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재준 / 연세대 정보통계학과 부교수

[혁신기술과 경제] ③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시대가 변함에 따라 기술도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생활의 많은 영역이 편리해진 만큼 이러한 혁신기술들이 가지는 경제적 파급효과도 커지고 있지만 경제가 성장하지 않는다면 이것이 혁명과 성장인지에 대해선 물음표를 던져봐야 한다. 혁신 기술들이 국가와 개개인의 경제 상황에 미치는 긍정적·부정적 영향을 함께 살펴보며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혁신기술을 통해 앞으로 전개될 경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경제적 가치와 우려, 혁신기술 ② ‘사물인터넷’의 경제적 파급효과 ③ 데이터의 경제적 가치 ④ 혁신기술과 시장점유율, 그리고 기업가치

 


공공데이터, 미래의 가치


안재준 / 연세대 정보통계학과 부교수

 
 

   최근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을 융합해 작업 경쟁력을 제고하는 4차 산업혁명이 주목받고 있다. 글로벌 경제의 저성장 기조와 생산성 하락으로 신성장 동력이 필요한 가운데, 주요국들이 4차 산업혁명을 통해 산업경쟁력 강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역사적으로 산업혁명은 동력, 자동화, 디지털로 인해 촉발돼 왔으며 4차 산업혁명에서는 여러 분야의 기술이 융합돼 새로운 기술 혁신이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된다. 이 혁명의 핵심은 빅데이터의 활용에 있다. 실제 2011년을 기점으로 ‘빅데이터’라는 키워드는 국가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개념으로서 인식됐고,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빅데이터가 창출하는 경제적 파급효과를 서로 앞다퉈 발표하거나 국가 차원에서도 빅데이터와 관련한 연구개발에 더 많은 금액을 투자하고 있다.


이제는 선택이 아닌 필수

 

   이러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국가와 공공기관에서 보유하고 있는 공공데이터의 개방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자리잡았다. 전문가들은 각 부처·기관으로 모여드는 공공빅데이터를 기업과 개인에게 제공해 이를 자유롭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해야 혁신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시대적 흐름에 따라 정부는 2013년부터 ‘정부 3.0’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국민의 생명, 사생활 등과 관련된 일부 정보를 제외한 공공데이터의 개방을 본격화했다. 국내에서의 공공데이터 개방은 서울시가 가장 앞서나가고 있으며 그 활용도와 개방 규모가 가장 크다. 현재 서울시는 일반행정, 문화 관광, 환경, 보건, 교통
등 10개의 유형으로 공공데이터를 분류해 제공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2015년 공공데이터 개방 분야와 2018년 공공데이터 활용 효과성 분야에서 전 세계 1위를 차지할 만큼 그 수준이 우수하다는 사실이 입증됐다.
   또한 정부는 2019년부터 공공부문의 교통, 금융, 통신 등 분야별로 데이터 가치사슬 전주기 활성화를 위한 빅데이터 플랫폼 및 센터 구축에 나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공공부문의 체계적인 데이터 축적·개방을 확대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유통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 등 데이터 활용을 확대하기 위해 약 1천 5백억 원가량을 지원한다. 이렇듯 현재 우리나라는 공공데이터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를 활용하고자 국가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재 가장 주목을 받고 있는 분야는 의료∙보건 공공데이터라고 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보유하고 있는,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의료 빅데이터는 그 활용도와 가치가 매우 높기 때문이다. 더불어 이와 같이 방대한 양의 전 국민 의료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대만을 제외하고 우리나라가 유일하기에 그 활용 가치는 더욱 높다. 다만, 이러한 건강보험 데이터들이 공공데이터로서 자유롭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보호법이라는 장벽을 뛰어넘어야 한다. 그 해결책 중 하나로 개인정보 보호법·정보통신망법·신용정보법을 기반으로 한 ‘데이터 3법’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이러한 문제들을 차츰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경제적 가치 측정 방법


   그렇다면 개방된 공공데이터의 가치를 경제적으로 환산하면 얼마나 될까. 공공데이터 의 가치를 구체적인 수치로 산출하는 것은 사실 매우 어려운 문제다. 기업처럼 매출액이 있다거나 사람처럼 노동력에 대한 소득이 정해져 있다면 이것을 기준으로 그 가치를 환산할 수 있지만, 공공데이터란 대부분 무료로 개방되는 형태이기에 경제적 가치를 환산할 금액적 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해외를 비롯한 국내에서도 이러한 어려움 때문에 공공데이터의 가치평가에 대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지 못했다. 현재까지 국내에서 진행된 연구를 토대로 살펴보면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고 있다.
   첫 번째는 조건부 가치평가법을 이용한 가치측정 방법인데, 이는 설문조사의 결과를 토대로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구체적으로는 대상을 정하고 모집단을 대표할 수 있는 표본을 추출한 후에 표본집단이 느끼는 공공정보의 가치를 설문조사를 통해 추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당신이 교통정보를 제공받아 사용한다면 한 달에 얼마를 지불할 용의가 있습니까’와 같은 질문을 통해 지불의사 추정액을 도출한다. 버스나 지하철의 도착 시간과 같은 대중교통에 대한 정보와 도로의 정체 구간을 파악할 수 있는 교통정보는 현재 가장 널리 이용되는 공공데이터라 이용자들에게 매우 가치 있는 정보다. 실제로 이와 같은 기법을 사용한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서울시를 대상으로 분석했을 경우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효과는 약 1~2조원으로 추정됐다. 이처럼 조건부 가치평가법은 마땅한 금액적 기준이 없는 공공데이터의 경우 경제적 가치를 도출하기 위해 매우 유용한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점은 응답자의 가상적 편의를 기반으로 가치를 도출하기 때문에 과대 추정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응답자가 제시하는 공공데이터의 지불의사 금액은 현실에서 자신이 지불하지 않는 가상적 금액이기 때문에 실제 상황에서 자신이 지불할 의사를 반영한 금액보다 과대평가되는 경향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산업연관분석을 이용한 가치 측정 방법이다. 이 방법은 민간기관에서 공공정보가 활용되는 방식으로, 데이터베이스 서비스 시장을 형성한 후 이곳에 있는 기업들이 지식정보 서비스와 광고 서비스의 형태로 이용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 매출을 발생시킨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때 발생하는 매출이 산업 전반에 어느 정도의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하는 방식으로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한다. 일례로 자동차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엔진, 타이어 등 수많은 부품이 필요하며 이들을 생산하기 위해서는 철강과 고무 등의 원재료가 투입돼야 한다.
   이와 같이 한 산업에서 생산된 상품이 다른 산업의 상품생산을 위한 원재료로 투입됨으로써 각 산업은 직·간접적으로 밀접한 연관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산업과 또 다른 산업 간의 연관 관계를 수량적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분석기법이 산업연관분석인 것이다. 이 방법은 산업 전체를 포괄하면서도 전체와 부분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수 있으며, 재화와 서비스에 대한 산업 간의 순환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산업경제구조를 분석하는 데 유리하다. 하지만 공공데이터의 가치를 추정하는 곳에 사용할 경우 투입값이 다르게 추정될 때마다 도출되는 결괏값의 변화도 심해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실제 기존 연구를 분석해보면 대한민국을 대상으로 한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추정한 각자 다른 두 연구의 결과 차이가 약 10배 이상 발생한 사례도 있었다.


사용자 중심의 유럽식 가치 측정 방법


   그렇다면 이러한 문제점들을 보완할 수 있는 가치 측정 방법은 없을까. 공공데이터의 개방과 관련해 선진국으로 평가받는 유럽의 경우 이를 이용해 매출을 발생시키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기업가치를 산출한다. 그리고 그 기업가치들의 합과 해당 산업에서 조사된 기업의 시장점유율을 고려해 공공데이터의 경제적 가치를 도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실이용자를 중심으로 가치평가가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기업가치를 기준으로 공공데이터의 가치를 측정할 수 있기 때문에 금액산출과정에서 과대평가나 과소평가의 문제점을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분석 방법을 우리나라에 적용할 경우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국내에서는 공공데이터를 사용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공식적인 매출이 없거나, 기업가치를 산출할 수 있는 근거자료가 부족한 신생 스타트업 기업이라는 점이다. 대기업인 SKT에서 제공하고 있는 T맵 대중교통, 카카오에 인수된 주차장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파킹스퀘어 같은 몇몇 기업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기업가치를 명확하게 산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들의 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지금까지의 공공데이터 가치평가 방법보다 더 정확한 측정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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