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가봤어?]


즐거움의 공간, 성인용품샵 말야


   한글을 막 배워 이것저것 읽어대고 있을 때쯤, 달리는 차 뒷좌석에서 가게의 간판들을 모조리 읽곤 했다. 성.인.용.품. 나의 목소리에 같이 동승하고 있던 ‘성인’들이 도리어 화들짝 놀라 목소리가 높아지고 얼굴은 붉어져 있었다. 마치 들켜선 안 될 것을 들킨 것처럼 말이다. 대학에 입학한 뒤에야 이곳에서 판매하는 섹스토이의 구체적인 작동법이나 생김새를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섹슈얼리티에 대한 텍스트를 읽고 몸을 둘러싼 감정들을 둘러보자, 이 섹스토이들은 쾌락을 위한 도구로써 아주 훌륭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좋은 것은 함께 나눠야 한다는 생각으로 여고 시절을 함께 보낸 친구들에게 섹스토이를 권유하기도 하고, 즐거운 섹스를 위한 방법들을 논의해보려고도 했다. 그런데 돌아온 반응은 20여 년 전 ‘성인용품’이라는 말을 들었던 ‘성인’들의 얼굴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들의 얼굴에서 읽을 수 있는 감정은 어떤 부끄러움이었다.


   이렇듯 한국에서 ‘성(Sexuality)’에 대한 문제는 부끄러운 감정(Shame)과 연결된다. 이때의 부끄러움은 수치심에 훨씬 가깝다. 특히 여성의 몸을 둘러싼 섹슈얼리티가 에로틱하게 소비되고 재현되는 사회에서, 여성이 자신의 쾌락에 솔직할 수 있다고 밝히는 것은 이 수치심을 뛰어넘어야만 가능하다. 성인용품샵을 둘러싼 감정들도 이 부끄러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감정으로 둘러싸인 공간을 뛰어넘기란 쉽지 않지만, 시도해볼 수 있는 여지는 충분하다. 지나가는 길에 망설이고 있었다면 문턱을 넘어보는 건 어떨까. 나의 몸을 잘 알고 즐거움을 찾아가는 일은 꽤 재미있고, 정말 중요한 작업이니 말이다.

 

장소정 편집위원 | sojeong2468@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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