등 구체적인 혜택과 제도의 설계는 나라마다 차이가 있으나 이미 유럽의 많은 국가가 동성 간 생활공동체에 혼인 관계와 유사한 혜택을 부여해 법적 지위를 보장한다.
  독일 기본법(헌법)은 혼인과 가족에 대한 특별한 보호를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독일이 생활동반자법을 제정할 초기에는 부양의무 및 공동의 성을 사용할 수 있게 하는 혜택은 부여하되, 아이를 출산하고 양육하는 혼인과는 다름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입법자는 혼인 관계 당사자들이 누리는 권리의무를 생활동반자관계에 있는 자들도 차별없이 누릴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이후에도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상속세와 증여세에 관한 불평등 대우 및 생활동반자관계에 금지되던 승계 입양을 허용하는 판결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생활동반자관계와 혼인 관계가 동화돼 가는 과정을 거쳤다. 결국 일련의 과정 끝에 2017년 모든 이를 위한 혼인이 가능하도록 법률이 개정됐다.
  프랑스는 1999년 10월 이후, 시민연대계약(Pacte Civile de Solidarite)을 통해 동성커플 및 이성 동거커플에게도 혼인에 준하는 법적 지위를 인정하고 혜택을 부여해 왔다. 이후 2013년엔 동성 커플에게 생활동반자관계를 넘어 혼인할 수 있도록 법이 개정되고, 동성혼이 법제화됐다. 다만 독일은 동성의 파트너만 법을 통해 등록된 동반자의 지위를 획득하게 하고 현재 동성혼이 법제화되면서 새로운 생활동반자등록이 불가능해진 데 반해, 프랑스는 여전히 동성 또는 이성 관계없이 혼인 또는 생활동반자로 등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그러므로 동성혼이 법제화된 상황에서도 프랑스 국민은 생활공동체를 영위하는 데 있어 혼인공동체와 시민연대계약 관계를 선택할 수 있다. 이는 동성 간 생활공동체만을 위한 것이 아닌 동거와 혼인 중간 형태의 생활공동체를 인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시민연대계약이 가장 자유로운 결혼이라 불리는 이유다.
  독일과 프랑스는 동성 간의 결합을 시민연대계약 또는 생활동반자관계로 인정하고, 혼인과 유사한 법적 지위를 부여하다가 동성 간 혼인을 인정하는 법이 통과됐다. 동성 커플의 생활동반자관계에 대한 법적 인정이 사회구성원들의 인식 변화를 이끈 것으로 볼 수 있다. 동성 간 법적 혼인 관계가 성립하게 되면 동성 간 커플도 이성 간 결합과 동등한 혜택과 보호를 부여받게 된다. 그뿐만 아니라 구태여 생활공동체라는 낯선 용어가 아닌 혼인이라는 명칭 속에 포함됨으로써 그로부터 비롯되는 동등한 법적 승인, 무형의 사회적·감정적 혜택을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혼인이 단순한 사적인 복지체계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두 사람 사이에 내밀한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법적 승인이며, 두 사람의 관계는 그 사회 내 모든 다른 혼인과 마찬가지로 존엄한 가치가 있다고 인정하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

 

  헌법이 본질상 구성원들의 합의에 기반을 둔 사회적 통합규범이라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우리 사회에서 혼인에 대한 개념은 여전히 각기 다른 양성의 결합이라고 여기는 사회 구성원들이 다수 존재한다. 무엇보다 우리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을 기반으로 혼인을 보장하는 한, 동성 간의 결합을 혼인제도로 포섭하기에는 헌법해석의 한계를 넘는다는 비판을 부인할 수 없다. 프랑스의 시민연대계약이나 독일의 생활동반자법과 같이, 동성의 파트너를 인생의 동반자로 선택한 개인에게도 생활공동체의 법적 보장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자신이 선택한 파트너와 함께 살며 돌봄에 있어 필요한 기본적인 혜택을 부여받아 안정된 생활공동체를 영위할 수 있는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법과 제도가 자리를 잡는 동안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인식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헌법의 개정은 다소 시간이 걸리더라도 충분한 사회적 합의에 이른 후 고려할 수 있다고 본다. 그전에 동성 간 생활공동체의 법적 보장으로서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한 어떤 지향을 갖든 또 어떤 선택을 하든, 있는 그대로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는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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