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슬기로운 유학생활
 

 

 
 

외국인 유학생 학업 환경, 현실적인 논의가 필요한 때

 

  바야흐로 외국인 유학생 15만 명 시대다. 비록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6년 만에 전체 외국인 유학생 수가 감소했으나, 이는 어학연수생 등으로 대표되는 비학위과정 학생 수가 급감한 것이 그 원인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교육통계서비스에 따르면 석사와 박사과정 학생 수의 경우 작년 대비 약 6%, 22%가 증가한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국내 대학원의 학위 과정을 밟는 외국인 유학생의 수치는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과연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이 ‘충분히’ 그들을 받아들일 준비가 됐는지에 대한 문제가 매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숫자로 미처 매기지 못한 고충
 

  외국인 유학생 유치 및 관리에 앞서 근본적으로 고려돼야 할 것은 언어 문제다. 일상에서의 소통뿐만 아니라 학업 및 연구 활동을 위해 유학생들은 한국어라는 장벽 앞에 서게 되기 때문이다. 대학원의 경우 입학을 위해 한국어능력시험(TOPIK, 이하 토픽) 3급 이상을 취득해야 하고, 논문 제출 직전 학기까지 4급 이상을 취득하는 것이 필수라고 명시돼 있다. 2020년 본교 토픽 4급(예체능 3급) 이상 학생 수는 5백 62명으로, 전체 유학생 중 67.22%에 달한다. 유학생 A씨(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 역시 규정과 달리 대부분 6급 정도를 취득한 후 진학을 하는 것으로 알고 있어 “중앙대는 타대학보다 어학과 관련해선 기준이 엄격한 편으로 유명하다”라는 말을 남겼다.

  공식 토픽 등급별 평가 기준에 따르면 6급은 “전문 분야에서의 연구나 업무 수행에 필요한 언어 기능을 비교적 정확하고 유창하게 수행”할 수 있는 수준이다. 하지만 A씨는 “토픽엔 말하기에 대한 시험 항목은 없어서 대학원 공부를 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다. 이는 결국 시험 결과가 유학 생활에 필요한 언어능력을 보장하는 절대적 기준이 될 수 없음을 시사한다. 토픽은 현재로선 듣기·읽기·쓰기만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유학생들의 말하기 능력은 개인마다 큰 차이를 보이며, 이는 학교생활에 있어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대학원 수업의 경우 학부에 비해 토론 및 발제처럼 의견 교환과 발표 등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지는 가운데, 유학생들은 적극적으로 소통에 참여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다. 유학생 B씨(문화연구학과 석사과정)는 “이해가 잘 안 되는 부분이 생겨도 질문을 교수님이나 다른 원우에게 언어적으로 설명하는 것조차 힘들고 곤란하기 때문에 대부분 그 상태로 넘어간다”라고 토로했다. 또한 수업 시간 중 전문 용어 혹은 이론가의 이름 등이 나올 때, 한국어의 경우 그 발음이나 번역이 모국어로 쓰일 때와는 또 달라서 아는 개념임에도 알아듣지 못한 채 혼돈에 빠지기도 한다고 답했다. 한편, 학업 이외의 학교생활에서 곤란함을 겪는 사례도 있다. 유학생 C씨(기계공학과 박사과정)는 “공학계열 특성상 영어로 수업을 듣기 때문에 큰 불편함은 없지만 포털 애플리케이션 사용 등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모두 한국어로만 안내가 돼 있는 사안들이 있어 주어진 정보를 수집 및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는 것이다.
 

유학생 프로그램, 이모저모
 

  유학 생활의 궁극적인 목적은 학업이지만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학습활동을 하고 논문을 작성하기란 어려운 일일 수밖에 없다. 이에 본교 곳곳에선 별도로 외국인 유학생들을 위한 논문 특강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다. 일례로 2017년 상반기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시작돼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는 ‘외국인 대학원생을 위한 학위 논문 작성 특강’이 있다. 이는 학술정보원에서 함께 주최하는 특강으로, 올해는 수요조사 시 신청 인원이 많은 것을 고려해 정원을 60명으로 늘려 12월 9일 줌(Zoom)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한편, 현재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본교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 수는 총 837명으로, 그중 중국인이 72.6%의 국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학생생활상담센터에서는 중국 유학생 담당 전문연구원이 상주하며 여러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데, 지난 11월 17일엔 중국어로 이뤄진 논문 특강이 개최되기도 했다. 본 특강은 지금껏 논문 작성에 필요한 스킬을 교육하는 여타 강의의 성격을 넘어 논문 작성 스트레스에 대한 대처 방법이 주를 이뤘다. 학생생활상담센터 측은 “언어적인 장벽, 학술적 능력의 한계, 시간 관리 어려움, 사회적 지지자원의 부족 등 다양한 요인들”로 스트레스가 발생하는 경우 학업 수행능력뿐만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심각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에 “정서적인 지지와 더불어 실질적인 도움을 제공”하는 것이 목표임을 밝혔다.
 

‘모두’ 받을 수 없는 지원
 

  그럼에도 현재 대학원 과정을 밟고 있는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지원은 다소 산발적이고 부족하다는 인상을 받게 하는데, 이는 대부분의 지원이 학부 위주로 편성되거나 일부 학과에서만 진행된다는 데에 그 원인이 있다. 대표적으로 국제교류팀의 CALIS(CAU Leaders of International Students)처럼 외국인 재학생이 신입으로 들어온 유학생의 적응과 원활한 학사 진행 등을 위해 도움을 주는 프로그램의 경우, 대학원생도 선발되고 있지만 실상 소수 학과에서만 운영이 되고 있다. 또한 국제처 측은 “대학원생에 관련해선 입시나 체류 등에 관련된 행정 업무만 담당하고 있어 교과 영역에 대해선 관리를 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태”임을 알렸다.

  결국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의 실질적인 학사 관리를 담당하고 있는 곳은 곧 대학원 지원팀이 된다. 그러나 대학원 지원팀 측은 “예술경영학과와 국어국문학과, 무역물류학과 등 유학생들이 많은 학과에 인원대비 예산을 편성 및 배정하는 것만 지원팀의 일”이라고 답했다.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국어국문학과 외국인 전담 조교는 “2020년부터 대학원 지원팀과 국제교류팀의 유학생 전공교육 지원을 받아 이들을 대상으로 한 프로그램들을 진행하고 있으며, 리포트 및 논문 작성법 등의 특강은 물론 발표를 어려워하는 유학생들을 위해 한국어 말하기 클리닉 특강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번 2학기부터는 학부에서 진행하는 멘토링 사업을 대학원에서 역시 유사한 형태로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본교의 언어교육원에선 한국어교육과정을 운영하고 있으나 이를 활용하고 있는 외국인 학부생이나 대학 원생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보다 전문적이고 심화된 내용의 교육은 제공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국제교육팀 측은 유관부서에서 전공별 수요를 확인해 조치한다면 강사 지원과 같이 적극적으로 해당 사안에 논의를 함께할 의사는 있으나 “현재로선 전공은 물론 희망하는 학위가 각기 다르다 보니 교육팀 자체에서 이를 제공하는 데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대학원 외국인 유학생에 대한 관리는 비교적 단기적·한정적으로 이뤄져 학생마다 경험의 편차가 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실제로 본지와의 인터뷰에 응한 유학생들은 “학교에 적응하고 학업을 이어가는 것이 힘들다면 오로지 개인의 역량을 탓하며 혼자 혹은 유학생 커뮤니티를 활용해서 이를 해결하려 했다”라고 털어놓았다. 외국인 유학생을 위한 보다 장기적이고 보편적인 관리가 필요한 때다. 특히 대학원은 더욱 심화된 학습 및 연구 과정이 요구되는 곳인 만큼, 학문을 목적으로 하는 지원이 더욱 안정적으로 진행돼야 할 것이다. 나아가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을 포괄해 그들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대안이 마련돼야 한다. 낯선 타국까지 찾아와 대학원의 문을 두드린 그들을 위한 근본적인 고민과 사려 깊은 도움이 함께하길 바라본다.

이희원 편집위원 | ryunis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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